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책표지 : 내인생의책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원제 : Old Winkle and The Seaguls)

글 엘리자베스 로즈 | 그림 제럴드 로즈 | 옮김 강도은 | 내인생의책

※ 196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바닷가의 소박한 어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들을 잡으며 살아가는, 언제나 바다에 순응하며 꼭 필요한 만큼만 바다에게 요구하고 바다가 내어주는 것에 늘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리고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원천이자 터전인 바다를 돌보며 살아가는 한 어부를 통해 요즘의 우리에게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그림책입니다.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어느 바닷가 어촌 마을에 고기잡이를 마치고 나면 갈매기들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다른 어부들은 모두 최신식 고기잡이배를 타고 다니며 최첨단 어군 탐지기로 물고기가 있는 곳을 재빠르게 찾아서는 마구마구 잡아들였지만 이 할아버지는 오래된 배에 어군 탐지기도 없이 물고기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만큼만 잡았어요. 다른 어부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 그런 할아버지를 비웃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물고기 잡히는 양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물고기를 아예 구경조차 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어부들이 최신식 배를 몰고 다니며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탓에 더 이상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된 겁니다.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어시장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은 뜨개질만 하고 있고, 생선을 배달하는 아저씨는 카페에 앉아 졸고 있습니다. 파리만 날리던 생선 가게는 일찌감치 문을 닫으려고 하고, 생선을 좋아하는 시장님은 매일 달걀로 끼니를 때워야만 했습니다.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하죠? 시장님의 마뜩지 않은 저 표정 좀 보세요. ^^

답답해진 시장님은 물고기 전문가들을 멀리서 데려와서 사라진 물고기들을 찾게 했어요. 그들은 온갖 최첨단 장비들을 갖고 와서 온종일 사무실에 틀어박혀 물고기를 찾기 위한 연구를 했지만 물고기를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물고기를 찾으려면 바다에 나가야지, 사무실에서 아무리 연구를 한들 물고기가 나올리 없겠죠? ^^)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들이던 어부들은 물고기가 사라진 게 자신들 탓인 건 생각하지 못하고 바다를 원망하며 부두에 모여 투덜대기만 합니다. 아무도 물고기를 찾으러 바다로 나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늘도 작은 배를 몰고 나가 물고기를 찾아 나섭니다. 그게 할아버지의 삶이니까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굳게 믿었거든요. 물고기들이 곧 돌아올 거라고.

그 때 갈매기 한 마리가 나타나 울어댑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저를 따라 오세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할아버지가 배를 몰고 쫓아가자 갈매기도 앞장 서서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힘차게 배를 저었습니다. 길잡이 갈매기를 열심히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갈매기 무리가 보였어요.
그리고 바다에는 엄청난 양의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있었지요.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서둘러 바다에 그물을 던졌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물은 물고기들로 묵직해졌어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늘 그랬듯 필요한 만큼의 물고기만 잡았지요.
어린 물고기는 도로 바다에 놓아주고요.

물고기를 가득 싣고 돌아온 할아버지를 보고 다른 어부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휘둥그래진 눈으로 물고기를 어디서 잡았는지 물어봅니다. 할아버지는 물고기를 잡은 곳을 알려주면서 어부들에게 당부를 합니다.

물고기는 꼭 필요한 만큼만 잡게나.
다시 물고기가 사라지지 않게 말일세.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한동안 물고기 구경을 못했던 어부들은 저마다 서둘러대며 바다로 나갔습니다. 할아버지와 갈매기가 알려준 곳으로 말이죠. 그리고 돌아온 물고기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오랜만에 물고기를 잡아 올릴 수 있게 된 어부들은 모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예전처럼 욕심을 부리진 않습니다. 물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어부들이 깨달은 건 그것만이 아니겠죠? 그동안 자신들이 행복했던 것은 최신식 고기잡이배와 최첨단 어군탐지기 덕분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늘 베풀어 주기만 하는 바다를 자신들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것을 마을 사람 모두가 깨달았을 겁니다.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이제 어시장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쉴틈 없이 바빠졌지만 모두들 힘든 줄 모르고 신이 나서 일손을 바삐 움직입니다. 카페에서 졸기만 하던 생선 배달 트럭도 신나게 달립니다. 생선을 세 마리나 먹어치운 시장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까와 아주 대조적이네요 ^^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갈매기가 할아버지를 물고기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갈매기 할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과는 다른 할아버지를 비웃기만 했던 어부들도 이젠 나란히 앉아서 갈매기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귀기울입니다. 아마도 갈매기 할아버지가 살아온 삶, 겪어온 바다에 대한 이야기들을 열심히 듣고 있는 거겠죠.

갈매기 할아버지로부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스스로 돌보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물고기가 사라지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되겠죠? 그리고 그림책을 본 우리들이 욕심 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갈매기 할아버지를 통해 얻는 것은 단순히 환경 보호에 대한 것 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는 손 가는대로 슥슥 그린 듯 투박한 느낌의 그림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표정, 갈매기들의 날갯짓, 바람과 바다의 일렁임 등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마치 나 자신이 검게 그을린 팔뚝으로 열심히 그물질 하는 어부가 된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그림책 작가 부부가 만든 그림책입니다. 엘리자베스 로즈와 제럴드 로즈 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그림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부부가 함께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로즈 부부의 첫 그림책은 1958년에 출간된 “How St. Francis tamed the wolf”고, 한글판으로 출간 된 그림책은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천 년을 산 상수리나무” 두 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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