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비가 내려요
한글 비가 내려요 : 어린이 한글 뒤풀이

글/그림 김지연 | 웃는돌고래
(발행 : 2014/10/09)


김지연 작가를 처음 만난 건 “꽃살문”이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우리 전통 문화 속에서 찾아낸 꽃살문과 십장생이라는 소재를 민화풍의 멋진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하도 좋아서 가온빛 식구들과 꼭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인데 그림에 비해 스토리가 좀 약한듯 싶어 나중에 우리 전통 문화를 주제로 한 테마 그림책에서 소개할까 싶어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어린이도서관 신간 책꽂이에서 “꽃살문”과 느낌이 비슷한 그림이 눈에 들어와서 펼쳐 보니 역시나 김지연 작가의 그림책이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한글 비가 내려요”입니다.

민화풍의 멋진 그림 속에 담긴 한글 뒤풀이

한글 비가 내려요

요즘같은 학교가 없던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어떻게 가르쳤을까요? ‘반절표’‘한글 뒤풀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되었었다고 합니다. 반절표는 강아지 그림 밑에 ‘가 갸 거 겨 고 교…’ , 나비 그림 밑에는 ‘나 냐 너 녀 노 뇨…’ 하는 식으로 자음을 대표하는 그림 아래에 모음의 변화들을 보여주면서 읽는 법을 가르쳐 주는 도표입니다. 요즘도 한글이나 알파벳을 아이들 눈에 익혀 주려고 많이들 사용하는 방법이죠. 글자 벽지라고 하나요? ㄱㄴㄷ이나 알파벳을 단어와 그림들과 함께 담아서 벽에 걸어 놓는 것 말입니다.

‘한글 뒤풀이’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배열하여 말을 엮어 가며 부르는 노래로, 한글 자모 뒤에 그 뜻과 풀이가 비슷한 구절들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뒤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림책 “한글 비가 내려요”‘어린이 한글 뒤풀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바로 이런 뒤풀이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김지연 작가는 자음 ‘ㅁ’과 ‘ㅂ’을 가랑비 내리는 모습에 담아내고, ‘마먀머며 마음 가득 웃음 피어 방글방글 방그르르 / 바뱌버벼 바짝 붙어 다정하게 우산 쓰고 같이 가자’ 하는 식으로 한글 뒤풀이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가랑비 맞으며 놀러 나온 쥐, 토끼, 소, 호랑이가 뱀을 보고 놀라 오들오들 떠는 익살스러운 그림과 함께 말이죠.(쥐랑 토끼랑 소는 호랑이보다 뱀이 더 무서운가 봐요. ^^)

십이간지 열두 동물 친구는 덤으로 주는 선물

한글 비가 내려요

“한글 비가 내려요”는 가랑비 내리는 어느 날 산골에 사는 작은 아이가 나뭇잎 우산을 쓰고 놀러 나가서 만나는 동물 친구들과  어울렁더울렁 신나게 한 판 어우러지는 흥겨운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뒤풀이 가락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배워본적도 없는 육자배기 한 자락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흘러 나오는듯 합니다. 활짝 웃는 동물 친구들이 한데 어울리는 걸 보면 어느새 어깨춤이 덩실덩실 저절로 춰지고 말이죠.

한글 비가 내려요

가랑비 맞이 하러 나온 동물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데 가만 보니 낯익은 녀석들입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순서대로 나타나는 녀석들.. 자 축 인 묘… 아~ 우리들 띠를 상징하는 열두 동물들 바로 십이간지의 주인공들이었군요.

우리 딸내미는 호랑이 띠랍니다. 아이들에게 너는 무슨 띠라고 알려 주고나면 동생은? 아빠는? 엄마는? ….. 하루 종일 띠 얘기만 하다가 끝나기도 하죠. ^^ “한글 비가 내려요”는 아이들에게 십이간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도 안성맞춤인 그림책입니다. 그림들과 딱 들어맞지는 않아도 그림책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왜 쪼그만 생쥐 녀석이 열두 동물 중 가장 먼저인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지 않나요~ ^^

판화로 표현한 우리의 전통 문화

그림을 뭘로 그린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김지연 작가는 판화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리놀륨판에 그림을 새긴 후 새겨진 그림을 오려내서 하나씩 찍어내서 한 장의 그림을 완성했다고 하는군요.(참고 : 출판사 블로그의 저자 강연회 소개글)

한글 비가 내려요

가랑비 내리는 연못가, 다정한 동물 친구들 모습이 참 평화로운 느낌입니다. 잔잔한 연못 수면위로 빗방울이 퐁퐁퐁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목판화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게 리놀륨 판화의 특징이라고 해요.

한글 비가 내려요

이 그림은 김지연 작가의 다른 그림책 “꽃살문”의 한 장면입니다.  “한글 비가 내려요”와 느낌이 비슷하죠? 활짝 열린 꽃살문 사이로 펼쳐진 화사한 꽃그림 속에 십장생 중 어떤 동물들이 숨어 있는지 한 번 찾아 보세요. 그림이 참 좋아서 이 그림책 역시 아이들과 함께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참고로 김지연 작가는 원래 여성들의 애환을 뒤풀이 형식으로 표현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그림책 읽는 모임에서 출판사의 편집자와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어 원래 만들려고 했던 것을 아이들용으로 만든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한 “한글 비가 내려요”라는군요.(참고 : “한글 비가 내려요” 출간 뒷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책을 펴낸 웃는돌고래 출판사는 한글과 우리 전통의 것들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은가봅니다. “한글 비가 내려요” 이전에도 아이들이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재미밌게 배우고 사랑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들을 많이 만들어왔거든요. “꽃이랑 소리로 배우는 훈민정음 ㄱㄴㄷ”, “동물이랑 소리로 배우는 훈민정음 아야어여” 이 두 권은 이제 막 글 읽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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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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