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가온빛은 지난 2016년에 와우책문화예술센터와 함께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5곳을 선정, 초등 1,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2권의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 후 그림책 놀이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각 센터별 4주차 프로그램으로 진행).

수업이 진행될수록 참여하는 아이들이 자꾸만 늘어나 준비된 그림책 놀이 재료가 부족해 난감했던 상황도 있었고, 수업이 재미있었는지 다음 수업에 동생을 슬쩍 데리고 들어와 재료 하나로 함께 수업을 받아도 되냐고 물었던 아이도 있었어요. 구로 센터 아이들은 수업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센터 입구에서 기다리다 제가 들고 간 커다란 재료 가방을 받아들고 신나게 교실로 들어가곤 했죠. 이름표를 가리고 자기 이름 기억하는지 확인하던 아이들, 수업 마지막 시간에 손편지를 써준 아이, 매번 일찍 오라고 부탁하던 아이, 단체 사진 찍자는 말에 마지막 수업이냐며 눈물이 글썽글썽했던 아이까지, 지금도 왁자지껄 떠들썩하고 재잘재잘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2017년에는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초등 저학년 대상으로 서울 시내 위치한 지역 아동센터와 유아 대상으로 수업을 할 보육원을 각각 한 곳씩 선정해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II’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유아 대상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에 선정된 보육원은 왕십리에 위치한 ‘이든아이빌’이었습니다.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2017년 7월 11일, 이든아이빌에서 두 돌부터 네 돌 갓 지난 여덟 명의 꼬물꼬물 귀엽고 예쁜 아이들과  처음 만났어요.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가까스로 조금 친해졌다 싶어졌을 때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이름표를 달아주고 앞치마를 입히려고 하자 일제히 울음보가 터졌어요. 낯가림이 있는 한 친구가 울기 시작하자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다들 대성통곡을 하는데 그 상황이 살짝 당황스러우면서도 귀여워서 모두들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

아이들이 ‘엄마’라 부르는 담당 선생님의 능숙한 케어로 아이들이 진정되자 자원봉사자분들이 아이들을 한 명씩 가슴에 꼭 안고 안정된 상태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며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고 난 후 오늘 진행될 그림책 놀이 취지와 방법을 간단히 자원봉사자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그분들이 아이들과 같이 만들고 그리고 꾸미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첫 그림책 수업에서 “사과가 쿵!”을 읽고 아이들이 점토로 만든 사과입니다.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사과 모양 스티로폼에 빨간 점토를 입혀 주물럭주물럭 대는 동안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져갑니다. ‘사과’라는 말은 아직 못해도 뭔지는 아는지 그림책 속에 나온 사과와 자신이 만든 사과를 번갈아 가리키며 좋아했어요.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 한 방에 함께 했던 어른들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조그맣고 오동통한 손으로 빨간 사과를 만들어 초록 나뭇잎을 꽂고는 스스로 놀라워하는 눈빛들, 옆 친구 것과 비교해 보면서 서로 놀라워하는 눈빛들, 아이들 눈빛과 손짓, 표정이 더 놀랍고 신기하기만 한데 정작 아이들은 그 사실을 모를 테죠.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그렇게 8명의 아이들이 만들어 낸 사과입니다. 모양도 제각각인 사과를 만들어 놓고는 다들 사과만 보면 ‘쿵~’ 하고 소리를 따라 했어요.

2회차 수업에 갔을 때 담당 선생님이 신기하게 아이들이 첫 수업에서 읽은 그림책들을 계속 꺼내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아이들끼리 사과만 보이면 ‘쿵!’이라고 말했다는 선생님 이야기에 다들 웃음이 터졌어요. 당분간 아이들에게 ‘사과 = 쿵’이 된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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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대상 그림책 놀이 수업이었기 때문에 상호작용, 소근육, 대근육 발달에 좋은 놀이들로 구성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가위질, 풀칠, 색칠하기 등 쉬운 것으로 시작해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수업을 구성했구요. 또 전체가 다 함께 참여하는 단체 놀이도 수업마다 구성했습니다. 다 같이 콩콩 뛰고 달리고 던지고 붙여서 완성할 수 있는 놀이들로요.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이 또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스티커 놀이였어요. 테이프로 그림 붙이는 것도 좋아했지만 반짝이는 스티커로 꾸미기 놀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첫 수업에 꾸미기 용도로 붙이던 별 스티커 하나를 손톱에 붙여주었더니 다들 하던 놀이를 멈추고 손톱마다 별 스티커 붙이기에 초집중!합니다. 손톱에 스티커 붙이기는 기회만 생기면 아이들이 꼭 하고 지나가는 놀이였답니다.

