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내 과자야!
책표지 : 책읽는곰
안돼, 내 과자야!

글/그림 백주희 | 책읽는곰

가온빛 추천 그림책


아빠가 과자를 사오셨다.

담백한 한 줄의 글로 시작되는 이야기, “안돼, 내 과자야!”는 누구나 겪어 보았을 어린 시절의 향수, 내 아이 키우면서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이야기를 생생하고 맛깔나게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안 돼, 내 과자야!

동그란 과자통 뚜껑에 ‘과자의 왕’ 상표가 당당하게 붙어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제과 명장이 만든 과자. 아빠가 사오신 동그란 과자 상자 안에는 과자가 딱 열 개 들어있었고, 그 과자는 이제껏 먹어 보지 못한 엄청난 맛이 났어요.

철제 과자통에 담긴 과자가 풍기는 고급스러움! 나란히 줄 맞춰 통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던 과자는 마치 ‘난 다른 과자와 달라~’라고 한껏 도도하게 말하는 듯했어요. 맛은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도 어떤 모양을 집어들지 고민하게 하는 과자. 아이가 과자를 양 손에 들고 먹으면서도 한 쪽 눈을 슬쩍 뜨고 과자 통을 바라보며 감시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혹시 어린 시절 제 모습도 이러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열 개의 과자를 할머니, 엄마, 아빠는 한 개씩 드시고, 동생 두 개, 아이가 두 개 먹고 나니 이제 과자는…… 몇 개 남았을까요? ^^

안 돼, 내 과자야!

밤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며 엄마가 과자 상자를 치워 버리자, 억지로 잠자리에 든 아이의 머리 속에는 온통 과자 생각뿐입니다. 일찍 일어나서 먹으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어디 그런가요? 머리 속은 온통 과자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는걸요.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과자를 먹으려 했지만 엄마는 이번에도 과자를 못먹게 하시네요. ㅠ.ㅠ

“아침부터 단 것 먹으면 밥 못 먹는다.”

예전에 엄마에게 많이 듣던 이야기죠? 잘 자리에 많이 먹으면 안 좋다, 아침부터 단 것 먹으면 밥맛 없다… 그나저나 과자 때문에 밤새 애태우던 아이가 과자를 못먹게 됐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

안 돼, 내 과자야!

과자 생각에 잠도 설쳤는데, 그토록 원했던 과자를 못 먹고 학교에 갔으니 수업 시간에도 머리 속엔 온통 집에 두고 온 과자 생각뿐입니다.

수학 시간,

3-1=2
3-2=ㅜㅜ
3-3=ㅠㅠ

남은 과자 세 개에서 한 개 먹으면 두 개 남고, 세 개에서 두 개 먹고 나면 눈물 한 방울 뚝(ㅜㅜ), 세 개에서 세 개 다 먹고 나면 눈물이 왕창(ㅠㅠ) 쏟아지것만 같은… 아이의 마음을 재미나게 표현했어요.^^ 국어 시간 역시 과자 생각에 군침이 줄줄줄 ‘가나다라 쿠키’ 오직 쿠키 생각 뿐입니다.

게다가 어느 순간 머리 속엔 과자 말고도 여동생까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은 벌써 집에 돌아갔을텐데 그 먹보가 남은 과자를 다 먹어 버리면 어쩌지하는 생각까지 이르니 하교길 아이는 엄청 난 속도로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뛰었다.
동생이 먼저 집에 가서 과자를 두 개 먹는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내가 오빠고 더 크니까 두 개 먹어야 맞는데.

이럴 때 동생의 이론 ‘난 아직 작고 어리니까 더 많이 먹고 빨리 자라야 하잖아.’ 아닌가요? (제 동생이 맛난거 앞에서 자주 했던 멘트입니다.^^)

안돼 내 과자야

그렇게 집까지 달리며 생각해 보니 이미 녀석이 다 먹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발걸음은 더더욱 빨라졌고, 그렇게 헐떡이며 집 앞에 도착했어요.

안 돼, 내 과자야!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씩씩씩…… 그림자가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네요.. 돌아 보며 씩~ 웃는 동생의 표정에 담긴 의미심장한 웃음. 동생의 살짝 치켜 올라간 눈썹과 입술은 오빠 마음을 더욱 애타게 하는 듯 하죠? 과자는 동생 선에서 이미 끝장이 난 걸까요?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건만.

안 돼, 내 과자야!

아이는 이제껏 꾹꾹 참고 달려왔던 감정이 폭발해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쳤죠.

“야, 너 혼자 다 먹는 게 어딨어!”

그런데 그 순간 동생은 천사 같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어요.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어.”

안 돼, 내 과자야!

앗…… 뭐뭐라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 오릅니다. 모든 것을 해탈한 채 온 몸이 붕 뜨는 장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며 스스로에게 묻는 듯한 표정.

성급한 마음에 제대로 확인도 안 한 채 펄펄 화를 내고 말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머쓱한 것 그 이상의 감정을 표현한 이 장면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터지고 말았어요.

안 돼, 내 과자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동생에게 들키고 말았지만 부끄러움 보다 앞서는 과자에 대한 뜨거운 욕망! 과자 세 개는 동생 한 개, 나 한 개 사이좋게 나눠 먹고 하나가 남았어요. 남은 한 개는 어떻게 했을까요? 동생에게 미안했으니 동생에게 양보? 오빠가 더 크니까 오빠에게 양보? 요렇게 생각하신 분들은 마음씨 고운 오누이에게 한 수 배우셔야겠네요~. 남은 한 개는 반으로 나눠먹기로 했거든요.^^

쿠키 하나를 사이좋게 잡고 반으로 똑! 부러뜨린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마지막 페이지는 그림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단 한 컷의 그림은 그림책을 끝맺으면서도 다시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형제끼리 맛난 것을 두고 벌였던 보이지 않는 경쟁, 상상만으로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났던 일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부끄러웠던 기억들, 공감 되는 부분 참 많네요. 아마도 사소하고 소소한 추억들이 끈끈하게 뭉쳐 형제자매끼리는 더욱 돈독하게 자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책 “안돼, 내 과자야!”는 단순한 그림 속에 그려진 아이의 다양한 감정 표현들이 간결한 글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유치한 듯한 빨강과 파랑의 조합이 아이들의 순진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을, 때로는 해맑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마지막까지 빵빵 터지는 맛깔난 웃음, 공감 반, 향수 반 우리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면서 우리 아이들 모습이기도 한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붓과 연필 따위를 넣어 두던 길쭉한 철제 과자 상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해외 출장을 나가면 예쁜 상자에 담긴 과자나 초콜릿을 사 오곤 하셨습니다.어머니는 가족들이 딱 하나씩만 맛보고 남은 과자를 옷장 안에 소중하게 넣어 두셨고요.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낯설기도 했던 이국의 맛이 이제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아무도 몰래 자개장을 삐걱 열고 과자 상자를 꺼내던 그 떨리는 마음만은 또렷히 남아 있습니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