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야쿠프

바보 야쿠프 (원제 : Yakup Tokstollen)

울프 스타르크 | 그림 사라 룬드베리 | 옮김 이유진 | 한겨레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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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는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을 뜻하지만 때론 계산적이지 않고 순수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죠. 오늘 그림책 주인공은 야쿠프라는 소년입니다. 그런데 야쿠프의 이름 앞에는 항상 ‘바보’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야쿠프가 왜 바보 야쿠프라 불리는지 그 사연 한 번 들어볼까요?

바보 야쿠프

야쿠프의 하루는 바보짓으로 시작됩니다. 토마토를 집으려다 우유잔을 건드려 몽땅 쏟고 말았어요. 그런 야쿠프의 바보짓을 본 누나와 동생은 웃었지만 엄마는 한숨을 쉬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우유를 치우는 야쿠프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별일 아니다. 다 닦으면 새 바지로 갈아입어라. 시무룩해지지 말고. 가끔은 실수할 권리가 있는 거야.”

야쿠프의 바보짓은 집에서 뿐 아니라 온 마을에서도 유명했어요. 물건들에 걸려 넘어지고 떨어뜨리고, 길을 잃어버리고……

야쿠프는 학교에서 ‘바보 야쿠프’라 불렸고 가끔은 “이런, 또야!”라든가 “저런,저런, 저런!” “조심해, 쟤 온다!”로 불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나쁜 마음으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야쿠프는 그리 상관하지 않았어요.

바보 야쿠프

이렇게 늘 긍정적인 야쿠프였지만 야쿠프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자신이 커서 뭐가 될지였어요. 자신이 멍청하다 생각한 야쿠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 야쿠프에게 외삼촌은 자신도 어릴 때는 꽤 멍청했지만 솜씨 좋은 구두장이가 되었다면서 이런 말을 들려주었어요.

“바보들은 우릴 미소짓게 하지.
바보들은 우리가 절대 생각도 안 할 일을 해.
또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학교에 가거라.
네가 바보라는 걸 기뻐하고.”

바보 야쿠프

오늘도 야쿠프는 학교에서 바보짓을 했어요. 진흙탕에 넘어져서 친구들을 웃겼고, 수업 시간에 책 읽기를 할 때는 자꾸만 글자를 틀렸어요. 바람에 날려간 교장 선생님의 모자를 발로 밟아 잡는 바람에 ‘모자를 망가뜨리는 야쿠프’라는 새 이름도 얻게 되었지요. 수업이 끝나자 사내아이들은 유수프 아저씨네 다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하러 모두 바람처럼 사라졌지만 야쿠프는 대회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다들 이렇게 말했거든요.

“너무 위험해. 야쿠프. 네가 누구를 맞힐지 절대 알 수 없으니까.”

바보 야쿠프

그래서 혼자 집으로 가야했던 야쿠프는 개를 피해 나무로 올라갔던 아일라를 구해주게 되었어요. 하지만 한쪽 발을 삐고, 바지도 찢어지고 팔꿈치에 상처가 나고 말았죠. 아일라네 할머니는 야쿠프를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시고 바지도 꿰매주셨어요. 그러는 사이 야쿠프는 아일라와 얼굴 찡그리기 놀이를 하다 우연히 아일라 할머니의 안경을 쓰게 되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있어났습니다. 안경을 쓴 순간 아일라의 온몸이 빛나고 두 눈이 반짝이고 두 뺨은 살구 같고 눈썹 한 올 한 올이 모두 보였거든요. 아일라가 말했어요.

“야쿠프, 너 안경 써야겠다.”

바보 야쿠프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던 야쿠프는  휴지를 집으려했지만 휴지 대신 식탁보를 잡아당겼어요. 그 바람에 식탁 위의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죠. 하지만 야쿠프는 웃기만 했어요. 가족들이 왜 그러는지 묻자 야쿠프가 대답했어요.

“이제 이유를 알아서 그래요. 저, 물건을 하나 살 돈이 필요해요.”

야쿠프는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외삼촌 가게에서 구두를 닦기로 했습니다.

바보 야쿠프

야쿠프는 날마다 학교가 끝나는 대로 외삼촌 구두가게에서 구두 닦는 일도 하고 아일라네 집에서 할머니 안경을 빌려 쓰고 다트 연습도 했어요. 그리고 아일라 아빠가 안경점이 있는 마을에 가실 때 외삼촌에게 일년 치 구두 닦는 값을 미리 받아 안경을 맞추러 갔어요. 검사가 끝난 후, 안경사 아저씨는 오래된 안경테 뿐이라며 일주일 뒤에 오라 했지만 야쿠프는 그냥 그 안경테를 쓰겠다고 말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걸요.
제가 어떻게 보일지는 상관이 없어요.
잘 보인다는 게 중요하지요.”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야쿠프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두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어요.

바보 야쿠프

그 날은 마침 유수프 아저씨네 다트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다트 대회가 막 끝날 참에 도착한 야쿠프가 마지막으로 다트를 던지려고 하니 모두들 너무 위험하다며 야쿠프를 말렸어요. 하지만 야쿠프가 이제 기적이 일어났다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야쿠프에게도 기회를 주었습니다. 야쿠프가 던진 다트는 모두 과녁 한가운데에 명중했어요.

나는 ‘명중왕 야쿠프’라는 이름을 얻었다.
어른이 되면 야쿠프 교수님이 될 거다.

야쿠프가 말한대로 기적이 일어났네요. 야쿠프의 눈이 밝아져 더 이상 바보가 아닌 명중왕 야쿠프가 된 것, 그리고 눈이 잘 안 보여 무슨일에서든 실수만 연발해 그저 어둡고 막막했던 야쿠프의 미래가 이제 환하게 밝아졌다는 것! ^^

바보 야쿠프

새로운 명중왕의 탄생을 온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마을 사람들, 그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야쿠프의 비밀에 담긴 이야기를 물 흐르듯 재미있게 써내려간 “바보 야쿠프”는 문장 하나 하나 철학적인 글이 참 많이 담겨 있어요. 특히나 오래된 안경테도 괜찮다며 야쿠프가 하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어떻게 보일지는 상관이 없어요.
잘 보인다는 게 중요하지요.”

누구나 지기 싫어하고 자신을 조금이라도 드러내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이 시대, 바보는 남들을 웃게 만들어 좋다는 바보 철학이 보는 이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바보 야쿠프”“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로 잘 알려진 울프 스타르크의 담백한 글에 사라 룬드베리가 그린 개성 강한 그림이 아주 인상적인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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