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마법사
책표지 : 비룡소
색깔 마법사 (원제 : The Great Blueness and Other Predicaments)

글/그림 아놀드 로벨 | 옮김 이지원 | 비룡소


오랜만에 서점에 나가 보니 ‘개구리와 두꺼비~’ 시리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놀드 로벨의 새 그림책이 최근 두 권이나 나왔더군요. 오늘 소개할 “색깔 마법사”와 “밍로는 어떻게 산을 옮겼을까?“(길벗어린이) 입니다. 그렇다고 아놀드 로벨의 최신작인 건 아니구요. “색깔 마법사”는 1968년, “밍로는 어떻게 산을 옮겼을까?”는 1982년에 각각 발표된 책들입니다.

아놀드 로벨의 그림책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편안한 그림 덕분에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기도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속에 많은 생각 꺼리와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어서 어른들 역시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이번에 서점에서 만난 두 권의 책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오늘은 먼저 “색깔 마법사”를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색깔 마법사

세상 만물이 아직 제 색깔을 갖고 있지 못하던 시절, 바로 ‘회색 시대’의 세상은 칙칙하고 지루합니다. 마법사도 아직은 ‘색깔 마법사’가 아니라 그저 ‘마법사’로만 불리던 시절이죠. 평화로와 보이긴 하지만 뭔가 좀 허전하고 재미 없어 보입니다. 마법사네 집 처마 밑에 널부러진 고양이의 심드렁한 표정 좀 보세요…

색깔 마법사

그러던 어느 날 마법사는 이상한 색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파랑’이라고 이름 짓습니다. 마법사가 지붕을 파랑색으로 칠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진 마을 사람들도 마법사에게 파랑색을 얻어다 저마다 여기저기 칠하기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온통 파랑색 천지가 되어 버렸어요. 지루한 회색 시대는 가고 ‘파랑 시대’가 시작된거죠. 마법사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파랑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색깔 마법사

하지만 파랑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파랑색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슬퍼졌거든요. 마지막으로 웃어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마법사는 새로운 색을 만들어냅니다. 이번엔 ‘노랑’입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을 사람들은 세상을 온통 노랑으로 물들였죠. 과연 ‘노랑 시대’는 완벽한 걸까요?

색깔 마법사

노랑 역시 오래 가지 못했어요. 노랑색은 너무 밝아서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졌거든요. 마법사 역시도 머리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대요.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노란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멋진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데 성공했죠. 바로 ‘빨강’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빨강도 사람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순 없었어요. 세상이 온통 빨강으로 뒤덮이자 사람들이 자꾸만 화를 내기 시작했거든요.

색깔 마법사

빨강색때문에 화가 나기는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마법사는 새로운 색을 만들기 위해 쿵쾅거리며 다시 지하실로 내려갔어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파랑, 노랑, 빨강 세 가지 색 말고는 다른 색이 만들어지질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색깔들이 항아리 밖으로 흘러 넘치더니 서로 섞이면서 형형색색의 새로운 색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파랑, 노랑, 빨강 외에도 보라, 주황, 초록, 갈색 등등 예쁜 색깔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번엔 어떤 색깔을 줄거냐고 묻는 마을 사람들에게 마법사는 이렇게 외칩니다.

“이것들을 모두 써야 해요!”

색깔 마법사

사람들은 색깔을 몽땅 가져갔어요.
그리고 색깔마다 어울리는 곳을 구석구석 찾아냈지요.
그 후, 마법사는 창문을 열 때마다
풍경을 바라보며 말하곤 했어요.

“정말 완벽하게 기분 좋은 멋진 날이야!”

아놀드 로벨의 종합선물세트

완벽한 색깔을 찾는 과정 속에 담긴 삶의 지혜

회색 시대에서 시작해서 파랑, 노랑, 빨강의 시대를 거쳐 세상을 위한 완벽한 색깔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 살펴 볼까요. 우선, 마법사는 자신이 만들어낸 멋진 색깔을 사람들에게 아낌 없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칠하기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서서 열심히 자신과 이웃을 위해 색깔을 칠했습니다. 바로 나눔과 협동, 서로 나누고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거겠죠.

그리고, 한 가지 색만으로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없음을, 여러 색깔들이 자신의 색을 마음껏 표현하고, 또 다른 색깔들과 어울려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내듯 나와 너, 우리 서로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담아서 말이죠.

색깔 마법사를 찾아라!

마을 전체를 보여 주는 장면들은 아주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마치 마을 전체를 그림 속에 담아낸 것 처럼 말입니다. 회색시대와 형형색색의 색깔로 채워진 마을에서는 마법사를 찾기 쉽지만 파랑, 노랑, 빨강 시대에서도 마법사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한 번 찾아 보세요. 힌트는 “마법사의 모자를 잘 기억해 두세요!” 입니다. ^^

색깔이 주는 감정의 변화

마법사에게 새로운 색깔을 받아서 새로운 색깔의 시대가 열리는 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즐거움이 넘쳐납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까지 모두 말이죠.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금세 모두 표정이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법사가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냈을 때나 마을 사람들이 불평하러 찾아왔을 때의 표정들이 모두 다르답니다. 마법사와 사람들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들여다 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 중 하나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색깔이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배울 수 있게 될겁니다. 단, 아이들에게 느낌을 강요하지는 마세요. 아놀드 로벨은 파랑을 ‘슬픔’의 색으로 표현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파랑’은 희망이거나 꿈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가지 색깔들에 대해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도 “색깔 마법사”가 나눠주는 기쁨이겠네요. ^^

만족감은 자기 스스로 기쁠 때 찾아옵니다.

아놀드 로벨 우화“(베틀북)에는 모두 스무편의 우화가 담겨 있는데요. 그 중 ‘춤추는 낙타’에서 발레 무용가가 되는 게 꿈인 낙타가 나옵니다. 모두들 낙타의 발레를 보고 혹평을 하지만 낙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고 날마다 혼자 춤추며 만족스럽게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아놀드 로벨은 말하죠. “만족감은 자기 스스로 기쁠 때 찾아온다“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회색 때문에 지루하고, 파랑 때문에 슬프고, 노랑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빨강 때문에 화가 난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다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요? 아놀드 로벨은 형형색색의 시대로 모두가 만족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서둘러 끝냈지만, 어쩌면 또 괴로와 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색깔들 중에서 나에게 맞는 색깔이 뭔지 알수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어차피 찾아야 한다면 불행한 이유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행복한 이유를 찾아 보는 게 훨씬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자~ 이 정도면 종합선물세트라고 하기에 정말 부족함이 없는 거 맞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