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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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글/그림 신혜원 | 사계절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날,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할머니는 먹을 걸 어디서 사와?”

언제나 먹을거리가 넘치는 할머니댁, 그런데 할머니는 그걸 다 어디서 사오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글쎄요, 할머니는 요술을 부리시는 걸까요? 할머니만 아는 비밀 가게를 가지고 계신 걸까요?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아이는 할머니가 주신 달걀을 먹으며 직접 할머니에게 여쭤보았어요.

“할머니, 이 달걀은 어디서 샀어요?”

“사긴, 우리 집 암탉이 매일 딱 하나씩 주지!”

할머니와의 대화 옆으로 아이의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닭이 운영하는 가게(‘내 달걀 판다’라는 익살스런 가게 이름)에서 달걀 1000원어치 사는 할머니 모습, 달걀 한 개만 달라 애원하는 할머니에게 잔뜩 거드름 피우는 표정으로 “그럼 노래 불러!”하고 반말 찍!하는 암탉의 모습, 달걀 주면 안 잡아 먹는다며 인질극을 벌이는 사나운 할머니에게 울면서 달걀을 한 알 바치는 닭의 모습(그리고 그 옆에서 눈물 흘리는 병아리들) …….

할머니의 대답을 들은 아이가 상상하는 장면은 마치 아이가 그림일기를 그린 듯 단순한 선으로 익살스럽게 그려졌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일까요? 할머니는 어떤 방법으로 매일 딱 하나 주는 달걀을 암탉에게서 받아 오는 것 일까요?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할머니가 먹거리를 내 주실 때마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질문을 합니다. 나물이며 뻥튀기, 땅콩, 곶감은 어디서 났는지를요. 그 때마다 할머니의 대답은 모두 똑같습니다. 나물은 봄이 오면 마당에서 쑥쑥 올라오는 것이고, 뻥튀기는 여름에 열린 옥수수를 말려 놓았다 뻥튀기 할아버지에게 가서 튀긴 것이고, 땅콩은 가을에 흙속에서 주렁주렁 달려 나온 것이며, 곶감은 늦가을 감나무가 주었다는군요.

할머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주셨는데, 아이는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웬지 할머니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아이의 상식으로는 달걀이며 나물, 뻥튀기며 땅콩, 곶감 그런 것들은 모두 마트나 시장에서 사는 것 이니까요. 할머니가 직접 따고 말리고 거두는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할머니에겐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검은 봉다리 하나 들고 마실 나간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마을 정자에 동네 할머니들이 모두 모여 계셨어요. 모두들 아이를 보고 이리 와서 이거 먹으라며 먹을거리를 잔뜩 보여주십니다. 아이가 놀라 그거 다 어디서 샀느냐 물었더니 할머니들 대답이 아주 재미있네요.

어여 와서 먹어
잔말 말고 먹기나 해.
아주 맛있어!
사긴, 이런 걸 어디서 사!
밭에서 나온 거지!
사고 싶어도 못사!

할머니들 대답은 모두 똑같습니다. 마치 서로 미리 짠 것 처럼 말이죠. 비밀을 여전히 풀지 못한 채로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할머니는 보따리 보따리 먹을거리를 잔뜩 싸 주셨어요. 도대체 이 많은 먹거리들을 할머니는 어디서 가져오시는 건지……. 할머니에겐 분명 ‘뭔가’ 있습니다.

그럼 대체 할머니에게 분명히 있는 그 뭔가는 대체 뭘까요? ^^ 손주가 집으로 돌아 간 뒤 할머니에게 있는 ‘뭔가’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매일 닭 모이랑 물을 챙겨 주러 닭장에 갑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닭들이 낳은 알들을 들고 오세요.

봄이 오면 할머니는 들에서 캐온 각종 맛난 나물들을 데쳐 따뜻한 봄바람에 정성껏 말려 놓고 동네 친구들과 돌아가며 밭을 갈아 각종 씨앗을 심어 둡니다. 이렇게 할머니의 바쁜 봄 날이 지나갑니다.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여름이 오면 쑥쑥 자란 옥수수를 따시느라 바쁘십니다. 바쁜 와중에도 자식들 먹일 생각에 갓 딴 옥수수를 택배 박스에 포장하시는 할머니.

가을에는 땅콩을 거두시느라 할머니는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집니다. 캐고, 씻고, 삶고, 말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는 감도 따 놓아야 해요. 감 껍질을 깎아 실에 줄줄이 꿰어 곶감도 만들어 놓으시죠.

할머니에겐 뭔가 있어!

그렇게 계절이 지나면서 할머니의 처마 밑에는 먹을거리가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물론, 옆집에도, 윗집에도, 아랫집에도, 건넛집에도 모두 모두 먹을거리가 쌓여가죠. 이때 쯤 되면 할머니들은 이제나 저제나 우리 아이들이 올까 손꼽아 기다리세요. 자동차 소리만 들려도 우리 아들일까? 우리 손주일까 내다 보시는 할머니들…… 그 모습에 웬지 마음 한 켠이 짠~ 해지네요.

가슴에는 자식들에 대한 무한 사랑, 온 몸에는 평생을 쉼 없이 달려오신 부지런함. 그리고 계절에 순응해 살아가는 삶의 소박한 지혜, 그것이 바로 할머니에게 있는 ‘뭔가’의 비밀입니다. 할머니 손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요술손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입니다.

신혜원 작가의 책들을 읽다 보면 살포시 웃게 됩니다. 나의 이야기, 내 엄마의 이야기, 내 할머니의 이야기, 그들이 전해 주는 행복하고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따뜻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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