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솝 우화로 멋진 그림책을 만드는 제리 핑크니가 있다면, 우리에겐 동시로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드는 김동성이 있습니다. “엄마 마중”의 김동성 작가가 오랜만에 새 그림책을 선보였습니다. 국민동요 ‘오빠 생각’의 노랫말로 만든 그림책 “오빠 생각”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에 출간했던 “고향의 봄” 역시 동명의 국민동요 ‘고향의 봄’의 노랫말로 만든 그림책인데, 공교롭게도 두 동요의 원작자는 부부라는 사실! 이 두 편의 동요는 모두 ‘어린이’라는 잡지에 실려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오빠 생각’은 1925년, ‘고향의 봄’은 1926년에 각각 소개가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원수 선생님이 최순애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냈고 서로 편지를 주고 받다가 우리나라 1호 문인부부가 되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 나온 그림책 “오빠 생각”을 소개하면서 “고향의 봄”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그림책 모두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내면서도 서정미와 향수를 자아내는 김동성 작가 특유의 그림을 통해 새로운 감성으로 우리들 마음에 깊은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빠 생각
책표지 : Daum 책
오빠 생각

글 최순애 | 그림 김동성 | 파랑새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오빠 생각’은 저희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노래입니다. 어릴 적에 집안 일 하시면서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하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시던 모습이 문득 생각이 나네요. 덕분에 저 역시도 어려서부터 혼자 길을 걷거나 할때면 휘파람이나 콧노래로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었구요.

그런데, 그렇게 오래도록 입가에 맴돌던 노래에 담긴 두 가지 사연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시를 계기로 우리나라 1호 문인 부부가 탄생한 사연이고, 또 하나는 최순애 선생님이 실제로 자신의 오빠를 그리워 하며 지은 시라는 사실입니다.

일제 강점기였던 당시 최순애 선생님의 오빠는 문예 운동가로 활동하며 일제의 주요 감시 대상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늘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오빠를 자주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오빠를 그리워 하는 마음, 오빠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지은 시가 바로 ‘오빠 생각’이었던 겁니다.

동요 ‘오빠 생각’은 1절과 2절로 나뉩니다.

1절 2절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 - 김동성

1절이 끝나고 간주가 흐르는 동안 오빠와 정답게 보내던 추억이 가득한 그림 한 장이 펼쳐집니다. 마당엔 꽃이 만발하고 한가로이 노니는 강아지들, 서툴지만 글자 하나 하나를 손으로 짚어가며 오빠 앞에서 이제 막 배운 책 읽기를 뽐내는 여동생, 그리고 그런 동생을 대견스레 바라보는 오빠, 정겨운 오누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바느질을 하시는 어머니……

간주가 끝나고 다시 2절이 시작됩니다.

꽃이 흐드러지던 때 떠난 오빠는 가을이 깊어가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오빠가 떠나던 날 계집 아이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비단 구두도 지금은 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오빠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니, 굳이 얼굴 마주하진 못하더라도 무사하다는 소식만이라도 들었으면 싶은 마음입니다.

오빠 생각 - 김동성

오빠 생각 - 김동성

오빠 생각 - 김동성

소녀에게서 점점 멀어질수록 계절은 가을로 깊어가고 오빠를 그리는 소녀의 마음도 함께 깊어만 갑니다. 그림이 한 장 한 장 바뀌어가며 오빠를 기다리는 동생의 모습은 점점 작아지지만 계집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해가는 듯 합니다. 오빠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도 오빠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숙해집니다.

오누이 간의 애잔한 그리움을 노래한 ‘오빠 생각’이 김동성 작가의 서정미 넘치는 그림과 어우러져 노래에서 우러나는 그리움과 향수를 더욱 진하게 하는 듯 한 그림책 “오빠 생각”입니다.


고향의 봄 - 김동성
책표지 : Daum 책
고향의 봄

글 이원수 | 그림 김동성 | 파랑새

솔솔 미파솔 라라솔 솔도미 레도레~♬

어릴적에 피리로 두 번째로 배웠던 노래, 바로 ‘고향의 봄’입니다.(첫 번째는 뭐냐구요? 솔미미 솔미도 레미레 도미솔~ 산토끼죠 ^^)

이원수 선생님이 아홉 살까지 살았던 창원은 당시엔 조그만 읍이었다고 합니다. 정든 고향집을 떠나 마산으로 이사하고 난 후 고향 성문 밖 개울, 서당 마을의 꽃들, 냇가의 수양버들, 들판의 푸른 보리…… 그 속에서 놀던 때를 그리워하며 쓴 시가 바로 ‘고향의 봄’이라고 합니다.

저처럼 서울이나 도시가 고향인 사람들은 사실 이 노래를 부르면서도 눈 앞에 마땅한 풍경이 펼쳐지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김동성 작가가 그린 “고향의 봄”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 노랫말과 함께 펼쳐지는 그의 그림을 실컷 보고 나서 노래를 흥얼거려 보세요. 울긋불긋 꽃대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가 눈 앞에 펼쳐질 겁니다.

고향의 봄 - 김동성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 김동성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 김동성

고향의 봄 - 김동성

고향의 봄 - 김동성

1절, 2절의 마지막 가사를 읊조리던 그림은 초로의 시인이 옛 고향 마을을 추억하는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굳이 꽃대궐 차린 시골 마을이 아니어도, 집 앞으로 개울이 흐르는 초가집이 아니어도 이 노래 ‘고향의 봄’을 부르거나 듣고 있자면 누구나 저마다의 어린 시절 추억이 가슴 속에 피어오르게 마련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일렁이는 것은 고향에 대한,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똑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고향의 봄’이라는 시와 노래가 오랜 시간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들에게 사랑을 받는 거겠죠.

그런 면에서 김동성 작가가 그린 “고향의 봄” 역시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줍니다. 울긋불긋 꽃들이 만발한 산자락에서는 꽃내음이 물씬 풍겨나고,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의 그림은 굳이 내 고향이 아니어도 전혀 낯설지 않고 정겹습니다. 교외로 조금만 벗어나면 늘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고, 가까이서 보기는 힘들어도 우리가 늘 그리워 하는 풍경들이기 때문이겠죠.

시인과 시인을 부부의 연으로 맺어준 두 편의 시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 그리고 시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와 향취를 서정미 넘치는 그림으로 담아낸 “오빠 생각”“고향의 봄” 두 권의 그림책, 봄과 여름이 만나는 길목에 선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한껏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One Reply to “★ 오빠 생각, 고향의 봄 : 김동성 동요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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