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원제 : Super Hair-O And The Barber Of Doom)
글/그림 존 로코 | 옮김 김서정 | 다림
(발행 : 2014/07/10)

가온빛 추천 그림책?


그림책 작가 중에서 아이들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작가를 꼽으라면 전 단연코 존 버닝햄 할아버지를 뽑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젊은 작가로는 여자는 레베카 콥, 남자는 존 로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에 소개된 존 로코의 그림책은 “앗, 깜깜해”,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폭설”, 이렇게 세 권입니다. 세 권 모두 철부지인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속이 꽉 찬듯 의젓해 보이기도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잘 그려져 있는 그림책들입니다.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는 이 중에서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입니다.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슈퍼 영웅들은 제 각각의 슈퍼 파워를 지니고 있고 그 힘들은 모두 각각의 힘의 원천을 갖고 있다고 믿는 꼬마. 슈퍼 영웅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들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상에 젖어 들게 되죠. 이 꼬마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파워맨은 반지, 로봇 소녀는 인공 팔, 자신은 머리카락에서 슈퍼 파워가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머리를 저렇게 잔뜩 기르고 있었던 거군요.

누구나 한 번쯤 어릴적에 이 꼬마 같은 시기를 거치게 마련이죠. 특히나 남자들이라면 십중팔구가 아니라 열명이면 열명 모두일 겁니다. ^^

제가 어릴 땐 일요일 아침마다 TV에서 ‘슈퍼 특공대’라는 만화 영화를 해 줬었습니다.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 등등 온갖 슈퍼 히어로들이 한 팀의 특공대가 되어 악의 무리들을 무찌르는… 오후에 골목 어귀에 모여든 사내 아이들은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어 누가 더 힘이 센지 우기느라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곤 했었죠. 조금 더 어릴 적엔 보자기를 망토처럼 걸치고 재봉틀이나 서랍장 위에 기어 올라가서 잔뜩 쌓아 놓은 이부자리 위로 뛰어 내리기를 무한 반복하다 엄마의 그만하라는 고함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했었구요. ^^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친구들과 모여 각자의 능력을 한껏 뽐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림책 속 주인공 꼬마 역시 제 어릴적과 다르지 않네요. 어쨌든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슈퍼 파워의 원천이 머리카락이라고 믿는다는 겁니다. 머리카락으로부터 힘을 얻는 꼬마 슈퍼 영웅들이 모이면 천하무적! ^^

※ 가슴에 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꼬마는 아무래도 “앗, 깜깜해”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어요. ^^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슈퍼 히어로 영화가 그렇듯 우리 꼬마 영웅에게도 위기가 닥쳐옵니다. 슈퍼 파워의 근원인 머리카락을 잘리게 될 위험에 처하고 말았어요. 이 그림책의 원제가 왜 ‘Super Hair-O and The Barber of Doom’인지 이제 알겠네요. ‘Hair-O’는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임을 암시하면서 ‘hero’와 비슷한 발음이죠. 그리고 아빠에게 끌려가 머리카락을 잘리게 된 아이 입장에서 이발사 아저씨는 악의 축일 수밖에요. 게다가 이발사 아저씨와 먼저 머리를 자르고 있던 손님 인상은 마치 나쁜 놈 대장과 2인자 같지 않나요? ^^

