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독
블랙 독

(원제 : Black Dog)
글/그림 레비 핀폴드 | 옮김 천미나 | 북스토리아이
(발행 : 2013/02/15)

※ 201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 2013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가온빛 추천 그림책


레비 핀폴드는 그림책 “블랙 독”으로 201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Kate Greenaway Medal)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케이트 그린어웨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영국에서 발행된 그림책 중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은 예술적 퀄리티를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미국에 칼데콧상이 있다면 영국에는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이 있습니다.

그럼 오늘 소개할 “블랙 독”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블랙 독

그림책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이 그림은 안개 낀 겨울 숲 어딘가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동물의 발자국으로 묘한 분위기를 이끌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블랙 독

검은 개 한 마리가 집 앞에 찾아 온 것을 본 호프씨는 당장 경찰에 신고했어요.

“우리 집 앞에 호랑이만 한 검둥개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경찰 아저씨는 별 일 아니라는 듯 껄껄 웃으며 집 안에만 있으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블랙 독

뒤이어 일어난 호프 아주머니도 밖에 있는 블랙 독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주머니는 코끼리만한 검둥개가 있다고 소릴 쳤죠. 겁에 질린 아빠는 우리가 여기 있는걸 모르게 모두 불을 끄라고 소리칩니다. 칫솔질을 하던 딸 애들라인은 밖에 있는 블랙 독이 티라노사우루스만 하다며 깜짝 놀랐어요. 블랙 독이 들여다 보지 못하게 커튼을 닫기로 했어요. 잠에서 막 깬 아들 모리스는 블랙 독이 빅 제피만하다고 소리쳤어요. 가족들은 모두 이불 밑에 숨기로 했어요.

처음에 그냥 평범한 개만했던 블랙 독은 가족들이 놀라 소리칠 때마다 꼭 그들이 놀란만큼 커지기 시작합니다. 호랑이만큼, 코끼리만큼, 티라노사우루스만큼, 빅 제피만큼……

그런데 온 가족이 불을 끄고 커튼을 닫고 이불 밑에 숨자며 허둥대고 있는 순간, 밖에 도사리고 있는 블랙 독보다 더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아요. ‘꼬맹이’ 막내가 다짜고짜 현관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거든요. 사실 막내는 첫 페이지에서 아빠가 처음 블랙독을 발견한 순간부터 가족들과 함께 있었어요. 놀라서 허둥대는 아빠를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면서요.

차근차근 옷, 양말, 장갑, 모자까지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 꼬맹이가 현관문 밖에서 마주한 것은……

블랙 독

이렇게나 어마어마하게 커진 블랙 독이었습니다.

막내와 블랙 독의 첫 만남, 마법의 돌을 찾아 호그와트의 지하실로 향한 해리 포터가 거대한 삼두견 플러피와 마주치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  콧김 한 방이면 막내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듯 블랙 독의 크기가 어마 어마하게 보이네요. 블랙 독은 호프 씨 가족 마음 속 두려움을 먹고 이렇게 커다랗게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맹랑한 막내는 블랙독에게 이렇게 소리쳤어요.

“우아, 너 덩치가 진짜 크구나! 그런데 여기서 뭐하는 거니, 덩치야?”

블랙 독

막내는 ‘나를 잡아먹으려면 먼저 나부터 잡아야 할걸.’ 하고 외치며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
따라오고 싶으면 덩치를 줄여라.”

이렇게 자작곡까지 신나게 부르면서요. 막내는 숲으로, 연못으로, 놀이터로 달렸어요. 블랙 독은 열심히 막내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막내를 열심히 따라가면 갈수록 블랙독의 몸집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해요. 마지막에는 고양이 문을 통과한 막내를 따라 블랙 독도 그 작은 문을 통해 집으로 쏙~ 들어왔죠.

블랙 독

고양이 문 앞에서 막내는 빨래 바구니를 블랙독에게 뒤집어 씌우고는 “잡았다!” 소리쳤습니다. 잔뜩 쌓아둔 잡동사니 뒤에 숨어서 떨고 있었던 가족들은 가까이에서 블랙독을 보자 어마어마하게 크지도, 무시무시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어요. 그리고는 꼬맹이의 용기를 기특하게 생각했어요.

“무서워할 거 하나도 없어.”
그렇게 대꾸하며 꼬맹이는 난롯가로 다가갔습니다.
그 뒤를 검둥개가 졸래졸래 따라갔습니다.

두려움은 ‘저 너머 알 수 없는 무언가’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에 때론 실제보다 훨씬 커지기도 합니다. 한 번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두려움은 상상의 힘을 빌려 점점 더 커지기 마련이예요. 블랙독의 이미지는 바로 호프 씨 가족이 만든 상상의 결과였어요. 사실 용기 내어 마주하고 보면 별 일 아닌 경우가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과 마주해야 합니다. 처음 접하는 것, 처음 보는 것, 처음 듣는 것…… 처음은 누구에게나 설레임과 함께 두려움도 가지고 오지요. 그때마다 불을 끄고 커튼을 내리고, 이불 밑에 숨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커튼이 드리운 어두운 집 안 이불 속에서 떨고 있어야만 할거예요.

‘무서워 할 것 하나도 없어.’

블랙 독

마음 속에 꾹 새기자구요. 책 속 막내 꼬맹이가 문을 열고 검은 개를 마주했듯이……

자기 안의 두려움과 당당히 마주했던 꼬맹이 막내가 두려움의 상징이었던 블랙 독을 꼭 안고 있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두려움과의 영원한 동행 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에 더욱 여운이가네요.

※ 블랙 독(Black Dog)은 원래 영국 전설 속 검은 개의 모습을 한 유령을 말한다고 합니다. 주로 밤에 나타나는 블랙 독은 보통 개보다 크고 불타는 눈을 가지고 있대요. 블랙 독이 보인다는 것을 죽음의 전조로 여길만큼 불길한 징조를 뜻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윈스턴 처칠은 ‘나는 평생 검은 개와 함께 살아왔다’라며 자신이 평생 앓아 온 우울증을 ‘Black Dog’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요. 블랙 독은 우울증이나 낙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원래 우울증을 표현하는 ‘Depression’의 관용적 표현으로 흔히 사용된다고 해요. 

※ 빅 제피(Big Jeffy) : 아들 모리스는 블랙 독을 보고는 ‘빅 제피’만하다고 소리칩니다. 한글판엔 해당 페이지에 각주를 달아서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 딸 애들라인과 아들 모리스의 대화를 보면 그 빅 제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애들라인이 ‘빅 제피가 뭔데?’ 하고 묻자 모리스는 ‘몰라도 돼!’ 라고 말하거든요. 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이라면 애들라인 역시 모를리 없지 않나요?

아마도 모리스의 상상 속의 친구나 괴물 아닐까요? 제 생각엔 모리스 침대 밑에 잔뜩 늘어 놓은 인형들 중 베개와 체스판 사이에 있는 파란색 괴물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 싶어요 ^^(구글링을 해보니 영문판엔 이와 같은 각주가 없습니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웹상에서만 체크한 것이라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영문판 갖고 계신 분 있다면 댓글로 좀 알려 주세요~ ^^)

※ 업데이트 : 글 올린 후 마침 영문판 비치된 도서관이 있어서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영문판엔 빅 제피에 대한 각주가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2015/01/21. 15:00)

블랙 독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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