수박 책 만들기 하던 중에도 까만 스티커를 손톱에 붙이고는 이렇게 손을 쫘악 펼쳐서 제게 보여줍니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꼭 반응해줘야 하는 건 까만 손톱을 콕콕 두드리며 “어, 여기 왜 수박 씨가 떨어졌지?” 해주는 것, 그러면 꺄르르 웃으며 안겨서 이건 수박 씨가 아니라는 손짓으로 까만 스티커가 붙은 두 손을 제 눈앞에 흔들어 보여주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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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낯가림 때문에 울고불고 했던 아이들이 수업이 진행될수록 둠칫둠칫 두둠칫 신이 나서 교실로 들어왔어요.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마음을 힘차게 달려와 안기는 것으로 표현하는 친구도 있었죠.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했는지 앞자리 책상 위에 올려놓은 그림책을 까치발을 해가며 미리 넘겨 보기도 했고, 처음에 그토록 싫어했던 이름표 붙이기와 앞치마 입기를 수업 들어오자마자 해달라며 줄을 서기도 했어요(이걸 해야 그림책 수업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이해한 모양이에요). 그런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가슴 가득 감동을 받아 혼자 뭉클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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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말문이 조금씩 트여가는 아이들 성장을 보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수업하면서 즐거웠던 건 뭔가를 만들고 나면 제일 먼저 저에게 달려와 보여주려고 했던 점이었어요. 한 명이 보여주면 다들 따라와서 자기 것도 보라고 쪼르륵 줄을 서곤 했죠.

한 친구가 초록색으로 칠한 펭귄을 제게 보여주니 재빨리 뒤따라와서는 알록달록 칠한 펭귄을 들고 보여줄까 말까 수줍게 서 있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요. 이름을 불러주면서 반응을 될수록 커다랗게 보여주면 아이들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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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피리 만들기를 했던 날에는 다들 개구리 색칠을 다 못하고 피리 불기에 정신이 없었어요. 처음엔 개월 수가 어린 친구들은 개구리 피리가 잘 안 불어져서 울상을 짓기도 했어요. 차츰 숨 들이쉬고 내쉬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피리 부는 방법을 익혔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삘릴리 삘릴리 개구리 피리를 불던 아이들, 서로의 피리(개구리 혓바닥)가 길게 뻗어 나오면 까무러치게 웃어댔죠. 몇 번을 불고 나면 숨이 차서 숨을 들이쉬었다 뱉었다, 작은 배가 쑤욱 들어갔다 뽈록해졌다 하는 모습들에 보는 어른들도 웃음이 납니다.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 세기 관련 그림책을 읽고 하나에서 열까지 숫자 세기를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을 빙산이라 주장하는(?) 하얀 바구니에 하나씩 태워주면서 어찌나 열정적으로 하나 둘 셋 수 세기를 반복 했는지(셋 이상은 헷갈려 했지만 저를 따라서 세어 보기를 반복했어요).

다음 차례 친구들이 기다리는데도 무조건 버티기를 하면서 다시 하겠다고 우기는 경우도 있었고 빨리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친구도 있었죠. 하지만 아직 연령대가 어리다 보니 밀고 당기다 우는 소리가 커다랗게 터져 나올 때도 많았습니다. 억울해서 울고 놀라서 울고,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리다가도 금방 잊고 다시 놀이에 합류하는 아이들, 금방 다시 친구가 되는 아이들!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초등부나 유아부나 똑같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에는 다소 시끌벅적하고 산만할 때가 많은데 책놀이하는 중에는 교실이 아주 조용해지곤 해요. 꼭 다문 입, 열심인 손! 동그랗게 말아 쥔 손에서 반드시 잘 해내고야 말겠다는 엄청난 열정이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아이들은 모두 점토 놀이를 좋아해요. 보통 이제 다른 놀이하자면 눈이 동그래지면서 다른 놀이가 뭘지 궁금해하는데 다양한 점토 놀이 도구를 활용해 빵 만들기를 했던 이 시간에는 다들 계속 더 할 거라고 우기는 바람에 수업 시간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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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가장 마지막 수업에 했던 물감놀이는 참 여러 번 고민했던 놀이였어요.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이면서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내는 물감놀이는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로워하는 놀이지만 단체 수업에서는 뒤처리가 쉽지 않아 고민하다 보육원 담당 선생님과 상의한 후 결정한 수업입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물감놀이를 굉장히 재미있어 했어요. 노란색, 연두색 초록색 물감을 섞어가며 척척 능숙하게 커다란 몬스테라 이파리를 칠하고 말린 후 그 위에 알, 애벌레, 고치, 나비까지 나비의 한살이 과정을 올려놓고 붙였어요. 이파리 색깔도 제각각이고 이파리 위에 알을 많이 붙인 아이, 애벌레를 여러 마리 붙인 아이 등등 다들 완성한 모양이 달랐어요.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오랫동안 나비 이야기, 그림책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그림책과 그림책 놀이로 2017년 이든아이빌 아이들과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수업을 진행했고 무사히 잘 마무리했습니다. 유아 그림책 수업 구성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표현하는 것들이 풍성해지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많았고 새롭게 느낀 것도 많았던 수업이었습니다.

이든아이빌과 가온빛의 인연은 2018년에도 계속됩니다. 오는 6월부터 12월까지 그림책 수업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에요. 작년에는 한 달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올해는 2주에 한 번씩 아이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그새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을지, 그렇게 좋아했던 그림책 수업을 기억하고 있을지, 또 어떤 이야기들이 수업 속에서 쏟아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가슴 두근두근하고 즐거워지는 책놀이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이 봄, 가온빛은 열심히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아이들과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세요~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4 Replies to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 이든아이빌 수업 이야기

  1.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을지 너무너무 그림이 그려져요^^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응원합니다! 🙂

  2. 어질고 착한 아이들의 꿈의 낙원에서 왁자지껄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페이지한페이지 그들의 마음속에 깊은 사고의 생각들로 가득차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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