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파티

비밀 파티 (원제 : It’s A Secret!)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이상희 | 시공주니어

※ 2010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찰스 키핑과 함께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존 버닝햄은 현실과 환상 세계를 마음대로 오가는 파격적인 이야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비밀 파티” 역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상상력의 대가 존버닝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고양이들의 비밀스런 밤 소풍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세요.

비밀 파티

고양이 한 마리가 초록 소파 위에서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 있네요. 고양이는 보통 낮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장소에서 잠을 자고 밤에 주로 활동을 합니다. 마리 일레인의 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 말콤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말콤은 밤마다 외출을 했다 아침이면 돌아왔거든요. 그리고는 낮잠을 아주 많이 잤어요. 이런 자기네 집 고양이가 문득 궁금해진 마리 일레인은 고양이들이 밤마다 어딜 가는지 엄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글쎄, 어딘가 가긴 갈 텐데 말이야.”

비밀 파티

그런데 어느 여름 밤, 마리 일레인은 멋진 옷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고양이 말콤과 마주쳤어요. 아까 쇼파에 웅크리고 잠만 자던 고양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네요. 어딜 가는지 마리 일레인이 묻자 말콤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합니다.

“파티에 갈 거야. 그런데 어딘지는 얘기 안 할 거야. 비밀이니까.”

파티만으로도 솔깃한데, 게다가 비밀이기까지 하다니, 이렇게 솔깃해질 수가……^^ 마리 일레인은 비밀을 지킨다면서 자기도 데려가 달라 부탁했어요. 고양이 말콤은 파티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했어요.

비밀 파티

파티복으로 갈아입은 마리 일레인은 몸을 줄여서 고양이 말콤과 함께 고양이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어요. 마리 일레인과 고양이 말콤이 한밤에 통과하는 고양이 문이 바로 환상의 세계로 연결해주는 통로인 모양입니다. 둘은 비밀 파티에 가는 길에 꼬마 노먼 코왈스키도 데리고 갑니다. 비밀파티에 가는 걸 알게 된 노먼이 자신을 안 데리고 가면 모두 일러바치겠다고 했거든요.

비밀 파티

마리 일레인과 꼬마 노먼, 그리고 고양이 말콤은 사납고 불량스러워 보이는 개들을 따돌리고 비상 계단을 올라 더 이상 개들이 쫓아올 수 없는 크레인 위를 아슬아슬 달리고, 길을 건너 외줄을 타고 내려가 가까스로 비밀 파티가 열리는 지붕 꼭대기에 도착합니다. 개들이 더 이상 쫓아 올 수 없고 오직 고양이들만 가능한 높은 길을 이용해 내달리는 고양이 말콤의 솜씨가 아주 멋지네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란 속담처럼 하염없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콤 일행을 바라보는 개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아슬아슬 맘 졸이긴 했지만  비밀스런 장소로 가는 길이 순탄했다면 좀 시시했을거에요.^^

비밀 파티

파티에는 고양이들이 아주 많았어요. 고양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춤도 추고 게임에도 끼워주었습니다. 한밤 중 마리와 노먼이 고양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장면은 강렬한 색상으로 표현 되어 이야기를 더욱 환상적이고 매혹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비밀 파티 장소에 나타난 고양이 여왕님은 맛난 식사를 마친 후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었어요. 마리 일레인은 아기 고양이 인형을 받았고 노먼은 장난감 생쥐를 선물로 받았어요.

비밀 파티

날이 밝자 여왕님은 파티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아무도 파티를 끝내고 싶진 않았지만 동쪽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밝아오자 모두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헤어졌습니다. 마리 일레인과 노먼은 고양이 말콤의 안내를 받아 파티장에 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불량스러운 개들을 조심하면서요.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고 나서도 쌩쌩하기만 한 고양이 말콤 일행과는 달리 개들은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 있어요. 그래도 살금살금 조심조심!

비밀 파티

집으로 돌아온 마리 일레인은 소파에서 잠 들었어요. 자기집 고양이 말콤이 늘 그랬듯 말이예요. 일상으로 돌아온 고양이 말콤도 이제 평범한 고양이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어젯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자고 있지만 뭔가 혼자 잠들었을 때와는 다른 표정으로 보입니다. 일부러 눈을 감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구요.

엄마는 아침에 소파에서 잠든 마리 일레인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말씀하셨어요.

“꼭 밤새도록 고양이랑 돌아다닌 것 같네!”

“맞아요. 고양이가 밤에 어딜 가는지 알아냈어요. 하지만 거기가 어딘지는 말할 수 없어요. 비밀이거든요.”

엄마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요. 마리가 누구누구와 밤새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러고 보면 마리와 고양이 말콤, 꼬마 노먼과 글을 읽는 우리는 같은 비밀을 간직한 동지입니다.^^

낮에는 잠만 자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소재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든 “비밀 파티”는 밤에 자는 개들은 갈 수 없고, 엄마에겐 알려줄 수 없는 비밀 파티의 은밀하고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 곳은 비밀을 지킬 수 있고 환상의 세계를 믿고 있는 아이들에게만 열려있는 곳이죠. 환상의 세계, 그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게 아이들은 말합니다. “비밀이거든요!”  라구요. ^^

똑같은 고양이의 밤마실을 놓고도 어른과 아이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죠? 그리고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존 버닝햄, 늘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영원한 우리 할아버지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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