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스티커

지난 주말 도서관에서 빌린 그림책의 뒤쪽 면지입니다. 이 그림책의 소재는 ‘달’이고, 아이와 엄마가 달님 따라 산책하는 내용의 잔잔한 그림책입니다. 보통은 처음부터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다 본 후 맨 마지막에 나오는 이 그림에서 우리 아이들은 노랗고 동그란 달님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하고, 달이 어쩌구 저쩌구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 놓기도 할텐데 달님 대신 ‘책을 소중히 다뤄주세요’라는 스티커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도서관에서 빌린 그림책 보다보면 ‘이 스티커를 굳이 붙여야 하나?’, ‘붙이더라도 꼭 이 자리에 붙여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그림을 가리는 것이 불가피할 때도 있습니다. 아래 “곰팡이 수지”라는 그림책의 면지를 보면 앞쪽 면지에는 곰팡이가 피기 전의 음식들 그림이, 뒤쪽 면지에는 곰팡이가 핀 음식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앞뒤 면지를 번갈아 보면서 음식마다 어떻게 변했는지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문제는 그림이 빼곡해서 스티커를 붙일만한 빈 자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도서관 스티커를 꼭 붙여야 한다라고 하면 이런 경우야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도서관 스티커
그림책 “곰팡이 수지”의 앞쪽 면지
도서관 스티커
그림책 “곰팡이 수지”의 뒤쪽 면지

하지만, 아래의 “그거참, 신기한 일도 다 있네” 같은 경우에는 도서관에서 스티커 붙이는 분이 딱 1초만 어디다 붙이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졌더라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그림책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도서관 스티커
그림책 “그거참, 신기한 일도 다 있네”의 앞쪽 면지
도서관 스티커
그림책 “그거참, 신기한 일도 다 있네”의 뒤쪽 면지

도서관 스티커 작업하는 분이 모든 그림책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두 면지 사이의 관계를 굳이 모른다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그림을 가리지 않고도 붙일만한 자리를 찾는 게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과감하게 그림 한 조각을 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위 두 그림을 조금 더 살펴 본 분들은 살짝 화가 나기 시작할 겁니다. 그냥 봐서는 앞뒤 면지 모두 같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달라진 곳들이 있거든요. 늑대도 하얀 양도 뭔가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고 난 다음 이야기에 푹 빠진 아이들과 어울려 장난치고 싶은 작가의 배려가 담긴 부분인데…

도서관 스티커
그림책 “누가 가장 큰 죄를 지었나?”의 뒤쪽 면지

당황스러운 건 아예 작가 소개를 덮어버린 위 그림입니다. 앞선 두 사례의 경우 그림책의 특성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이라면 단순 반복 작업 하다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참고로 위 세 권의 그림책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사례를 모은 게 아닙니다. 지난 주말에 도서관 한 곳에서 빌려온 그림책들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미리 준비를 한 게 아니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빌린 그림책들에 도서관 스티커 부착된 상태가 이 글 쓰기 딱 좋게끔 상황별로 구성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저만 이런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구글링을 한 번 해봤습니다. ‘도서관 스티커’라는 검색어로 찾아보니 다행스럽게도 저만 이런 생각한 건 아닌가봅니다. 도서관 게시판에 문의한 내용들이 여럿 나왔는데 내용은 질문도 답변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도서관 측 답변 내용들 한 줄 요약하면 ‘부착 위치에 대한 원칙은 있으나 최대한 책의 내용과 정보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데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도서관 스티커 꼭 필요한 걸까요? 청구기호와 전산관리나 도난방지 위한 RFID칩 부착이야 필수겠지만 이 스티커에는 책을 깨끗이 보라는 내용이 다입니다. 도서관에 따라서는 기본 대출기간 14일, 도서관 홈페이지 주소 등 추가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단순한 안내문구 수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효과도 없는 일에 인쇄비만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책을 소중히 다루자는 스티커가 오히려 책을 훼손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글 맨 위에 있는 그림은 어떤 그림책의 면지일까요? 정답을 알고 계신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정답자 중 한 분 추첨해서 그림책 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 가온빛 책도장으로 면지 그림 중 중요한 부분 가려서 말이죠~  😎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8 Replies to “[가온빛생각 1] 책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 도서관 스티커

