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글/그림 박민희 | 책속물고기
(2015/05/25)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책표지 그림을 보면 욕실에서 거울을 보며 깔끔을 떨고 있는 심술궂게 생긴 아저씨가 보입니다. 인상은 결코 깔끔해 보이지 않는데 욕실 벽이며 바닥엔 티 한 점 보이질 않습니다. 게다가 새하얀 셔츠와 구김 하나 없는 흰 바지, 심지어 슬리퍼까지도 하얀색입니다. 책표지만 보고도 그림책 속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아마도 아저씨가 입고 있는 순백의 옷들이 오늘 수난을 당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이 팍! ^^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빅터 아저씨는 지저분한 걸 정말정말 싫어합니다. 뭐든지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지독한 깔끔쟁이였습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늘 하얀 옷만 입는다는군요. 옷장 속엔 온통 새하얀 옷들로 가득합니다. 셔츠와 바지 뿐만 아니라 모자, 넥타이 그리고 신발까지도 모두 화이트!

깔끔함에 대한 지나친 집착때문에 아저씨에겐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대요. 생각해 보세요. 작은 먼지 하나에도 버럭 화를 내고 잔뜩 인상 쓰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빅터 아저씨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혼자 지내는게 깔끔함을 유지하기엔 훨씬 더 좋았으니까요.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그러던 어느 날 세탁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아저씨는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비해 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하얀 옷에 먼지라도 묻을까봐 질색이 되어 버린 아저씨……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빅터 아저씨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어서 말이죠.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무사히 세탁소 앞에 도착한 아저씨가 한숨 돌리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저씨! 아저씨! 거기 하얀 옷 입은 아저씨!’ 하고 말이죠. ‘하얀 옷’이란 말에 빅터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맙소사!

맙소사! 빅터 아저씨의 심정을 아주 깔끔하게 표현한 한 마디… 맙소사! 유난스러운 빅터 아저씨에게 한창 몰입해 있던 제 입에서도 저도 모르게 ‘맙소사!’가 터져 나오고 맙니다.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그러고보니 오늘은 토마토 축제의 날이었어요. 그걸 까맣게 잊은 채 아무 생각 없이 거리에 나온 자기 자신에게 어처구니 없어하던 아저씨는 축제 인파들을 피해 이 골목 저 골목으로 숨어 보지만 이미 축제의 열기가 한창 무르익은 거리에서 빅터 아저씨가 숨을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계속되는 토마토 세례에 점점 싯벌겋게 물들어가는 아저씨의 새하얀 옷…… 저러다 아저씨 병 나겠네요…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빅터 아저씨는 토마토를 하나 집어서 아무에게나 던져 버렸습니다. 자신의 옷을 더럽힌 축제 인파 모두에게 던지는 분노의 한 방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이 던진 토마토가 누군가의 머리에 맞아 퍽 하고 터지는 순간 빅터 아저씨의 가슴에서 묘한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빅터 아저씨는 토마토를 계속 던졌어.
던지고, 던지고, 또 던졌어.
사람들이 토마토에 맞아서 빨갛게 물들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하하하! 웃음이 절로 났지.

빅터 아저씨는 평소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정에 북받쳐 자신도 모르게 축제의 열기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느새 아저씨의 주변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아저씨와 한 편이 되어서 맞은 편 사람들에게 토마토를 던져대는 사람들, 이에 질새라 빅터 아저씨와 같은 편 사람들을 향해 정신 없이 토마토를 퍼붓는 상대편 사람들…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어느 순간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를 사람들 속에서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토마토로 흠뻑 물든 빅터 아저씨뿐입니다. 깔끔 떠느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조차 싫어하던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는 사라지고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길 줄 아는 멋쟁이 빅터 아저씨만 남았습니다.  사람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빅터 아저씨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입니다.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자꾸만 웃음이 나는 거야.
“아!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앉은 빅터 아저씨. 방금 전까지 토마토 속에서 뒹굴던 생각을 하면 자꾸만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껏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웠던 적이 없었으니까요. 욕조며 욕실 바닥에 잔뜩 묻은 토마토 얼룩들 좀 보세요. 맨 처음 책표지에서 봤던 반짝반짝하던 욕실과는 전혀 딴판이죠? 변한 건 욕실뿐만이 아닙니다. 아저씨의 표정 역시 변했습니다. 잔뜩 찌푸렸던 아저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냐구요? 아뇨! 아저씨는 또 다른 멋진 축제를 찾아 떠납니다(어떤 축제일지 궁금한 분은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죠.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의 더불어 사는 세상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앞쪽 면지에서 청소에 여념이 없던 아저씨는 뒤쪽 면지에서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옷도 하얀 옷에서 색깔 있는 옷으로 갈아입었고, 빈둥거리며 간식을 먹기도 하고 강아지랑 놀기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이유는 빅터 아저씨의 여유로운 표정과 함께 있어주는 친구들 덕분이겠죠? ^^

오늘 소개한 그림책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는 박민희 작가가 한겨레 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 관련 공부를 하면서 10개월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초안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출처 : 박민희 작가 블로그) 첫 번째라고 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그림책 아닌가요? ^^

빅터 아저씨가 깔끔함에 집착했던 것처럼 여러분들 역시 무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지는 않나요? 삶이란 늘 득과 실이 공존하는 것 아닐까요? 빅터 아저씨가 깔끔함에 집착하면서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간 것처럼 말입니다. 또, 깔끔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유쾌한 친구들과 행복한 삶이 찾아 온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림책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를 보면서 행복이란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 마칩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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