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쿵따 소리씨앗
책표지 : Daum 책
덩쿵따 소리 씨앗

글/그림 이유정 | 느림보

가온빛 추천 그림책


‘덩 쿵 따’ 글자들이 땅 속 깊은 곳에서 소리에 맞춰 춤추는 듯한 멋진 표지 그림이 인상적인 “덩쿵따 소리 씨앗“, 이 그림책을 쓴 이유정 작가는 그림책 “우리 집에 사는 신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거침 없이 그려낸 그녀의 그림들은 “덩쿵따 소리 씨앗“에서도 힘찬 생명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힘이 나고 흥겨움을 나눌 수 있는 힘찬 그림을 좋아한다는 이유정 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우리 고유의 장단에 깃든 생명력을 생명의 순환이라는 스토리에 연계시켜 독특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 저절로 흥겨움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그림책,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덩쿵따 소리 씨앗

다 같이 우리 장단 한번 들어봅세. 얼쑤!
오른편 북 치는 소리는 따! 밝고 뜨겁고 커다랗고 시끄럽게 가득 차는 의 소리로구나!
왼편 북 치는 소리는 쿵! 어둡고 차갑고 작고 고요하게 가라앉는 의 소리로고!
을 함께 치면 덩! 이것이 바로 이 만나는 소리인 것이여!
이 오고 가고, 합쳐지는 우리 장단에는 째깐한 씨앗이 숨어 있는디, 어디 한 번 들어볼랑가?

양의 소리와 음의 소리, 그리고 그 두소리가 합쳐져 이루어진 우리 장단을 면지를 통해 이렇게 쉽게 설명해 주면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자칫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춤추듯 쓰인 글자 모양,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처럼 문장을 시각화한 덕분인지,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얼쑤~하면서 말이예요.^^

덩쿵따 소리씨앗


추운 겨울 씨앗이 눈을 뜬다! 허이!

덩쿵따 소리씨앗


째깐한 뿌리 하나 살그머니 발을 뻗고

덩쿵따 소리씨앗


봄기운에 새싹이 쑤욱 고개를 내미는구나!

‘덩’, 추운 겨울 어두운 땅 속에 떨어진 한 알의 씨앗이 눈을 뜹니다. 붉은 양의 기운과 푸른 음의 기운이 만나 검은 흙 속에서 한 알의 싹이 트는 과정은 마치 혼돈 속에 있던 우주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우주도 하나의 작은 생명에서 시작되었으니 생명의 움직임이 바로 우주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쿵’,씨앗에서는 자그마한 뿌리가 발 뻗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따’, 그 씨앗은 봄기운에 쑤욱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죠.

한 알의 씨앗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뿌리를 내려 세상에 고개를 내밀기까지의 과정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세 장의 그림 속에 덩, 쿵, 따 소리 글자를 그림으로 이미지화 시켜 그려낸 솜씨가 돋보입니다. 요즘 캘리그래피가 대세죠? 글자 자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캘리그래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는 시대적 요구에 발 맞춰 하나의 디자인 장르로 굳건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요. 이유정 작가는 이 그림책 속에서 자신의 감각만으로 한 알의 씨앗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이미지화 시킨 글자와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여주고 있어요. 장단이 딱딱 떨어지며 그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느낌까지 주면서 말이예요.

덩쿵따 소리씨앗

가느다란 뿌리는 튼실해지면서 물을 쭉쭉 빨아 올리며 가지를 뻗고 한여름 더위에 쑤욱쑥 나무로 자라납니다. 올망졸망 꽃이 활짝 피어나자 어디선가 꽃향기를 맡고 나비 한 마리 날아옵니다. 꽃이 핀 자리에는 아름다운 열매가 척!

다시 돌아온 찬바람 씽씽 부는 겨울,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줄기도 말라가며 사그라 들었어요.

덩쿵따 소리씨앗

그 순간 다시 눈 뜨는 씨앗 하나, 그것은 나비가 남겨놓은 알이었어요. 알에서 애벌레로 꼬물꼬물, 그 애벌레는 쉬지않고 이파리를 먹어치우며 쑤욱쑥 자라나다 번데기로 쿵! 번데기는 어느 순간 나비가 되어 사랑을 찾아 훠얼훨 날아갑니다. 짝을 만난 나비는 알을 낳고 조용히 땅 속으로 스르르르 꺼져가고 그렇게 스러진 나비는 거름이 되어 땅 속에 새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줍니다. 돌고 도는 생명의 순환, 그 고리는 그렇게 쉼 없이 이어져 가지요.

덩쿵따 소리씨앗

덩 쿵 따 쿵 따따 쿵쿵 쿵쿵쿵 덩 쿵 따 쿵 따르따닥 쿵쿵 쿵쿵쿵
소리에 씨앗들이 눈을 뜨고 여기서 쿵! 저기서 따!
생명의 소리가 와르르르르르

어깨가 들썩들썩 신명나는 우리 장단, 내 맘도 흔들고 네 맘도 흔들며
사방팔방 넘실넘실 하늘 땅 휘 돌아 흘러가는구나!

판소리를 따로 배워 본 적도 없는 제가 이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추임새가 흘러나오네요. ‘허이!’, ‘얼쑤~’, 이러면서 말이예요.^^ 아마도 우리가 날 때부터 이어받은 우리네 가락과 장단의 문화적 DNA가 제 몸에도 흐르고 있기 때문이겠죠?

생명들이 서로 기대어 살면서 이루어낸 초록빛 아름다운 세상. 추운 겨울에도 생명들은 끊임없이 찬란한 날들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생명들이 소멸과 탄생의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 이어지고 이어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가락과 접목해 흥겹게 이야기 하고 있는 그림책 “덩쿵따 소리 씨앗“은 그림책 속에 생명의 힘을 가득 불어 넣은 듯 힘찬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