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는 날
늑대가 나는 날

글/그림 미로코 마치코 | 옮김 유문조 | 한림출판사
(발행 : 2014/07/03)


그림책 표지에 보이는 표범, 다람쥐, 박쥐 그리고 커다란 회색빛 늑대… 그림책을 활짝 펼쳐 보세요. 그림책의 앞뒤 표지 그림이 이어지거든요. 강렬한 색감의 멋진 동물 그림들이 표지부터 시선을 압도합니다.

늑대가 나는 날

우리 나라에서는 화창한 날 얌전하게 비가 내리면 호랑이가 여우한테 장가 드는 날이라 부르는데, 늑대가 나는 날은 대체 어떤 날일까요?

늑대가 나는 날

오늘은 바람이 세다.
휘잉휘잉 세차게 분다.

하늘색이 범상치 않네요. 거친 붓터치로 표현된 세찬 바람!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 바람을 거스르며 걸어 가고있는 아이 표정이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늑대가 나는 날

다음 장을 펼치니 바람이 세차게 부는 이유가 있었어요. 바로 하늘에서 늑대가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래요. 아, 늑대가 나는 날은 바로 이런 날이었군요. 하늘에서 뛰어다니고 있는 늑대 역시 아이처럼 아주 비장한 표정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바로 늑대의 마음이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날씨가 아주 괴팍한 날인가봐요. 멀리서 우르릉 쾅쾅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는 천둥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아, 고릴라가 가슴을 치고 있다.

늑대가 나는 날

거센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치솟습니다. 삐죽삐죽 하늘을 향해 치솟은 머리카락은 사실 머리에 고슴도치가 올라앉았기 때문이예요.

집에 돌아와 보니 책꽂이에 읽고 싶었던 책이 없어졌어요.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박쥐녀석이 가져 간 게 틀림없습니다 .’에이 설마…네가 제자리에 두지 않은거 아냐?’하고 묻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

늑대가 나는 날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덕분에 노래가 아주 잘 나왔습니다. 이렇게 노래가 잘 나온다면 가슴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요. 책을 가져간 박쥐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훨훨 다 날아갈 것 같아요.

피아노를 치면서 보니 성급한 다람쥐들이 시곗바늘을 몰래 돌려 놓는 바람에 시간이 이상하게 빨리 지나갔어요. 피아노 치는 일이 그만큼 즐거웠기 때문이겠죠.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늑대가 바람을 데려 왔고,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바람에 커다란 천둥소리가 들려 왔는데, 대체 이 비는 누가 몰고 왔을까요?

늑대가 나는 날

이 비는 치타가 몰고 왔어요. 치타가 한 마리 두 마리 모여들자 비도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거든요.

이윽고 고래는 커다랗고 커다란 밤을 몰고 왔고(고래가 커다랗고 커다란 밤을 몰고 왔다는 부분, 참 시적이네요. 아름다워요.) 순록이 쳐다보고 있어 쉽게 잠들지 못했던 나는 거북이가 천천히 제자리로 시간을 돌려놓는 것을 보고나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비가 그쳤다.
바람이 약해졌다.
천둥도 멈췄다.

내가 잠들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내가 잠들자 세상 모든 동물들도 멈춤!입니다. 내 상상력 없이는 더 이상 존재 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밖에는 천둥이 치든 안 치든, 비가 오든 안 오든…나의 잠과 함께 모든 것은 멈춤!

거센 비바람 부는 날,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그 특별한 하루를 표현한 그림책 “늑대가 나는 날”은 아이에게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정제 되지 않은 상상력을 표현한 듯 야생의 거친 느낌이 아주 강렬한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아, “늑대가 나는 날” 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하게  놓치지 말고 꼭 보세요, 달님의 정체가 나와있거든요.^^

잠 안오는 밤, 내가 안 자는 것이 아니라 순록이 쳐다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에는 고개가 끄덕여 졌어요. 아이를 키워본 엄마 아빠는 알죠? 아이는 “내가 그런게 아니라~”로 시작하는 말을 참 많이 하거든요. 아이가 앙큼해서라구요? ^^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예요. 그 시기에 아이들의 상상력 역시 폭발적으로 자라나죠. 그렇게 맘껏 상상하면서 아이들은 성장해요. 제 조카는 ‘홍학’ 얘기를 자주 했어요. “홍학이가 가져 가서 안 준대.” “홍학이가 이거 먹지 말래.” “홍학이 때문에~~” 이런 식으로요. 그 홍학이가 열 살 넘어가니 어디론가 훨훨 날아 갔는지 요즘엔 그런 얘기를 안 하더라구요.

작가 미로코 마치코는 인형극단에서 활동 하다 예술학교에 진학 한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해요. “늑대가 나는 날”은 그녀가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첫 작품으로 그녀는 이 그림책으로 2013년 일본그림책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작가의 홈페지를 방문해 보면 강렬한 터치와 색채로 그린 그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 작가가 그림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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