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원제 : Who Says Women Can’t Doctor? : The Story of Elizabeth Blackwell)

타냐 리 스톤 | 그림 마조리 프라이스맨 | 옮김 김이연 | 정글짐북스
(2015/03/24)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 엘리자베스 블랙웰

“동물들은 왜 열기구를 탔을까?”에서 인류 최초의 비행 실험에 얽힌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그려낸 마조리 프라이스맨이 이번엔 최초의 여자 의사 엘리자베스 블랙웰 (Elizabeth Blackwell)의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엘리자베스 블랙웰’에 대해서 먼저 좀 알아 볼까요? 그림책 뒷쪽에 그녀의 일대기가 잘 정리되어 있어 그 부분을 요약해 봤습니다.

미국에 있는 제네바 의대를 졸업했지만 ‘엘리자베스 블랙웰’을 의사로 고용하는 병원이 없었어요. 영국과 프랑스에 가서 더 공부를 한 후 뉴욕으로 돌아온 그녀는 여자 의사가 개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 들이고 당시에 의료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무료 진료소를 열고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가난한 여자와 아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기 시작했고 1857년 3월 2일 마침내 ‘뉴욕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진료소’을 열었습니다. 여자 의사가 연 최초의 병원이자 여성들을 위한 최초의 병원이었답니다.(동생인 에밀리 블랙웰 역시 의사가 되어 언니와 함께 일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직 여학생만을 위한 의과 대학을 1868년 뉴욕에 설립으며 그녀의 고향인 영국에도 여자 의과 대학이 설립될 수 있도록 애썼대요. 엘리자베스 블랙웰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며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고 합니다.

자, 그럼 ‘엘리자베스 블랙웰’이 어떻게 최초의 여자 의사가 되었는지 한 번 따라가 볼까요?

1800년대의 여자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부모님 밑에서 조신하게 지내다 나이가 차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살림을 하는 것이 여자의 전부였던 시대입니다. 여자가 굳이 직업을 갖는다면 선생님이나 재봉사 정도가 고작이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여자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제약들이 존재했고 그것들이 당연시되던 시절에 다른 직업도 아닌 의사가 되겠다고 꿈꾸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바로 ‘엘리자베스 블랙웰’입니다. 그녀가 처음부터 의사를 꿈꿨던 건 아니라고 해요. 병원 가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였던 그녀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건 친구 메리 덕분입니다. 심한 병을 앓고 있던 친구 메리의 돌봐준 적이 있었는데 극진한 그녀의 병간호를 받던 메리는 남자 의사가 아닌 여자 의사가 있다면 여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며 엘리자베스를 부추깁니다.

“엘리자베스, 네가 의사가 되어 보는 건 어때?”

엘리자베스 본인도 처음엔 여자가 의사가 된다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 메리의 우정어린 격려와 염원이 담긴 그 말은 그녀의 가슴 속에 희망과 열정의 싹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마침내 엘리자베스는 결심합니다. 의사가 되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 조언을 구해 보지만 반응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여자는 힘이 너무너무 약해서 절대로 의사가 될 수 없어

여자는 의사가 될 만큼 똑똑하지 않아

의사가 되기엔 힘이 너무 약하다? 여자는 의사가 될 만큼 똑똑하지 않다? 여자가 의사가 될 수 없는 이유들은 아무런 논리도 갖추지 못한 편협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불과합니다.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삿대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엘리자베스는 수많은 의과 대학들에 지원을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불합격입니다. 모든 대학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불합격의 이유도 한결같습니다.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되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그런데 마침내 제네바 의과 대학에서 합격의 기쁜 소식이 날아듭니다. 물론, 그 대학에서도 의사가 되려는 여자의 꿈을 높이 산 것이 아니라 ‘설마 정말로 여자가 해낼 수 있겠어?’하는 생각으로 그저 장난처럼 받아들였던 것에 불과하긴 했지만 말이죠.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설마… 의 주인공들은 엘리자베스가 정작 입학을 하자 그녀를 놀리거나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정말 힘들게 주어진 의학 공부의 기회였으니까요. 그녀가 절대로 버텨내지 못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남학생들조차 그녀의 열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서히 엘리자베스를 같은 의학도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

1849년 1월 23일 드디어 엘리자베스는 의과 대학을 졸업합니다. 그리고 최초의 여자 의사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서 말이죠. 하지만 모두가 그녀를 축하해 주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말한 남자 의사도 있었대요.

“인류를 위해 여자 의사는 엘리자베스가 마지막이어야만 합니다.”

이런 비아냥에 대해 이 그림책의 작가들은 아주 멋지게 한 방 날립니다.

하지만 너도 이미 알고 있다시피 엘리자베스가 마지막 여자 의사가……

아니지!

그럼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죠. 우리 주변에 여자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 미국의 경우엔 오늘 날 미국 의과 대학생의 절반은 여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의대 입학생 중 여자의 비율이 평균 3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군요.(출처 : 의료계 ‘여풍’ 더 세진다, 청년의사)

‘엘리자베스 블랙웰’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내해야만 했던 따가운 시선과 비웃음을 극복하고 최초의 여자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꿈을 향한 그녀의 도전 정신과 뜨거운 열정 덕분이겠지만 그런 그녀를 늘 지지해 준 아버지의 편견 없는 사랑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들에게도 아들과 다름 없는 교육을 시켰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아주 보기 드문 경우였다고 해요. 아버지의 고정 관념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사고가 두 딸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거겠죠.

우리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계집애가……’, ‘어딜 여자가……’ 하는 말들을 어렵지 않게 들으며 자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요즘은 그 시절보다야 당연히 더 나아졌지만 인류의 역사에 깊숙히 각인된 남녀 차별의 관습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자는 선생님 되는 게 최고야!’ 이런 말 우리 딸내미 무릎에 앉혀 놓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 무한 반복하시는 우리 아버지… 이런 풍경 저희 집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죠? ^^

여러분이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겠습니까? 여러분의 딸들에게 ‘여자의 한계’에 대해서 가르칠 건가요? 여러분의 아들들에게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라고 가르칠 건가요? 남녀 차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입니다. 최초의 여자 의사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성불평등의 관습에 맞선 도전 정신과 꿈을 향한 열정으로 최초의 여자 의사가 된 엘리자베스 블랙웰의 이야기를 통해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성차별과 여성 비하 문제 등을 꼬집는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였습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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