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엄마 진짜 아빠

진짜 엄마 진짜 아빠

글/그림 박연철 | 엔씨소프트


나를 길러 준 엄마 아빠가 아닌 나를 낳아 준 진짜 엄마와 진짜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시절 적어도 한 두 번씩은 다들 들어 본 이야기일거예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며 어른들이 놀리기도 하셨지만 가끔은 혹시 진짜 나만 우리 가족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나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었죠.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진짜 엄마 진짜 아빠” 에도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미 제목에서도 폴폴 냄새가 풍기고 있지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지구로부터 2천4백7십5억 광년이나 떨어진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  에서 행복하게 살던 왕과 왕비, 그리고 아기 왕자는 이웃 별로 여행을 갔다가 우주 해적선을 만났어요. 왕은 가까운 별에 왕자를 내려놓고 재빨리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한 여인이 그곳을 지나가다 아기를 보고는 데려다 키웠어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그 애가 바로 나야!

아기 왕자는 어느덧 이렇게 쑥쑥 자라났네요. 아이는 잠시 진짜 엄마 아빠에게서 떨어져 이 별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엄마 아빠가 꼭 데리러 올 거라 믿었어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하지만 진짜 엄마 아빠가 데리러 올 때까지 이 별에서 살아가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어요. 엄마는 늘 학교 가서 말썽 피우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하시지만 아이는 이 별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죠. 왜냐, 왕자님은 이렇게 살면 안 되거든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특히나 잘난 체 하기 좋아하는 시장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이는 학교에서 잘난 체하는 시장 아들과 한바탕 싸움을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자 진짜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내가 못 갈까 봐?
진짜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갈 거야.
날 찾으러 왔다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르잖아.
못된 괴물한테 잡혀 있을 수도 있고.
그래! 진짜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가자.

진짜 엄마 진짜 아빠

진짜 엄마 아빠를 찾기 위해 숲으로 떠난 아이는 숲 속에서 우리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유명한 거짓말쟁이들을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아이가 숲에서 제일 처음 만난 것은 피노키오였어요. 아이가 자신은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 별 의 왕자인데 혹시 우리 엄마 아빠 못 봤냐고 물었더니 피노키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수많은 거짓말로 코가 길어져 봤지만 너 같은 거짓말쟁이는 처음 본다.
왕자는 무슨.”

거짓말쟁이의 대명사 피노키오도 깜짝 놀라게 만든 거짓말쟁이가 된 외계 왕자님.^^ 둘이 만난 배경 뒤에 새겨진 글자 ‘menzógna’를 찾아보니 이탈리아어로 ‘거짓’이라는 뜻이네요. 어마어마한 거짓말쟁이들의 세기적 만남을 상징하는 걸까요? ^^

피노키오가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자신은 진짜 왕자님이라 말하며 길을 걸어갔어요. 조금 지나 만나게 된 양치기 소년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 녀석 역시 아이의 말을 믿지 않네요.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아이는 점점 풀이 죽었습니다. 임금님을 속여 벌거벗게 만든 적이 있다는 아저씨들도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그들이 한결같이 아이에게 한 말은 ‘너같은 거짓말쟁이는 처음 본다.’ 였죠.

진짜 엄마 진짜 아빠

결국 아이는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엉엉 울면서 엄마 아빠를 부르며 소리쳤어요. 어서 와서 제발 나를 데려가 달라구요. 처음 진짜 엄마 진짜 아빠를 찾으러 간다면서 보였던 자신만만했던 표정은 간데 없고 엄마 아빠를 찾으며 엉엉 우는 아이 표정에서 우리 아이들 모습이 스쳐 지나가죠? 아, 제 어린 시절 모습도 있는 것 같네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그 때 나타난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안아주셨어요. 아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안기면서도 이렇게 물었어요.

“모두 나보고 거짓말쟁이래. 나 진짜 왕자님 맞지?”

아이가 혹시 이렇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하실 건가요? 아이의 엄마 아빠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답해주셨어요.

“그럼! 자, 이제 집에 가자.”

세상이 모두 나를 거짓말쟁이라 손가락질 해도 나를 믿어주는 분은 역시나 엄마 아빠 뿐입니다.^^ 엄마 아빠의 ‘그럼!’ 이라는 한 마디에 아이 마음 속 분노와 초조감은 모두 눈 녹듯 사라져버렸을 거예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그렇게 긴 하루를 마친 왕자님은 잠이 들었어요. 진짜 엄마 진짜 아빠는 찾지도 못하고 말이죠.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이 되겠죠? 저도 그랬고 제 아이도 그랬듯이요.^^

가족을 뜻하는 영어 단어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어요. 이 그림책을 보니 그 말이 생각나네요. 따스한 온기와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나무조각으로 만든 그림 덕분에 한 편의 인형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진짜 엄마 진짜 아빠”, ‘어쩌면 나는 주워온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독특한 발상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항상 독특한 표현과 재미있는 소재를 그림책 이야기로 선보인 박연철 작가는 “어처구니 이야기”,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 했을까”, “떼루떼루” 에 이어 “진짜 엄마 진짜 아빠” 속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거짓말쟁이를 또 한 번 주인공으로 내세워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박연철 작가의 이야기에는 늘 반전이 숨어있어요. 물론 이 그림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진짜 엄마 진짜 아빠”엔 어떤 깜짝 반전을 숨겨두었는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 별이란 이름이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아 찾아보니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에서 박연철 작가는 자신의 프로필을 이렇게 소개했더군요.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 난 지구인이 아니랍니다.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있는
너무멀어자세히안보면잘안보여 별의 왕이에요.

라구요. 흠… 그렇다면 “진짜 엄마 진짜 아빠”에서 자신을 낳아 준 진짜 엄마 진짜 아빠를 찾아 나선 외계에서 온 왕자님 이야기는 박연철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셈이네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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