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원제 : The Empty Stocking)
리차드 커티스 | 그림 레베카 콥 | 옮김 최용은 | 키즈엠
(발행 : 2012/12/28)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는 리차드 커티스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리차드 커티스는 원래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 감독이죠.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 제목만 들어도 ‘아~ 그 영화!’ 할만한 유명한 작품들을 감독했습니다.

아이들 마음속에 쏙 들어앉은 듯한 레베카 콥의 그림은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죠. 좋은 영화로 명성을 날린 영화 감독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와 만나 함께 만든 첫 번째 그림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함께 보실까요~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샘과 찰리는 쌍둥이 자매예요. 둘은 똑같이 생겨서 남들은 전혀 구분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알아보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샘은 언제나 예쁘게 땋은 머리를 하고 있고, 찰리는 뺨에 포크 모양의 작은 흉터가 있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샘은 아주 얌전한데 찰리는 엄청난 말썽꾸러기랍니다. 뭔가 엉뚱한 사고를 치고 있다면 그건 무조건 찰리라고 보면 될 정도로 말이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찰리가 흥겹게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 가신대.’ 하는 캐롤을 불렀어요. 흥겨운 찰리와는 달리 가족들 표정은 왠지 좀 걱정스러워 보이죠? 작년까지는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사히 받았는데… 올 한 해 찰리가 여기저기 말썽 피운 것들을 돌아보자니 산타 할아버지에게 아무런 선물도 못받게 될까봐 그런 것 같아요.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아니나 다를까 엄마 아빠의 걱정대로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마음을 단단히 벼르고 오셨나봐요. 찰리가 서운해 할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대로 뒀다간 정말로 구제불능의 아이가 되버릴까 염려스러운 산타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용단을 내렸어요. 찰리에겐 선물을 안주기로요.

그래서 쌍둥이 자매가 자고 있는 방에 찾아 온 산타 할아버지는 양말 하나에만 선물을 가득 담아 주고, 다른 하나엔 정말로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 다른 집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모든 걸 다 알고 계신다던 산타 할아버지가 쌍둥이 구별법만은 모르고 계셨나봐요. 샘의 양말인 줄 알고 찰리의 양말에 선물을 가득 넣어 주고 가셨지 뭡니까.

그 와중에 찰리가 문득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양말을 확인해 보니 선물로 가득했어요. 샘은 어떤 선물을 받았을까 궁금해하며 찰리 양말을 들춰보니 선물은 하나도 들어 있질 않고 빈 양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어요. 샘이 아침에 일어나서 빈 양말을 보고 실망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죠. 그래서 찰리는 샘이 잠에서 깨지 않게 아주 살살 자신의 양말에서 선물을 꺼내서 샘의 양말에 담아줬어요. 선물의 개수를 정확히 세면서 똑같이 반으로 나눴죠. 그러다 나눠 갖기 싫을만큼 맘에 쏙 드는 선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찰리는 꾹 참고 똑같이 나눴어요.

이제야 마음이 놓인 찰리는 다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바로 그 순간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 계기판에 요란하게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전세계의 모든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골고루 나눠주고 이제 막 돌아가려는 순간이었죠.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대요. 산타 할아버지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기쁜 마음으로 샘과 찰리가 잠들어 있는 집으로 다시 찾아갔어요. 말썽꾸러기 찰리가 속마음은 이렇게 예쁜 아이였으니 두 번 걸음한 산타 할아버지의 발걸음도 즐거웠을겁니다.

찰리가 샘과 똑같이 나눈 덕분에 쌍둥이 자매의 선물이 담긴 양말은 홀쭉해 있었죠. 산타 할아버지는 사랑을 듬뿍 담아 샘과 찰리의 양말 모두 빵빵하게 채워줬답니다. 그리고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산타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호호호호호!

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산타 할아버지의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는 소리가 샘을 깨웠어요. 샘은 선물이 가득한 양말을 보곤 기뻐하며 찰리를 깨웠어요. 쌍둥이 자매 샘과 찰리는 엄마 아빠 방으로 달려가서 함께 선물을 하나씩 꺼내 보며 아주아주 행복해 했답니다.

이제 선물 양말이 홀쭉해졌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찰리는 양말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서 남은 선물이 없나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만져져서 꺼내 보니 루돌프코처럼 빨간 배지가 하나 들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배지에는 네 글자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답니다. 그건 샘의 양말엔 들어있지 않은 선물이었어요. 찰리는 아무에게도 그 배지를 보여 주진 않았지만 늘 달고 다녔대요. 자랑스러워하면서 말이죠.

배지에 써진 네 글자가 뭐냐구요? 글쎄요~ 한 번 맞춰 보세요! 마음씨 착한 아이라면 누구나 정답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문장 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몰랐을까?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몰랐을까요?’ 한글판 제목인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는 찰리의 마지막 반전에 촛점을 맞춘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영어 원제 “The Empty Stocking”을 곱씹어 보면 꼭 그런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텅 빈 양말’과 ‘산타 할아버지’, 그리고 ‘문득 잠에서 깬 찰리’가 엉뚱한 제 상상의 단서입니다.

