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오토바이

★ 달려라 오토바이

글/그림 전미화 | 문학동네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는 “책 씻는 날”“눈썹 올라간 철이”를 통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전미화 작가의 최근 작 “달려라 오토바이”입니다. 작가는 우연히 듣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에 얽힌 한 가족의 이야기, 과연 무슨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달려라 오토바이”의 화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가족의 맏딸 아이입니다. 예닐곱 살밖에 되지 않은 아직은 어린 아이지만 맏이답게 동생들을 잘 돌보고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예쁜 딸아이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시죠.

달려라 오토바이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동생들, 그리고 나까지 모두 다섯입니다. 오늘도 우리집 오토바이는 우리 가족을 싣고 신나게 달립니다. 부릉부릉!

오토바이는 꽉 막힌 길도 시원하게 달려요.
강을 건널 때는 더욱 시원하게 부릉부릉!

우람한 두 손으로 오토바이 핸들을 거머쥔 듬직한 아빠에게 온 가족이 매달려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 아이는 아빠 앞에 앉아 있고, 막내둥이는 아빠 허리를 꼭 끌어안고 뒤에 앉은 엄마의 등에 업혀 있습니다. 온가족이 오토바이 한 대에 탄 채 어딜 가는 걸까요?

달려라 오토바이

오토바이가 도착한 곳은 엄마 아빠의 일터였습니다. 아빠는 망치질을 하고 엄마는 페인트 칠을 하는 동안 맏딸 아이는 두 동생을 데리고 놉니다.

우리끼리 숨바꼭질만 해도 하나도 지겹지 않아요.

달려라 오토바이

어떤 날은 아빠 친구가 하는 농장에도 갑니다. 역시나 엄마 아빠는 농장 일에 여념이 없고 세 아이들은 제 녀석들끼리 즐겁게 하루를 보냅니다.

아저씨네 닭들은 똥 냄새가 지독해요.
고집도 엄청 세고요.
그래도 여기 계란은 최고로 맛있어요.

아이들만 집에 두기엔 아직 어린 녀석들이라 엄마 아빠는 일이 생기면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일터로 향합니다. 엄마 아빠는 고된 일터지만 가까이서 아이들을 보며 일할 수 있어 힘든 줄 모릅니다. 아이들이 놀기엔 다소 부적절한 환경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천진난만한 녀석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마냥 신이 날테구요.

딸아이가 엄마 아빠의 일터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하는 말이 재미납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그리고 가끔씩은 이렇게 온가족이 바닷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마도 꽃무늬를 사랑하는 듯 하네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장면에서 엄마의 패션엔 늘 꽃무늬 패턴이 들어가 있으니 말입니다. 피곤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가족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모래는 뜨겁고 바닷물은 시원해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바람이 솔솔 불어
기분이 좋아요.
언제나 여름이면 좋겠어요.

이 집 큰 딸은 아마도 시인이 될 건가 봅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보내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하는 날품팔이 일만으로는 힘겨웠는지 아빠는 멀리 일하러 가기로 합니다. 아빠가 떠나기 전에 오토바이를 깨끗이 손질해서 잘 덮어둡니다. 덮개에 가려진 채 구석에 놓여진 오토바이의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건 아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겠죠. 저 덮개가 치워지고 오토바이가 다시 부릉부릉 경쾌한 엔진 소리를 들려주는 날만을 기다리는 남은 가족들의 그리움 말입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아빠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위험한 공사장에서 가족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동안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들 역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갑니다. 엄마는 부업으로 삯바느질을 하고 있고 큰딸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개구장이 두 동생들을 잘 돌봐줍니다.

막내 생일에 놀이동산으로
놀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아빠는 기억하겠죠?
아빠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요.

‘아빠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요’ 라는 딸아이의 말…… 이 가슴 짠한 말을 듣는다면 아빠의 눈시울은 금세 젖어버리고 말겠죠?

달려라 오토바이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 형형색색 알록달록 예쁜 풍선을 잔뜩 사들고서요. 지금까지 흑백의 모노톤이었던 그림책에 처음으로 색깔이 나타났습니다. 집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이 늘 마음에 걸렸던 아빠의 가슴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생각에 초록으로 가득합니다. 힘든 일 하느라 몸은 상하지 않았는지 아빠 걱정으로 가득했던 엄마의 마음은 건강한 아빠 모습에 분홍으로 물들었습니다. 엄마는 꽃무늬를 좋아하니 아마도 꽃분홍색이겠죠? 멀리서 아빠가 보이기 무섭게 맨발로 달려 나가 반기는 아이들의 마음은 노랑 파랑 빨강 빛일 겁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흑과백의 농담과 번짐만으로 전개되는 가족의 이야기는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훈훈하기도 하지만 다소 힘들어 보이는 그들의 일상 덕분에 보는 내내 마음이 애틋합니다. 덮개에 가려진 채 서 있는 오토바이의 쓸쓸한 모습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에 부치는 엄마 아빠의 갑갑함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빠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서 자신들을 짓누르던 삶의 무게를 떨쳐내듯 오토바이를 덮고 있던 덮개를 홱하고 걷어내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뻥 뚫리며 ‘행복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가족이 들려주는 행복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행복은 늘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 아닐까요? 삶을 살아가다 보면 힘겨운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을 겁니다. 그때그때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소중한 사람들을 꼭 끌어안고 살아가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삶,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 아닐까요?

달려라 오토바이

오늘 우리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 가족은 늘 함께입니다. 오토바이 한 대에 다섯 식구가 매달리듯 올라탄 채 좋은 날이건 궂은 날이건 변함 없이 서로를 꼭 끌어안고 그들은 달려나갑니다. 위험한 공사장도 아이에겐 더 없이 좋은 놀이터고, 닭똥 냄새나는 농장도 아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계란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아빠가 일하러 멀리 떠나 있는 동안 엄마도 일손을 놓지 않고, 아이들도 각자 제 몫 만큼의 성실함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습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이 가족의 오토바이는 열심히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다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천천히 달릴 뿐입니다. 이 가족에게는 알록달록 풍선을 매달고 내일의 희망을 향해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달려나가는 그 길 자체가 행복입니다.

오늘도 오토바이는 부릉부릉 달려요.
우리 가족을 태우고 어디든
부릉부릉!

행복이란 삶의 결과물이 아니라 삶의 과정임을 일깨워주는 그림책 “달려라 오토바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우리 이웃들의 삶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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