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코 파는 이야기

진짜 코 파는 이야기

글/그림 이갑규 | 책읽는곰

※ 2014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가온빛 추천 그림책


영화사 로고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MGM의 사자 로고를 패러디 해서 그린 “진짜 코 파는 이야기”의 표지 그림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MGM의 로고 속 사자가 우렁찬 울음소리로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속 사자는 긴 발톱을 콧구멍에 넣고 아주 실감나는 표정으로 코를 파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어요. ^^ 사자 아래 가면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긴 혀를 이용해 코를 파고 있구요. 표지 그림부터 빵~ 터져버린 오늘의 그림책 “진짜 코 파는 이야기”의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그림책 “진짜 코 파는 이야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어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코를 파는 아이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미 파서 나온 코딱지는 오른손 손가락으로 동글동글 굴리고 있나봅니다. 튕기기 일보 직전!^^)

진짜 코 파는 이야기

누구나
자주
또는 가끔
코를 판다.

첫 장면 코 파는 어린 아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며 고릴라, 기린, 판다까지 동물 친구들의 아주 다양한 방법과 자세로 코 파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로 ‘누구나 자주 또는 가끔 코를 판다’는 증거를 보여주듯이요. 이 장면을 보다가 문득 ‘동물들도 정말 코를 팔까?’ 궁금해지더군요.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니 동물의 왕국이었는지 진짜 동물원에서였는지 기린이 긴 혀로 자신의 콧구멍을 핥았던 것을 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진짜 코 파는 이야기

횟수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판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제 본격적 코 파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누구는 몰래, 누구는 보란 듯이, 때론 어쩔 수 없어서(어쩔 수 없어서 파는 이유가 궁금하시죠? 윙~ 날던 파리가 콧구멍 속으로 쏙! 들어간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파야하지요.^^) 다양한 이유로 코를 파고 있는 동물들의 표정이 아주 재미있어요. 동물들의 코파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실은 우리들 코 팔 때 표정 같아 보여서 더욱 재미납니다. 때론 몹시 진지하게, 때론 아주 우스꽝스럽게…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코딱지 하나 처리하려 했을 뿐인데, 그만 길게 쭉 늘어져 나오는 바람에 당황하는 고양이, 어렵사리 파낸 코딱지를 입안에 슬쩍 넣으려는데 그만 병아리들에게 들킨 수탉… 표정 좀 보세요. 정말 리얼하지 않나요? ^^ 어디선가 언젠가 한 번쯤 본 듯한 그런 느낌도 들구요.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빠질 때도 있지만 짜릿함을 느낄 때도 있어요. 갑갑하고 찜찜함에 후비적후비적 하다 나온 코딱지는 짜릿함과 함께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죠. 콧 속이 뻥 뚫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상쾌한 그 느낌은 덤이구요! ^^

진짜 코 파는 이야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러운 손으로 파거나 너무 자주 파거나 너무 심하게 파면…… 안돼요. 왜냐구요? 코피를 흘릴수도 있거든요.

아이들 코를 너무 심하게 파서 그러지 말라고 하면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왜요?”하고 묻는 경우 있지요? 글쎄, 왜일까… 이럴 땐 뭐라고 답하지? 하는 생각을 몇 번 했었는데, 그냥 쿨하게 ‘아프니까!’ 또는 ‘그러다 피나!’ 라고 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그렇게 너무 열심히 파다 코피 나서 아플까봐……’ ^^

이제 첫 장면에서 쇼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코를 파고 있는 여자 아이가 앉아 있는 장면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갑자기 ‘엣취’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코를 푹 쑤신 아이… 에고, 마지막은 아이가 코피 흘리는 장면으로 끝이 나려나 했는데요.

진짜 코 파는 이야기

뜻밖에 아이는 무사하고 아빠가 코피를 흘리고 있는 중이네요.^^ 그리고 새삼스럽게 다시 말합니다.

누구나…… 코를 판다.

이 이야기는 코를 파지 말아라, 코를 파면 안된다는 식의 교훈이나 설교는 없습니다. 그저 왜 코를 파는지, 언제 파는지, 너무 심하게 파다 어떻게 되는지를 재미나게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그것도 정말 리얼하게요. 아예 처음부터 대놓고 ‘누구나 자주 또는 가끔 코를 판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누구나 코를 판다’로 끝을 맺습니다. (고로 ‘코 파면 안돼!’라고 말씀 하시는 엄마도 판다는 사실! 바로 ‘누구나’니까요.^^)

아이 옆에서 코피를 줄줄줄 흘리는 분은 이 그림책을 만든 이갑규 작가 본인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코파기에 대한 이갑규 작가의 생각 한 번 들어 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코를 판다. 교양이 넘치는 사람도, 공자님도 맹자님도 모두 코를 파지 않을 순 없다. 코를 파는 이미지는 재밌다. 얼굴 한 가운데 위치한 코, 그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얼굴을 왜곡시키기 때문일까? 코를 파는 일도, 코 파는 모습을 훔쳐보는 일도 모두 은밀하다. 그 은밀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때 묘한 카타르시스가 생긴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의 짖궂은 장난꾸러기 아이를, 배설하고 싶은 욕구 같은 것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세상 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코딱지의 축복이 내리길!”

– 이갑규(출처 : 출판사 서평)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진짜 코 파는 이야기”는 면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메가폰을 잡은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은 ‘콧구멍을 크게 벌려주세요’입니다. 각양각색의 동물 배우들은 최대한 콧구멍을 크게 벌린 표정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렇게해서 사진 옆에 동그라미 표시가 그려진 동물들이 오디션을 통과하고 이 그림책에 등장할 수 있게 된 동물 배우들입니다.

이쯤 되면 뒷면지도 궁금하시죠? 뒷면지에는 출연자 대기실의 다양한 풍경이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뒷표지에는 진짜 영화처럼 엔딩크레딧이 나오고 있구요. 이렇게 이 그림책은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앞표지부터 앞면지, 본문, 뒷면지, 뒷표지까지 진짜 코 파는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보여주고 있어요.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아주 열심히 코 파는 모습을 커다랗게 그려놓고 비밀스럽고 은밀한 코 파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덕분에 시원하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드는 그림책 “진짜 코 파는 이야기”는 아이들과 낄낄깔깔 웃으며 한편의 독립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진짜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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