첫번째 단서 ‘텅 빈 양말’, 왠지 시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요? 사람은 누구나 극한 상황에 몰리면 본심이 드러나게 마련이잖아요. 찰리가 샘의 텅 빈 양말과 선물로 가득한 자신의 양말을 발견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자신이 봐도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산타 할아버지는 궁금했던 것 아닐까요?

두번째 단서 ‘산타 할아버지’는 뭐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원래 모든 걸 알고 계신 분이잖아요. 그런데 샘과 찰리를 구별하지 못했다면 샘은 착한 아이고 찰리는 말썽장이였다는 사실도 알아서는 안되는거죠. 왜냐하면 누가 누군지 구별도 못하면서 1년 내내 말썽을 피운게 찰리였다고 확신하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세번째 단서 ‘문득 잠에서 깬 찰리’, 곤하게 잠들었던 찰리가 문득 깨어날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찰리는 하루 종일 말썽 피우느라 얌전한 샘보다 더 피곤할테니 찰리야말로 곯아떨어져야 하는거죠. 반대로 샘이 먼저 깨어났다면 이 이야기엔 아무런 반전도 감동도 없었겠죠. 원래 샘은 착하니까 얼마든지 쌍둥이 자매 찰리와 선물을 나눴을테니까 말이죠.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보면 산타 할아버지가 찰리를 시험한 게 틀림 없습니다. 시험이라기보다는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준거죠. 자신의 양말엔 선물이 가득 담겨 있고, 착한 샘의 양말엔 선물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상황을 제시하고 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진짜 선물을 줄지 말지 결정하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만약 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잠이 들었다면 산타 할아버지의 요술로 선물을 원래 주인인 샘의 양말에 옮겨 넣으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는 두 번의 감동과 재미가 있습니다. 리차드 커티스의 멋진 스토리가 주는 감동과 재미가 그 첫 번째구요. 두 번째 감동과 재미는 레베카 콥의 그림 속에 담겨진 이야기 속의 이야기와 수수께끼 때문이죠.

말썽꾸러기 찰리의 진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똑같은 쌍둥인데 어쩜 저렇게 다를까?’ 하는 소리를 늘 듣곤 하는 찰리. 찰리는 정말 구제불능 말썽장이일까요? 사람들은 찰리가 말썽을 피운 현장에서 짜증 섞인 눈으로 찰리를 보며 혀를 찼죠. 하지만 그 곁에 누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누가 있었는지 한 번 볼까요?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찾으셨나요? 사고 현장엔 찰리만 있었던 게 아니네요. 항상 샘도 있었어요.

아무도 몰랐지만, 찰리는 샘을 정말 사랑했어요.
찰리가 늘 소란을 피우며 장난을 쳤던 진짜 이유는 바로,
샘이 그걸 보며 즐거워했기 때문이지요.

아, 그런거였군요. ^^ 레베카 콥은 찰리가 엄청난 말썽꾸러기임을 보여주는 장면과 똑같은 그림으로 이야기 후반부에서 찰리의 진실을 밝혀 줍니다. 한 사람을 더 그려 넣어서 말이죠. 사랑하는 쌍둥이 자매 샘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때로는 위로하기 위해서 찰리는 심한 장난도 치고 짖궂은 말썸도 피웠던 거래요.

틀린 그림을 찾아라!

혹시 궁금해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통해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 양말에 선물을 담아 주는 동안 루돌프 사슴들은 뭘 하면서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지 말입니다. 레베카 콥은 야식을 먹는다고 주장합니다. 무슨 야식이냐구요? 정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무 울타리의 나뭇잎들을 먹어 치운대요.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크리스마스 이브 밤 11시 10분 샘과 찰리네 집입니다. 쌍둥이 자매는 침대에 누웠고 엄마 아빠도 잘 준비를 하고 있어요. 나무 울타리는 나뭇잎으로 무성하고 새들이 편안하게 앉아 있습니다.

※ ‘시간은 어떻게 알았지?’ 하고 궁금해 하는 분 있나요? 1층 식당에 있는 벽시계 보고 알았죠 ^^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산타 할아버지가 두 번째로 샘과 찰리네 집을 찾은 시간은 크리스마스 새벽 4시 50분. 샘과 찰리, 그리고 엄마 아빠는 곤히 잠들어 있고 산타 할아버지가 살금살금 쌍둥이 방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나무 울타리는 어떻게 된건가요?  루돌프 사슴들이 거의 몽땅 먹어 치웠네요. 가운데 배불룩한 루돌프 좀 보세요.

쉴 곳 잃은 새들은 굴뚝 위에 모여 있어요. 음… 아마도 산타 할아버지가 나오시면 루돌프 사슴들의 만행을 하소연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위 두 장면뿐만 아니라 그림책 속엔 같은 그림을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바꿔서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그 그림들 속엔 원래의 이야기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답니다. 어떤 이야기냐구요? 그건 보는 아이들마다 모두 다른 이야기들이겠죠. 아이들 마음 속에 담긴 상상의 이야기들이니까요. 그림 속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입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마지막으로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의 면지 한 번 볼까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로 가득한 면지. 사실은 본문 속 그림에 나오는 장면의 한 부분을 확대한 그림이랍니다. 아이와 함께 찾아 보세요! ^^


또 다른 크리스마스 그림책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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