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와 염소 새끼 – 권정생

강아지와 염소 새끼
책표지 : 창비
강아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 그림 김병하 | 창비

가온빛 추천 그림책?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말뚝에 매인 채 졸고 있던 염소에게 누군가 놀자며 염소를 불렀습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염소. 누가 염소를 불렀을까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

강아지가 해맑은 표정으로 깡충깡충 염소에게 뛰어옵니다. 그런데 염소는 강아지가 못마땅한 모양이네요. 듣기 싫다며 귀를 막고 돌아 앉았거든요. 귀도 막고 입도 댓발 튀어 나온 염소. 무엇 때문에 토라졌을까요? 염소와 대조되는 강아지의 표정이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그냥 돌아서지 않습니다. 염소에게 깡총 뛰어올라 뒤를 잡아 당겼어요. 웃고 있는 강아지와 달리 짜증이 솟구칠 때로 솟구친 염소 새끼.(새끼 염소가 아닌 염소 새끼라는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

처음엔 못들은 척 돌아 앉았던 염소는 정말 골이 난 모양입니다.

으으으으으…… 터지기 일보직전의 염소의 표정, 정말 리얼하죠? 가만 보니 까만 염소 이마에 이제 막 뿔이 돋기 시작했어요. 저 뿔로 콱 받아 버릴 것 같은 표정, 하지만 이 표정이 왜 이리 귀여울까요? 마치 어린 동생이 같이 놀아 달라 조르는 통에 잔뜩 화가 난 큰 아이 얼굴 같은 그런 표정이 떠올라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

염소가 쬐그만 뿔대가리를 쑥 내밀고 콱 떠받았지만…… 강아지는 날름 비켜버렸어요. 쿠당탕, 염소는 그 자리에 쿡 쳐박히고 말았죠. 염소는 더욱 더 부아가 치밀었고, 강아지는 이렇게 같이 놀자는 건가 하는 순진한 표정으로 더욱 신이 났습니다.

염소는 골이 나서 자꾸만 떠받았지만, 이럴 수가요. 밧줄이 모자라서 강아지를 쫓아갈 수가 없습니다.

강아진 좋아라고 용용 놀리고
염소 새낀 골이 나서 엠엠 내젓고

염소는 화가 나 어쩔 줄 모르는데 강아지는 신이 났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놀이가 세상에 어디있을까 싶은 표정이예요. 그림책을 보는 우리들도 강아지처럼 재미가 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

염소의 몸부림에 말뚝이 쑤욱~ 뽑혀버렸습니다.^^

뽑혀진 말뚝을 바라보는 강아지와 염소의 모습, 이제 자유의 몸이 된 염소도 강아지도 순간 멍한 표정입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는 듯 몇 초간의 정적이 느껴집니다. 5…..4….3…2..1 뭐 요런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내 상황 파악 끝! 그렇다면 이 둘이 해야 할 일은?

강아지와 염소 새끼

그렇죠.  강아지는 죽어라 줄행랑을 치고 ‘너 이제 딱 걸렸어!’ 하는 표정으로 염소는 죽어라 강아지를 쫒아 갑니다. 푸른 하늘 아래 평화롭기만 한 언덕 위에서 두마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누가 이기이나?

그러게요. 누가 이길까요? 강아지가 염소를 실컷 골려 먹었으니 한 번쯤 호되게 당할까요? ^^ 잔뜩 화가 나 강아지를 쫓아가는 염소의 표정과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 치는 강아지의 표정이 대조적이네요. 그리고 둘의 상황에는 관심 없다는 듯, 푸르른 하늘 두둥실 흰구름, 둥근 언덕의 여백이 많은 배경은 참으로 평화롭기만 합니다.

이렇게 쫓기고 쫓던 강아지와 염소는 함께 달리다 화가 풀어진답니다. 다음장을 넘기면 여전히 둘은 달리고 있지만(하늘색이 변했을 만큼 시간이 지나갔어요.) 표정이 활짝 웃고 있거든요. 화가 많이 났을 때 숨차게 달리고 나면 한 방에 잊어버리고 말았던 기억, 혹시 갖고 계신가요?

우리가 언제 그랬는데…… 하는 표정으로 둘은 신나게 언덕을 달리고 있어요. 아, 참 예쁜 이야기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강아지와 염소를 따라 나도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아니네요. 신나게 언덕을 뛰어다니던(어쨌든 여전히 쫓고 쫓으며) 강아지와 염소 머리 위로 제트기가 ‘쏴~ 우르르릉’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날아갔거든요. 순간 너무 놀란 바람에 골대가리는 다 잊어 버렸대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

골대가리 다 잊어버렸다
골대가리 다 잊어버렸다
다 잊어버렸다

강아지와 염소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웬지 익숙합니다. 바로 이 시를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뒷모습이거든요. 강아지와 염소가 한바탕 뛰어놀고 난 후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의 이 장면이 짠하게 느껴집니다. 노을 지는 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멀리 배경 속으로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 모습이며 들녘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 머얼리 교회 종탑도 보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기거하셨던 안동 조탑리 마을의 모습이에요. 이윽고 밤이 찾아온 마을의 모습 역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평화 속에 잠긴 모습입니다.(염소와 강아지가 함께 살고 있는 권정생 선생님의 집을 찾아 보세요.)

이 그림책은 권정생 선생님이 열다섯 살 즈음에 쓴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그림책이예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시는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2011년 발표되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강아지와 염소새끼”의 시에 김병하 작가는 놀기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강아지는 선 중심으로 파스텔로 가볍게 그려내 생기를 더했고, 새침떼기 염소는 유분이 섞인 콩테로 그려내 성격이 다른 두 등장 인물의 느낌을 달리 했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른 강아지와 새끼 염소의 표정이며 각각의 상황에 맞는 그림들이 맑은 시에 잘 어우러지며 글을 더욱 풍성하게 살려주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닌 염소와 강아지가 할아버지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어린시절 하루 종일 뛰어다니며 놀다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던 순간의 풍경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동심의 세계로 문을 열어주는 그림책 “강아지와 염소 새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세상이야말로 권정생 선생님이 평생토록 꿈꾸었던 세상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 마음껏 뛰어놀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것 입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강아지가 깡충깡충
다가왔지

“듣기 싫어”
냐금냐금 먹음쟁이
염소 새끼 못 본 체하지

강아진 놀고파서
곁으로 와 깡충! 덤비지

염소 새끼 봐아라
정말 골이 났네
쬐그만 뿔대가리 쑥 내밀고
콱 떠받았지

살짝꽁
꾀보쟁이 강아지
날름 비키지

염소 새낀 자꾸자꾸
골이 나서 떠받지만
밧줄이 모자라서 더 못 가네

에에에 엠 요놈 죽이인다!”
염소 새낀 밧줄을 떼려고
기를 쓰지

“용용 죽겠지 날 잡아 봐아라”
나알름 패앨짝

강아진 좋아라고
용용 놀리고
염소 새낀 골이 나서
엠엠 내젓고

누가 이기이나?
누가 이기이나?

“쐬-ㅇ 우르르릉
요놈들아-!”
제뜨기가 숨었다가
갑자기 호통치며 나왔다

“엄마야!”
강아진 귀를 오므리고
깨갱 깽 달아났다

염소 새끼도
눈이 뗑굴
하늘을 쳐다봤다

골대가리
다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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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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