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를 부탁해!
칠면조를 부탁해!

(원제 : Le Festin de Noel)
나탈리 다르정 | 그림 마갈리 르 위슈 | 옮김 박정연 | 맹앤앵
(발행 : 2009/11/02)


칠면조를 부탁해!

칠면조가 흔들의자에 앉아 열심히 읽고 있는 건 무슨 책일까요? 자세히 보니 ‘늑대, 여우, 족제비가 좋아하는 최고의 요리!’ 란 제목의 요리책이네요. 제목만 봐서는 요리책을 읽고 있는 칠면조 역시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식재료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칠면조는 왜 저렇게 열심히 읽고 있는 걸까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여우와 늑대, 그리고 족제비의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으로 희생되었던 칠면조가 그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는 친구가 된 재미난 사연이 담긴 그림책 “칠면조를 부탁해!” 지금 시작합니다~ ^^

세 친구 여우와 늑대, 그리고 족제비는 여우네 집에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합니다. 파티를 위해 여우는 진작부터 눈도장을 찍어뒀던 칠면조 한 마리를 잡아옵니다. 그런데, 칠면조가 좀 이상합니다. 잡혀 온 주제에 집이 지저분하다며 화를 냅니다. 파티를 위해 찾아 온 늑대와 족제비도 지저분하다고 칠면조에게 혼이 나서 손발을 깨끗이 씻고 나서야 집안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칠면조를 부탁해!

칠면조의 당당한 태도에 여우와 늑대, 그리고 족제비는 얼떨결에 칠면조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듣습니다. 청소도 깨끗이 해놓고 밖에 나가 먹을 것도 구해 옵니다. 칠면조를 잡아 먹기로 한 자기들의 계획을 까맣게 잊은 채 말이죠. 심지어는 칠면조가 해 준 맛있는 요리를 여우와 늑대, 족제비, 그리고 칠면조 이렇게 넷이서 사이 좋게 먹고 카드 놀이까지 했어요. 이제 세 친구가 아니라 ‘네 친구’가 된 걸까요?

칠면조를 부탁해!

칠면조의 꾀는 계속 됩니다. 여우와 늑대, 그리고 족제비가 정신을 차릴 틈을 주지 않고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를 위한 온갖 일들을 시켜댑니다. 세 친구는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칠면조의 지시를 순순히 그리고 열심히 따릅니다. 칠면조가 해 주는 맛있는 요리, 그리고 재미난 카드 놀이, 능숙한 집안 살림과 파티 준비에 여우, 늑대, 족제비 세 친구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칠면조에게 조금씩 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파티 준비중인 세 친구들 뒤에서 칠면조가 요리를 하며 혼자 중얼거리듯 이야기합니다.

“난 포도주에 익혀지고 싶은데,
이 요리법은 참 어려울 거야.
너희들 잘 해낼 수 있겠니?”

칠면조를 부탁해!

그리고, 넋이 빠진 채 칠면조를 쳐다보는 세 친구들 표정 좀 보세요. 자신을 잘 요리할 수 있겠냐고 묻는 칠면조의 말에 방금 전까지도 파티 준비에 신나 하던 세 친구들이 갑자기 멍해집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쿠키도 다 잊고 칠면조의 말에 망연자실해진 세 친구…

그림을 잘 보세요. 아까 위에서 본 그림에서 배경만 쏙 빠지고 여우, 늑대, 족제비 세 친구와 칠면조만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칠면조의 말에 미안함, 놀람, 망설임 등 온갖 생각이 교차하는 세 친구의 심정을 방금 전의 똑같은 그림에서 배경과 크리스마스 트리, 쿠키 등을 쏙 빼버림으로써 기가 막히게 표현했네요.

칠면조를 부탁해!

결국은 칠면조가 좀 더 살이 찌면 잡아 먹기로 하고 이번 크리스마스엔 여우, 늑대, 족제비, 그리고 칠면조까지 넷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함께 하기로 합니다. 다음 해 크리스마스엔 어떻게 됐냐구요?

매년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칠면조가 더 살찌도록 또 다음 크리스마스로 미루며 네 명의 친구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어요

좋은 친구란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

잡아 먹으려고 했던 칠면조가 해준 요리를 먹고, 그 칠면조와 함께 카드 놀이를 하고, 또 다정하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해 가는 과정에서 여우와 늑대, 그리고 족제비 세 친구의 마음 한 구석엔 어느새 칠면조가 자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맛있는 음식, 평범한 일상, 그리고 신나는 파티를 함께 하며 세 친구와 칠면조는 그들만의 추억을 함께 나누게 됩니다. 넷은 그렇게 친구가 된 겁니다. 이제 칠면조가 없는 세 친구의 삶은 허전할 수 밖에 없어요. 하나 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 셋 보다는 넷이 더 좋잖아요!

관습의 벽을 허물고 마음 문을 활짝 여는 용기

여우와 늑대, 그리고 족제비 세 친구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몸에 배어 있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여우나 늑대, 족제비들이 이들에게 삿대질 하며 놀려댔을지도 몰라요. 먹는 음식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칠면조는 음식이지 친구가 아니라고, 조상 대대로 그래 왔다고 말이죠.

마음 가는대로 따르지 않고 주변의 시선만을 의식해서 칠면조를 한 입에 잡아 먹었다면 세 친구들은 죄책감에 시달렸을겁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때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 손발을 씻을 때마다, 지저분해진 집을 청소할 때마다, 재미난 카드 놀이를 할 때마다 칠면조가 떠오르고, 그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겠죠. 칠면조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없는 건 당연한거구요.

다행스럽게도 세 친구에겐 남들의 이목이나 관습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었어요. 그래서 세 친구는 칠면조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었죠. 덕분에 항상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집에서 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해마다 크리스마스엔 신나는 파티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행복한 삶과 즐거운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하다 더 생겼죠.

발칙 까칠한 칠면조 아가씨와 멍청한 듯 순진한 여우, 늑대, 족제비 세 친구의 알콩달콩 재미난 크리스마스 파티이야기 “칠면조를 부탁해!” 였습니다.


또 다른 크리스마스 그림책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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