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우리 가족
근사한 우리 가족

(원제 : Ma Famille Sauvage)
글/그림 로랑 모로 | 옮김 박정연 | 로그프레스
(발행 : 2014/11/11)

가온빛 추천 그림책


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가 있었어요.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랄라랄라랄라랄라 어떤게 진짜인지 몰라몰라 몰라!’…… 이 노래 가사를 개사해서 동생을 놀려먹곤 했는데, 이 그림책 “근사한 우리 가족” 을 본 순간 이 노래가 생각나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

“근사한 우리 가족” 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그 특성에 맞는 동물에 빗대어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한 소녀를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있는 책표지 그림, 이 모두가 소녀의 가족과 친구들이예요. 제각각 다른 개성,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지만 소녀를 중심으로 꼭 붙어있는 모습에서 사랑으로 뭉친 ‘가족’과 ‘친구’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가족은 정말 근사해요!

라는 말로 시작하는 그림책의 면지 속에는 코끼리가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이 코끼리는 누구일까요?

근사한 우리 가족

 우리 오빠

오빠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는 편이 나아요.
정말 힘이 세서 다들 꼼짝 못하거든요.

앞발로 시소 한쪽 끝을 꾸욱 누르고 있는 힘센 코끼리는 바로 오빠입니다.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봐서는오빠는 말 없는 사춘기 소년인가 봐요. 네 명의 아이가 반대쪽 시소에 매달렸지만 시소는 꼼짝도 하지 않네요. 오빠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랑은 상관 없다는 듯 그저 자기 놀이에만 빠져 있는 친구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오빠를 언짢게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말로 보아 여동생은 이미 오빠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것 아닐까요?  ^^

근사한 우리 가족

오빠가 힘센 코끼리라면 늘 딴 생각에 빠져있는 남동생은 종달새랍니다. 몽상뿐 아니라 노래도 정말 잘하거든요.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교실에서 혼자 창가를 바라보며 지저귀고 있는 새가 바로 동생이에요.

가족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아름답고, 수줍음이 많아서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엄마는 기린에 비유했어요. 엄마는 늘씬한 키를 자랑하며 수줍고 조심스럽게 도심 속의 혼잡한 거리를 걸어갑니다.

근사한 우리 가족

푹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가 때만 빼고 가끔씩 사나워지는 아빠는 사자예요.^^ 해변가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서 시크한 표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자가 바로 아빠랍니다.

해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네요. 다양한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그림들을 보는 건 그림책 “근사한 우리 가족”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놀이터, 교실, 도심, 바닷가, 거실, 전차, 쇼핑몰, 식탁, 송전탑, 학교, 공원 등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동물에 빗대어 자신의 가족을 설명하는 것도 재미나지만, 동물로 표현된 가족을 둘러싼 풍경이나 배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다채롭게 그려져 있어서 그림 속 이 구석 저 구석 들여다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근사한 우리 가족

다정다감하고 너그러운 할머니는 올빼미에 비유했는데요. 밤잠 없는 할머니의 특성이 올빼미와 딱 맞아 떨어지는 듯 하네요. 특히나 텔레비전 소리에 귀가 밝으시다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 텔레비전 좋아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할머니가 지키는 거실은 할머니의 다정다감하고 조용한 성격을 나타낸 듯 모노톤의 차분한 색상을 기본으로 붉은색으로 라인을 그려 그림에 운치를 더했습니다.

근사한 우리 가족

사촌들은 원숭이로 표현했어요. 놀라우리만치 빠르고 잽싸고 장난에 천부적인 재능이있는 귀여운 원숭이들이 활발하게 놀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

문득 궁금한 마음에 이 페이지의 글자를 손으로 가린 후, 이 그림을 제 딸에게 보여줬어요. 혹시 이 그림을 딱 봤을 때 가족들(친척들까지 포함해서) 중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내 사촌 동생들!’ 이라고 말해서 빵 터졌습니다. 외가에서는 첫째지만 친가에서는 막내인 우리 딸, 친가에 가면 자기도 저런 원숭이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생각 안 했겠죠.^^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전세계 어디나 다 비슷한 모양인가봅니다.

할아버지, 삼촌, 이모 등은 과연 어떤 동물에 비유했을까요? 여러분도 아이들과 함께 상상해 보시고 나중에 그림책 직접 보면서 작가의 상상과 한 번 비교해 보세요!

자~ 그럼 주인공은 자기 자신은 과연 어떤 동물에 비유했을까요?

근사한 우리 가족

자, 이건 나예요.
내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소녀는 얼룩말 무늬 티셔츠을 입고 얼룩말 꼬리를 달고 있어요. 얼룩말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멋내기 좋아하고 한참 외모에 민감하기 시작한 자신을 빗댄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작가 로랑 모로는 마지막 면지를 통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책을 맺습니다.

근사한 우리 가족

여러분은요?

가족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 동물이 가진 특징 중 장점들을 우리 가족의 모습으로 비유하고 있는 그림책 이야기는 내 가족과 친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게 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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