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책표지 : Daum 책
★ 한밤중에 (원제 : At Night)

글/그림 조나단 빈 | 옮김 엄혜숙 | 고래이야기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08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는 “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의 그림을 그렸던 조나단 빈의 “한밤중에”입니다. 작가는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린 이 그림책으로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을 받았고, 그 밖에도 다양한 기관이나 미디어들이 선정하는 그 해의 최고의 책 목록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혼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족의 일상과 어린 여자 아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도심의 평화로운 밤풍경을 통해 잠시나마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한밤중에

그림책 표지엔 한낮의 옥상 풍경이 담겨 있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엄마는 빨래를 널고 있었고, 여자 아이는 화초에 물을 주고 있었죠. 그리고 엄마가 다시 빨래를 걷으러 올라와 보니 딸아이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한낮을 비추던 태양은 은은한 달빛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구요.

그렇게 어제와 다름없이 평범한 하루가 지나고 식구들은 하나 둘 잠자리에 듭니다. 딸아이는 자신의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식구들이 자러 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장난꾸러기 두 동생들은 졸릴 눈을 부비며 제 방으로 걸어가고, 엄마 아빠도 동생들과 자신에게 ‘잘 자라, 좋은 꿈 꾸고!’라며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는 자러 갑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딸아이는 깨어 있습니다. 곤히 잠든 식구들의 잠자는 소리를 들으면서…… 엄마 아빠의 숨소리, 남동생 여동생의 조그만 숨소리…… 바로 그 때 어디선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집니다.

한밤중에

바람은 창턱을 넘어
바닥으로 내려와
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방을 가로질러
문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갔어.
그 바람을 따라
베개랑 이불이랑 담요를 가지고
위로 한 계단, 또 한 계단 옥상까지 갔어.
거기서 살랑살랑 바람은
시원한 밤공기랑 만났지.

한밤중에

아이를 옥상으로 인도한 살랑살랑 바람이 도시의 시원한 밤공기랑 만나는 순간 그림은 작은 옥상에서 도시 전체의 풍경으로 펼쳐집니다.

한밤중에

아이가 한밤의 하늘을 느끼는 순간 그림은 도시의 풍경에서 도시를 품고 있는 숲과 강으로 펼쳐집니다.

한밤중에

살랑살랑 바람을 따라 옥상에 올라온 아이는 고요한 밤공기를 통해 자신을 감싸고 있는 하늘과 세상을 만납니다. 드넓은 세계를 생각하고 웃음 짓는 아이…… 아이의 웃음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밤중에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눈을 감자 그림은 다시 아이의 집 옥상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는 옥상에 마련한 편안한 잠자리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포근한 밤공기를 만끽합니다. 시종일관 아이 곁을 맴돌던 검은 고양이는 담요 위에 앉아서 밤하늘을 비추는 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밤중에

아이와 검은 고양이는 어느새 곤히 잠들었습니다. 걱정스레 딸아이 뒤를 따라 올라와 가만히 지켜보던 엄마는 잠든 아이를 다독이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딸아이가 바라보던 바로 그 하늘입니다. 딸아이가 느끼던 달콤한 밤공기 역시 여전히 느껴집니다. 아이를 비춰주던 달빛이 엄마 역시 잔잔하게 비춰줍니다.

잠든 아이를 포근하게 감싸 준 밤공기 사이로 엄마의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갑니다.

“한밤중에”는 마치 글 없는 그림책 같은 느낌입니다. 보는 이 각자의 추억과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서 한밤중에 도심 한 복판의 작은 옥상 풍경은 수많은 느낌들을 자아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림책 속 딸아이에게는 잠못드는 어느 밤의 작은 일탈의 경험이 그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듯이 말입니다.

곤히 잠든 아이와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고는 옥상에 올라와 한가로이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 느낌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작은 선물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