  1. 저도 공감합니다.저희집근처에 큰 교육청도서관에서도 그렇고 작은 도서관에서도 그런일이 흔합니다.지속적인 건의만이 제가 할수 있는 일이기에 부지런히 건의하고 있습니다.덕분에 작은 스티커로 변했습니다.하루이틀사이에 끝나지는 않겠지만,그냥 그렇게 하다보면 변화하기에 움직이는 중입니다~^^좋은 생각 잘 읽있습니다.화이팅입니다.^^

    1. 스티커 사이즈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네요.
      가온빛도 이쁜오리 님의 부지런한 건의 응원합니다. 화이팅! ^^

  2. 아 진짜, 저도 이런 거 보고 도서관에 건의한 적 있습니다. 그림책 뒷면지 그림이 앞의 내용에 이어지는 부분인데도 엄마, 미영이, 강아지가 벤치에 조로록 앉아 있는 장면에다가 떡허니 스티커를 붙여놨더라구요. 그냥 면지의 일정 위치에 정확히 붙인다는 원칙이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하드커버 표지에 겉지가 있는 경우에는 관리의 편의상 겉지를 벗려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내가 알고 있던 그 표지가 아니어서 개정판이 나왔나 생각할 때도 있답니다. 의 표지가 그랬어요. 그래서 문의했더니 이런 작업을 모두 외주업체에게 맡긴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내용에 대한 이해가 있고 없고를 따질 수가 없는 거지요. 그때도 똑같이 “신경 써서 작업하라고 전달해야겠네요.”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림책은 앞뒤 표지뿐 아니라 앞뒤면지에까지 알뜰하게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 못 하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텐데 인트로나 크레딧 부분에다 그렇게 손댄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쿠키 영상이 1개나 2개일 때도 고스란히 틀어주는데 말이죠.ㅠㅠ

    1. 전정숙 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말씀처럼 겉표지를 볼 수 없는 건 도서관 그림책 이용할 때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도서관 규모와 상관 없이 담당하시는 분들의 정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부 도서관들은 겉표지를 씌우거나 겉표지 중 꼭 필요한 정보가 있는 부분만 잘라내서 부착 후 장서하는 경우를 봤거든요.

      다만 겉표지에 대한 장서 방식까지 간섭하기에는 손이 좀 가는 일이라 도서관 담당자들에게 너무 큰 짐 아닐까 싶어서 수고보다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스티커만 언급했었는데… 출판사나 책 만드는 분들에게는 겉표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게 더 속 상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3.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보고 처음 들어와 봅니다. 정말로 스티커를 일정하게 붙이면 저런 아쉬운 경우가 생기는군요. ㅠㅠ 좀 더 신경쓸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 좋을텐데, 저자 소개 부분은 보고 뜨악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생각해 보고 가네요!
    처음에 올려주신 책은 아마 레이첼 콜과 블랑카 고메즈의 인 것 같네요. 매번 좋은 책 추천해 주시고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4. 댓글 달아주신 전정숙 님, 깃털고운참새 님 덕분에 가온빛 댓글 쓰기에 오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따옴표를 쓰면 그 안의 글자는 사라지네요. 현재는 수정했습니다. ‘달빛 산책’ <--- 정상적으로 잘 보이시죠? ^^

  5. 저는 제가사는 아파트 작은도서관에 자원활동 중입니다. 저희 도서관에서 대출업무를 하려다보니 책의 표지나 책등에 여러가지 라벨을 부착하고 있습니다. 책 등에는 선택권이 별로없어 책등 하단에 부착하고 있습니다만 책의 표지, 특히나 그림책의 경우에는 그림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위치에 부착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소속 도서관의 도서를 보면 책 앞표지 하단쪽 중앙에 일괄적으로 부착되어 있는데 간혹 정말 중요한 그림의 위치에 부착되어 있는걸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올라오기도 하더라구요. 도서관 업무를 처리하는 부분에 있어 규칙이 있겠지만 그림책이 예술의 한 분야로 발전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꼭 개선되어야 할 부분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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