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적
작은 기적

(원제 : A Small Miracle)
그림 피터 콜링턴 | 문학동네어린이


오늘 소개하는 크리스마스 그림책 “작은 기적”은 데이비드 위즈너와 함께 글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피터 콜링턴의 작품입니다. “작은 기적” 역시 글 없이 그림으로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 주고 있습니다. 피터 콜링턴은 원래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다 뒤늦게 그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림 한 장 한 장마다, 그리고 여러 장의 그림들로 이뤄진 장면 장면마다 사진가로서의 탁월한 구성력이 넘쳐나며 덕분에 마치 한 편의 멋진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듭니다.

작은 기적

천장이 마주 닿을 듯한 곳에서 깨어난 할머니,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화면이 서서히 커지면서 할머니의 집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마루는 여기저기 부서져 있고, 살림이라고는 식기구 몇개와 아코디언이 고작입니다. 창밖을 보니 한 겨울인 듯 한데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의 몸을 따스하게 데워줄 먹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 합니다.

할머니가 이 구석 저 구석 뒤져 보지만 아무런 요기 거리도 없습니다. 장을 봐야 할 것 같은데 쌈지돈 모아두는 상자 역시 아무것도 없습니다. 텅 빈 돈상자를 바라보며 실의에 빠진 할머니…..

온세상이 설레임 가득한 행복에 젖어 있는데 할머니 홀로 아침을 맞는 작은 공간만은 그런 행복들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작은 기적

할머니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려 아코디언을 짊어메고 마을로 향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분주한 거리 한 켠에서 시린 손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해 보지만 아무도 할머니에게 눈길 한 번 주질 않습니다. 날은 저물기 시작하는데 할머니의 돈상자는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는 아코디언을 팔아 돈을 마련합니다. 오랜 세월 자신의 손때가 묻어 깊은 정이 들었던 아코디언을 낯선 가게에 두고 돌아서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아코디언에 슬픈 입맞춤을 한 뒤 가게문을 나서는데 난데 없이 오토바이를 탄 녀석이 할머니의 돈상자를 낚아채서는 도망쳐버립니다.

오랜 친구와도 다름 없던 아코디언을 팔고 받은 돈마저 잃고 만 할머니, 이제 할머니에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연실색 넋이 나간 할머니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집으로 향합니다.

힘 없이 교회 앞을 지나던 할머니는 아까 그 오토바이 날치기가 교회 헌금함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작정 달려듭니다. 간신히 헌금함을 지켜낸 할머니는 헌금함을 제자리에 돌려 놓기 위해 교회 안으로 들어섭니다. 교회 안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 요셉, 그리고 아기 예수를 찾아 온 세 명의 동방박사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날치기 녀석이 헌금함을 집어 들고 나오는 길에 모두 어질러 놓은 모양입니다. 마굿간 지붕을 바로 세우고 아기 에수와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동방박사들을 가지런히 세워 놓은 후 할머니는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작은 기적

하지만 할머니는 무사히 집에 도착하지 못합니다.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지 못한 할머니는 하얀 눈밭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 교회에서 할머니가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던 인형들이 저 멀리서 달려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별빛에 이끌려 아기 예수를 찾아 왔던 것 처럼 그들은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할머니가 쓰러져 있는 곳까지 달려 온 듯 합니다.

작은 기적

할머니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 눕힌 후 이들은 분주해집니다. 동방박사는 그들이 지닌 황금, 유향, 몰약을 팔아서 음식을 사옵니다. 그리고 부서진 마루를 고치고 따스한 음식을 장만합니다. 마리아는 잠든 할머니 곁에서 할머니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감싸쥔 채 정성껏 돌봅니다.

작은 기적

아침과는 달리 따스한 온기와 맛있는 음식 내음에 할머니는 기운을 차리고 일어납니다. 집안은 따뜻하게 불이 지펴져 있고,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예쁘게 꾸며져 있구요. 그리고, 할머니의 유일한 재산이자 오랜 친구인 아코디언도 원래 놓여 있던 자리에 돌아와 있습니다.

할머니는 정성껏 차려진 음식을 배불리 맛있게 먹은 후 아코디언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온정을 베풀어준 이들을 위한 노래를 잔잔하게 부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집 작은 굴뚝에서 따스한 연기가 하늘에 빛나는 별을 향해 피어 오릅니다. 크리스마스의 축복의 순간입니다.

‘작은 기적’의 의미

피터 콜링턴이 글 없이 그림으로만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연 무엇일까요? 교회에 있던 인형들이 할머니를 구한 것이 그가 말하는 작은 기적은 아닐겁니다. 피터 콜링턴이 말하는 작은 기적은 이웃을 향한 바로 나의 관심과 배려 아닐까요? 내 주변에 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눠 주는 것, 나에게는 작은 것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우리가 내민 따스한 손길에서 작은 기적이 시작 됩니다. 할머니의 초라한 집 작은 굴뚝에서 피어 오른 작은 기적처럼 말이죠.

※ 참고로 “작은 기적”은 26분짜리 TV용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 피터 콜링턴의 “작은 기적”을 끝으로 12월 1일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그림책 어드벤트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습니다.(시원 섭섭한 이 기분…^^) 한 해의 끝자락! 서로에게 ‘사랑한다’, ‘한 해동안 정말 고마웠다’는 따뜻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아름답고 사랑 넘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 보내시길 바랍니다. ^^

또 다른 크리스마스 그림책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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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John
2021/12/24 11:38

2021년 12월 24일 11:37 작은 기적~ 우리 삶은 순간 순간이 기적입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받았으니~ 빚을 빛으로 갚을 수밖에요~ 가온빛에게도 빚을 많이 졌습니다. 복된 2021년 크리스마스 ~ 행복한 2022년 맞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1/12/30 20:29
답글 to  John

John님, 빚이라뇨~ 손주들에게 그림책 선물하는 John님과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가온빛은 행복합니다. 2022년에도 건강하시고 그림책으로 전하는 손주 사랑 계속 이어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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