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5/01/29
■ 업데이트 : 2015/04/27


바삭바삭 갈매기
책표지 : Daum 책
바삭바삭 갈매기

글/그림 전민걸 | 한림출판사

가온빛 추천 그림책?


 수 년전 석모도 가는 배를 따라다니며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세상에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다 생각을 했었어요. 물고기만 먹을거라 생각했던 갈매기가 새우깡이라니, 새우도 아니고 말이예요. 한 번쯤 석모도 가는 배를 타고 아이와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줘봐야겠다 뭐 그런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온 가족이 새를 무서워했던 탓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석모도 가는 뱃길에는 갈매기가 함께 한다고 하네요. 배를 타는 사람들은 여전히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지고 있구요. 그림책 “바삭바삭 갈매기“는 여러모로 석모도 새우깡 먹는 갈매기를 떠오르게 했던 그림책입니다.

바삭바삭 갈매기

큰 바위섬에 살고 있는 갈매기는 따뜻한 바람이 불면 높이 날아올라 물고기 떼를 찾고, 배가 부르면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며 파란 하늘, 구름 아래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사람들을 잔뜩 실은 커다란 배가 바위섬으로 다가 왔고, 배 뒤쪽에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것을 낚아채 콕콕 쪼아 보니 와그작 바사삭!

꺄아악!
이…… 이 맛은 뭐지?
그건 마치 훌쩍 날아오른 뒤에
바다 한쪽이 쿵! 무너져 내린 거대한  구멍 속으로
바닷물과 함께 빨려 드는 느낌이었어.

바삭! 바삭!

사람들이 던져 준 과자를 처음 맛 본 순간! 그 맛에 대한 표현이 굉장하네요. ^^ 문득 내가 처음 과자를 맛 보았던 그 시절 그 느낌이 궁금해지는걸요. 기억에는 없지만, 저도 그랬을라나요? 과자를 한 입 깨무는 순간 방바닥 한 쪽 구석으로 빨려 드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바삭바삭 갈매기

고소하고 짭조름한 과자 맛을 본 갈매기들은 맹렬히 바삭바삭을 향해 달려들었어요. 고등어 떼를 잡을 때와는 달리 한 개라도 더 먹기 위해 배에 바싹 붙은 채로 싸우듯 날면서요.

바삭바삭 갈매기

갈매기들은 그렇게 바삭바삭을 갈구하며 큰 배를 따라 자신이 살던 큰바위 섬을 벗어나 항구마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유로이 살아가던 큰바위섬은 잊은 채 인간들의 마을을 떠돌며 바삭바삭을 찾아 다니기 시작하죠. 사람들이 먹다 남은 생선 대가리를 던져 주었지만 그건 이제 끈적이고 비린내만 날 뿐 맛이 없었어요. 심지어 갈매기들은 바삭바삭 때문에 자꾸만 화가 나기까지 해요.

“고소하고 짭조름하고 바삭바삭한 그걸 달라고!”

바삭바삭 갈매기

그러던 어느 날 밤, 주인공 갈매기는 드디어 바삭바삭이 있는 곳을 알게 됩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나는 그 것, 한 밤에 갈매기는 바삭바삭을 물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어요.

바삭바삭 갈매기

그렇게 바삭바삭을 물고 도망친 골목길 모퉁이에서 바삭바삭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갈매기는 공포스러운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털도 빠져있고, 주변은 온통 더러운 똥과 쓰레기 천지, 어두운 뒷골목 광란의 파티라도 벌인 듯 바삭바삭을 물고 있는 살 찌고 눈 풀린 비둘기들의 모습에 갈매기는 충격을 받았어요. 과연 얘들이 날 수는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달겨든 고양이 때문에 혼비백산하고 맙니다.

놀란 갈매기는 날아 오르려 했지만 왠일일까요?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숨은 가쁘고 목은 바짝 타오르고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합니다. 항구에 머무는 동안 갈매기는 나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요? 아니면 바삭바삭 때문에 몸이 무거워진걸까요? 갈매기는 날개를 젓고 또 저어 가까스로 지붕 위로 날아 올랐습니다. 뿌우우웅~ 저 멀리 바다에는 큰 배가 떠있고 친구들은 여전히 바삭바삭을 쫓아 큰 배 주변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네요.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게 된 갈매기는 그 순간 깨닫습니다. 날아 올라야겠다구요.

바삭바삭 갈매기

먼바다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어.
부둣가의 비릿한 냄새도
사람들의 복잡한 냄새도 나지 않았지.

오랜만에 멀리 날았어.

바삭바삭을 포기하고 멀리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과자라는 욕망 대신 갈매기가 다시 찾은 자유, 그 먼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다 내음은 복잡한 도시에서 풍겨오는 그 냄새와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구성, 익살스런 갈매기의 표정

바삭바삭 갈매기

갈매기의 시선을 따라 전개 되는 이야기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 시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겉표지에서 속표지로 이어지는 연이은 세 장의 그림은 원경에서부터 갈매기가 사는 큰바위섬을 점점 클로즈업 시켜 보여주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도 근경과 원경을 적절하게 섞어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이 가능 한 것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콘셉트 디자이너 경력과 3D 애니메이션 아트디렉터 활동을 거친 전민걸 작가의 이력 때문이겠죠.

바삭바삭 갈매기

게다가 갈매기며 그림책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표정이 얼마나 생생하고 익살스러운지 모릅니다.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갈매기의 표정에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보는 순간 내가 주인공 갈매기가 되는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바삭바삭 좀 줘봐’, ‘아악~ 이맛!’, ‘내가 다 먹어 치울테닷!’ 이런 느낌 말이예요.

갈매기들의 욕망과 자유 사이

우연히 과자를 맛보게 된 갈매기들은 과자 때문에 원래의 삶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푸른 하늘, 구름, 바위섬, 친구들과 함께 했던 자유로운 삶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은채 삶의 중심은 온통 ‘과자’에 쏠려 있게 됩니다. 날개를 접고 항구에 머물며 바삭바삭을 찾으러 다니지만 과자를 아무리 먹어도 그 욕망은 채워지지 않아요. 그러니 바삭바삭이 없는 세상에 점점 화가 나게 되고 불행하다 생각할 수 밖에 없겠지요. 바삭바삭에 취한 비둘기와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주인공 갈매기는 여전히 유령처럼 항구를 떠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삶, 한번 쯤은 내가 가는 길을 돌아보며 잘 가고 있는건지, 혹여나 달콤하고 안락한 무언가에 얽매여 가고자 했던 그 길을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이토록 많은 여운을 남긴다는 사실이 새삼 또 놀랍네요.^^

이 그림책 “바삭바삭 갈매기“는 스코틀랜드의 한 부둣가 상점에서 과자 봉지를 슬쩍 훔쳐 나오는 갈매기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영상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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