그나저나 아이 머리만 문제가 아니라 아빠도 이발 좀 하셔야겠네요. 아마도 엄마 잔소리에 등떠밀려 이발소에 가기는 아빠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우리의 꼬마 슈퍼 영웅은 죽음의 이발사에 처절히 맞서 싸우지만 못된 당나귀 의자가 꽉 붙들고 있는 바람에 그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바닥에 처참히 쌓인 머리카락들… 아이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슈퍼 파워의 근원인 머리카락을 잃었는데…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죽음의 이발사에게 슈퍼 파워를 빼앗기고 축 처진 채 다른 슈퍼 영웅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보지만 친구들도 이미 모두 당하고 말았습니다. 자전거랑 놀이기구들조차 축 늘어져 보이네요. 힘을 잃은 우리의 꼬마 영웅들은 모두 그들 고유의 색깔을 잃고 회색톤만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빠 손에 끌려 이발소에 가는 장면이나 머리카락을 잘리는 장면에서는 아이만이 색깔을 지니고 있었네요. 아빠나 이발사, 손님 모두 회색톤이었구요.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우리의 꼬마 영웅들 모두 축 처져 있는 있을 때 갑자기 한 여자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러 달려 왔습니다. 비록 슈퍼 파워는 잃었지만 위험에 빠진 친구를 모른 채 할 우리의 꼬마 영웅들이 아니죠. 방금 전까지도 힘없이 늘어져 있던 꼬마 영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아이를 구해냅니다.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우리 슈퍼 파워는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게 아니냐!

라고 말이죠.

지금껏 힘의 원천이라고 믿어왔던 머리카락을 말끔히 잘려 버리긴 했지만 진정한 용기는 머리카락이 아닌 자신들의 마음 속에서 나오는 거라는 걸 깨달은 꼬마 영웅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또 다시 뭉친 이들이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늠름하기보다는 앙징스럽고 한없이 귀엽기만 하네요.

슈퍼 영웅을 동경하는 건 어린 아이들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의 손길이, 누군가의 격려와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절실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럴 때 내 곁에 다가와 나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는 이야말로 우리 삶의 슈퍼 영웅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내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만으로도 우리 모두 슈퍼 영웅이 될 수 있겠네요! ^^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그림책 앞쪽 작가 소개 페이지에서 존 로코는 자신의 어릴적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실제로 절대로 이발소에 가지 않았었대요. 그렇게 해서 얻은 슈퍼 파워를 그림책 만드는 일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하네요. ^^ 현지에서는 실제로 이런 모양의 가발을 뒤집어 쓰고 아이들을 위한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을 한글로 옮긴 김서정 작가는 어린 시절 목욕탕 가는 걸 싫어했다는군요. 그런데, 존 로코 같은 슈퍼 파워는 생기지 않았대요. 하지만 나름의 파워를 길러서 어린이책을 직접 쓰기도 하고, 외국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슈퍼 파워가 생기지 않았다는 건 겸손일 뿐이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은 엄청난 슈퍼 파워가 필요할테니까요~ ^^


존 로코의 다른 그림책들

앗, 깜깜해 | 폭설


그런데,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을 보면서 앞쪽과 뒤쪽 면지가 뒤바뀐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꼬마 슈퍼 영웅들의 슈퍼 파워의 원천은 바로 긴 머리카락인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앞쪽 면지는 머리가 짧고, 뒷쪽 면지엔 머리가 길거든요. 그림책 내용상 앞쪽에 긴 머리 그림이 들어가고 뒷쪽 면지엔 머리를 잘린 이후에도 변함없이 씩씩한 꼬마 슈퍼 영웅들의 그림이 들어가야 맞을 것 같은데 말이죠.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그림책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의 앞쪽 면지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그림책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의 뒤쪽 면지

그래서 확인해봤습니다. 마침 영문판 원서를 들여다 놓은 서점이 있더라구요. 가서 확인해 보니 긴 머리를 자르기 전의 그림이 앞쪽 면지에 있었습니다.

존 로코의 그림책 중 한글판은 모두 ‘다림’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기획 의도가 있어서 영문판과 달리 앞뒤 면지를 뒤바꾼 거라면 아무 문제 없는 거겠고, 제본이 잘못된 걸 알았지만 되돌리기엔 늦어서 그냥 시중에 배포한 거라면 독자로서는 서운한 문제겠죠?

혹시나 알고서도 돌이킬 수 없어 이렇게 된 거라면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테고, 아직 들여오지 않은 존 로코의 그림책들을 모두 들여와 주는 걸로 그 미안한 마음을 독자들에게 갚아 주면 참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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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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