이번 주말에는 멀리 경북 안동에 다녀왔습니다. 안동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그림책으로 학생중심활동 수업 만들기’라는 주제로 단위 학교 자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셨는데 그 중 한 코너를 제게 맡겨 주셔서 아주 오랜만에 나홀로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안동동부초등학교

청량리역에서 아침 8시 2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3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안동역의 현판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 목판문집인 “매화시첩”에서 집자(集字)하여 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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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안동동부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아담하지만 빼곡하게 꽃혀 있는 책들에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걸 보니 이곳 선생님들께서 아이들 책읽기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계신지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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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준비한 자율 연수 ‘그림책으로 학생중심활동 수업 만들기’의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을 이용해 3주간 진행된다고 합니다.

  • 1주차 : 프로젝트 수업 그리고 그림책(오은경, 울진 노음초 교사)
  • 2주차 : 옛이야기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만나기(김다혜, 칠곡 석적초 교사) / 그림책과 놀이
  • 3주차 :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최은희, 충남 배방초 교사)

제가 맡은 건 2주차 프로그램 중 ‘그림책과 놀이’로 지난 10월 15일(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네 시간 동안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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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을 위해 준비해 간 그림책 놀이 재료들입니다. “요셉의 잙고 낡은 오버코트가…?”“달팽이 찰리에겐 새 집이 필요해” 두 권의 그림책 활용 놀이를 준비해 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읽기에 푹 빠진 선생님들께 얼마 전 이야기꽃 출판사에서 펴낸 서평집 “그림책? 그림책… 그림책!”을 선물로 한 권씩 나눠드렸습니다.(“그림책? 그림책… 그림책!”은 비매품으로 이야기꽃 출판사에서 흔쾌히 지원해 주셨습니다. 이야기꽃 김선영 님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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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놀이 시간이면 왁자지껄한 아이들과는 달리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시는 선생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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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만드신 달팽이 찰리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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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네 시간동안 도서관 한쪽에서 책을 읽으며 선생님이신 엄마를 기다리던 초등학교 3학년 친구가 책놀이 프로그램 시간에 함께 만든 달팽이입니다. 줄무늬에 콩콩콩 점을 찍어 그린 달팽이 무늬가 참 독특합니다. 점심에 먹은 묵밥을 좋아한다면서 재잘재잘 참 예쁘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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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난 후 프로그램 주관해 주신 안동동부초등학교 선생님과 함께 학교 뒤에 있는 벽화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학교에 손주들을 맡기신 할머니들이 선생님과 마주칠 때마다 반가워 하시면서 뭐라도 대접하려는 모습을 보며 참 아기자기하고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속 학교 건물 한 켠에 그려진 세 아이들의 할머니와도 인사를 나눴답니다. ‘저기 저 아이가 내 손주야~’ 하며 흐뭇해 하시더라구요.

저녁 식사 후 안동 시내를 조금 둘러 보고 다시 기차에 올라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30분. 무려 열네 시간이나 걸린 안동 나들이었지만 아이들과 그림책 사랑에 푹 빠진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어서 보람된 하루였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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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정
남호정
2016/10/19 15:29

연수 잘 받았습니다. 가온빛 너무 따뜻하네요~

김경희
김경희
2016/10/21 14:12

선생님~ ^^ 먼길 와주셔서 좋은 나눔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그날 만들어간 달팽이로 집에 있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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