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책표지 : Daum 책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김용택 | 그림 정순희 | 사계절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언덕에 앉아 풀꽃을 쥐고 산 아래를 넘어다보는 남매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 그림, 산 너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왠지 모를 그리움이 잔뜩 배어있는 장면입니다. 그림책 표지를 양쪽으로 쫙 펼쳐서 보세요. 노란 꽃이 끝도 없이 피어나있는 산골 풍경이 아득하게 펼쳐집니다. 표지 그림만으로도 우리들 마음 속에 여운을 안겨주는 그림책이에요.

내 이름은 보미다.
재영이는 내 동생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살러 왔다.

동생 재영이와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살러 간 보미, 이 이야기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인 보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보미와 재영이를 두고 아버지는 다시 서울로 떠나셨어요. 쭈뼛거리고 서있는 두 아이 모습은 모처럼 할아버지 댁에 놀러와 마냥 신나있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아요. 커다란 짐가방을 가지고 할아버지 댁에 살러 온 보미와 재영이에게 할아버지 댁은 낯설게 보이기만 합니다.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밤이 되니 온 동네가 캄캄해졌어요. 불빛이라곤 할아버지 방에 켜진 작은 불빛 하나, 캄캄한 어둠 속 쓸쓸한 밤 풍경은 아이들의 두렵고 낯선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첫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산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어요. 그 큰 산의 모습에 압도 당한 듯 보미의 모습이 아주 작아 보입니다. 보미는 마당으로 나가 이제 부터 살게 될 집을 살펴 보았어요. 집은 아주 작았어요. 마당에는 소가 있고 동네에도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를 따라 보미는 학교에 갔어요. 교실에 들어가 보니 2학년은 모두 네 명 뿐입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미를 바라보고 있지만 보미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긴장해있습니다.

학교 차를 타고 집으러 가는 길에 펼쳐진 논과 밭이며 땅에 돋아난 풀들과 날아가는 새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이 모든 것이 보미에게는 그저 낯설기만 할 뿐이었어요.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어느 날 보미는 선생님과 학교 뒷산에 올라가 오동 꽃을 보았어요. 보라색 오동 꽃, 선생님은 오동 꽃을 보고 글을 써 오라 말씀하셨어요. 하루는 집에 가는 길에 길가에서 자꾸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따라왔어요. 보미는 그 소리가 뭘지 궁금했어요. 이제 보미는 제법 선생님 곁에 다가서기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리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도 돌아보면서 귀 기울이게 되었네요. 낯설기만 하던 시골 마을과 그곳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한 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밖에 나가면 가까이 산이 까매서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하늘에 뜬 둥근 달을 보고 가만히 달이라고 말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달이 보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포근한 달빛 때문일까요? 짙푸른 빛을 띈 밤하늘은 보미와 재영이가 처음 할아버지 댁에 왔을 때처럼 쓸쓸해 보이는 어둡고 까만 밤이 아닙니다.

이제 동생 재영이와 제법 할아버지 댁 일도 도울 줄 알게 된 보미, 보미가 할아버지 댁 소를 보고 “소야”하고 부르면 소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그럴 때면 핑경(‘풍경’의 전라도 사투리) 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그러면 보미는 서울 생각이 났어요. 이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슴 속 그리움을 완전히 덮을 수는 없나 봅니다.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생님께 글쓰기 시간에 쓴 글을 보여드리니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보미야, 내가 네 아버지도 가르쳤단다.”
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웃었다.

아버지를 가르쳤던 선생님, 보미는 선생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쓸쓸하게만 느껴졌던 이 곳에서 보미의 마음을 달래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선생님과 친구, 커다란 산과 둥근 달, 나무며 이름 모를 풀들이 보미에게 조금씩 다가옵니다.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동생 재영이가 불러서 가보니 풀여치가 풀잎에 앉아 있었어요. 여치를 잡으려고 하니 여치가 도망치다 거미줄에 걸렸습니다. 거미가 점점 여치에게 다가가는 것을 본 남매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는데 다행히도 발버둥 치던 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 했어요.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 치는 여치의 모습은 어쩌면 이 곳에 버려졌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불안에 떨고 있던 여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감나무에서는 주홍빛 감이 탐스럽게 영글어 가고 있어요.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지나갑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비가 내리고 나서 풀잎에 맺힌 빗방울을 가만 들여다 보니 그 속에 보미 얼굴이 보입니다.

내가 “야”하고 가만히 나를 불렀다.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내 얼굴이 사라졌다.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너른 들판, 푸른 산과 자연이 엄마 아빠를 향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대신하고 있지만 보미에게 문득문득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그 그리움의 끝에는 엄마가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제된 글로 가슴 절절하게 담아낸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는 우리에게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선생님이 교사 생활 중에 만났던 한 아이와의 인연을 글로 써낸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보미 마음처럼  담담하게 감정을 억제하고 간결하게 써내려 간 이 이야기에 한국화를 전공한 정순희 작가의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아름다운 연출이 돋보이는 감성적인 수채화 그림이 잘 녹아들어 마음 속에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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