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선물

★ 한밤의 선물

글/그림 홍순미 | 봄봄
(2015/01/15)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커다란 판형에 그려진 몽환적인 표지그림부터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까만 배경을 가르는 푸른빛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까만 바탕 위에 뚝뚝 흐르는 빗방울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의 ‘한밤의 선물’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책 “한밤의 선물”. 그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세요.

한밤의 선물

빛과 어둠이 낳은 다섯 아이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이 깊은 잠을 자고 있을 때 시간이 다가와 속삭였어요.

“어서 일어나 보렴. 선물이 있단다.”

자신의 나무 아래 포근히 잠들어 있는 네마리의 토끼와 나무 구멍 속 둥지에서 잠든 토끼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입니다. 분홍색 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하얀 토끼가 새벽입니다. 그 옆의 파란 토끼는 아침, 노란 토끼가 한낮, 빨간 토끼가 저녁이에요. 나무 둥지 속에서 웅크린 채 잠든 까만 토끼가 한밤이구요.

시간의 속삭임에 다섯 아이들은 차례대로 깨어납니다.

한밤의 선물

하얀 새벽이 눈 비비고 일어나자 물안개가 아늑히 감싸주었어요. 푸르른 고요함에 새벽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고요한 세상 속 희뿌옇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새벽처럼 맑은 하얀색입니다.

아침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을 때는 파랑새가 상쾌한 바람을 타고 날아왔어요. 아침은 기분 좋게 인사를 했지요. 아침을 닮은 푸르른 하루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작됩니다.

한밤의 선물

자신처럼 노오란 눈부신 해를 선물로 받은 한낮은 환하게 웃어주었어요. 한낮의 세상은 밝은 빛 속에서 환하게 빛이 납니다.

한밤의 선물

저녁이 깨어났을 때는 노을이 포근히 안아주었어요. 몽실몽실 포근하게 안아주는 노을 덕분에 저녁은 곱게 물든 꿈을 꿀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한밤이 깨어났어요. 하지만 한밤 곁에는 아무 것도 없고 주변이 온통 깜깜하기만 했어요. 속상한 마음에 한밤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한밤의 선물

울고 있는 한밤을 찾아간 새벽은 한밤에게 자신을 꼭 닮은 푸르른 고요함을 나눠 주었어요. 온통 새까맣기만 했던 한밤의 세상은 새벽의 선물 덕분에 푸르른 고요함 속에 젖어들었습니다. 표지 그림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네요. 까만 배경을 가르는 푸른빛은 새벽이 나누어준 푸르른 고요함입니다. 새벽의 선물이 뚝뚝 흘러내리던 한밤의 눈물을 서서히 걷어가는 듯한 그림의 느낌이 참 포근합니다.

아침도 한밤을 찾아왔어요. 아침은 한밤에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시원한 바람을 나눠주었죠. 그러자 산들산들 시원한 바람이 한밤의 세상을 찾아왔어요.

한낮은 한밤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밝은 빛 한 덩이를 주고 돌아갔어요. 까맣던 한밤의 세상에는 한낮이 떼어준 노랗고 반짝이는 빛이 생겨났습니다.

한밤의 선물

한밤을 찾아온 저녁은 몽실몽실 꿈으로 장난을 치며 말했습니다.

“우리의 알록달록 꿈들을 줄게. 정말 즐거울 거야.”

시간에게 아무 것도 받지 못했지만 한밤은 네 명의 형제자매에게 자신을 꼭 닮은 멋진 선물을 한아름 받았습니다. 새벽, 아침, 한낮, 저녁이 아낌없이 내어준 선물 덕분에 새까맣기만 했던 한밤의 세상은 다양한 것들로 포근히 빛나며 채워집니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밤의 풍경은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나눔의 마음 덕분이었네요.

이런 고마운 선물을 한아름 받은 한밤 역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나봐요. 한밤도 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었거든요. 애초에 아무 것도 받지 못했던 한밤이 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은 무엇일까요?

한밤의 선물

한밤은 자신의 일부를 나눠주었어요. 한밤이 나누어준 선물을 받자 모두에게 재미있는 그림자가 생겨났습니다.

멋진 장면이죠? 이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면 새벽과 아침과 한낮, 저녁 각각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아요. 강물에 비친 그림자를 사색에 잠긴 듯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하얀 새벽,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파랑새의 푸르름을 지닌 아침,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노랑색의 한낮, 양팔을 벌리고 한껏 기쁨에 젖어있는 장난꾸러기 빨간 저녁까지요.

한밤에게서 떨어져 나온 각종 그림자들은 이 밤 숲 속에서 흥겨운 잔치를 즐깁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들썩들썩 춤판을 벌이고 있어요. 한밤이 자신의 일부를 떼어 나누어 준 그 희생에 대한 보답, 한밤의 형제자매가 아낌없이 내어준 덕분에 아름다워진 밤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한밤의 선물

이렇게 모두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새벽이 가고 아침이 가고, 한낮이 가고, 저녁이 가고 이제 한밤 홀로 남았지만 한밤은 하나도 외롭지 않았어요.

한밤의 선물

이제 한밤은 혼자가 아니거든요.

푸르른 고요함 속에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과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한밤은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한밤은 행복한 꿈을 꾸었어요.

그림책을 읽은 사람에게도 행복한 꿈이 솔솔 찾아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그림책 “한밤의 선물”. 나눔의 기쁨과 시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아름답게 그려낸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무심코 지나쳤던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새벽에 찾아온 푸르른 고요함과 아침의 상쾌한 바람, 햇빛 쨍한 한낮의 찬란함, 온갖 색상으로 고운 꿈을 꾸게 해주는 저녁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만들어진 한밤까지 나의 하루 속에 이 많은 선물들이 가득 차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지의 결을 잘 살려 오리고 찢어 붙여 섬세하게 표현한 이 그림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계절의 변화, 그리고 자연과 만물의 변화를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내고 있는데요. 빛과 어둠이 낳은 다섯 아이들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을 우리 고유의 색인 오방색으로 표현했어요. 흰색, 파랑색, 노랑색, 빨강색, 까만색으로 이루어진 오방색은 우리 아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입힌 색동옷이나 까치 두루마기에도 들어가 있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색입니다.

홍순미 작가는 이 그림책을 무려 5년이란 시간에 걸쳐 완성을 했다고 합니다. 시간의 다섯 아이들이 보여주는 아낌 없는 나눔을 감동 깊게 전달하는 스토리에 한지에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긴 시간 공들인 작가의 노력이 느껴지는 그림책  “한밤의 선물”은 단연코 돋보이는 우리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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