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정원

★ 여우의 정원 (원제 : Une Rencontre)

글/그림 카미유 가로쉬 | 담푸스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오늘 소개하는 “여우의 정원”은 흰눈이 수북하게 쌓인 한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책입니다. 얼마 전에 ‘4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을 통해 소개했었죠. 자세한 리뷰는 올 겨울로 미뤄둘까 생각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하도 느낌이 좋아서 못견디고 이렇게 글 올립니다. ^^

프랑스어 원제 ‘Une Rencontre’를 우리 말로 옮기면 ‘어떤 만남’ 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지난 해 소피 마르소가 나오는 동명의 영화도 개봉됐었죠(청불입니다 ^^).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추운 어느 겨울 날 여우 가족과 한 소년의 만남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함께 보시죠~

여우의 정원

숲이 온통 눈에 뒤덮인 추운 겨울 날 여우 한 마리가 지친 몸을 이끌고 쉴 곳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가만 보니 여우의 배가 살짝 불룩해 보이는 게 새끼를 밴 모양입니다. 아마도 안전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고 있나 봅니다.

여우의 정원

숲 속에서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한 여우의 발길은 사람이 사는 곳까지 닿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지친 여우를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여우의 정원

마을 사람들의 위협적인 고함과 매정한 발길질을 피해 여우가 다다른 곳은 어느 집의 작은 온실입니다. 눈 덮인 창밖 풍경을 내다보던 꼬마가 자신의 집 온실에 숨어든 여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꼬마 역시 다른 어른들처럼 여우를 내쫓아버릴까요? 아니면 자신의 집을 가득 채운 불빛의 따스한 온기처럼 여우에게 온정을 베풀어줄까요?

여우의 정원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여우를 뒤따라와 지켜보던 꼬마는 새끼 여우들이 태어났음을 곧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뭔가가 담긴 바구니를 멀찌감치 내려놓고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바구니 속엔 아마도 추운 숲 속을 헤매느라 허기지고 새끼를 낳느라 지친 어미 여우를 위한 먹이가 담겨 있겠죠. 아이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말입니다.

여우의 정원

아이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기운을 차린 어미 여우는 새끼들에게도 따스한 젖을 먹일 수 있었겠죠. 그리고 모두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만큼 건강해진 여우 가족은 이제 떠날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길을 떠나기에 앞서 자신들이 잠시 머물렀던 온실 속에서 가장 예쁜 꽃들을 따서 아이가 잠든 방을 아름답게 꾸며줍니다. 따지고 보면 그 꽃은 원래 꼬마의 것이겠지만 여우 가족의 정성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깊은 고마움이 담긴 선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여우의 정원

숲이 시작되는 언덕에서 어미 여우와 새끼 여우들은 다시 한 번 마을을 뒤돌아봅니다. 자신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준 꼬마가 있는 곳, 자신들이 살아갈 힘을 나눠 준 이가 사는 곳을 말없이 바라보는 어미 여우의 표정엔 고마움과 희망이 배어 있습니다.

“여우의 정원”은 캐릭터들과 배경들을 종이를 일일이 오려서 만들어 입체감이 뛰어난데다 가로로 널찍한 프레임 덕분에 마치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라면 마치 발레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것 같습니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 깊은 여운을 담아낸 그림책 “여우의 정원”, 그림 한 장 한 장 보고 있자면 추운 겨울이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여우에게 자신의 정원을 내어 준 꼬마의 따뜻한 마음, 새끼들을 향한 엄마 여우의 깊은 사랑, 자신들을 향한 배려의 손길을 잊지 않는 훈훈한 여우 가족의 마음들이 그림 한 장 한 장마다 배어 있어서겠죠.


※ 함께 읽어보세요

아빠 잠이 안 와요 : 오늘 소개한 “여우의 정원”과 똑같은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의 슬픔, 아내를 아빠의 가슴 먹먹한 사연을 담담하면서도 가슴 저리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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