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책표지 : 풀빛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원제 : Wenn Ich Gross Bin, Werde Ich Seehund)

글/그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 옮김 김경연 | 풀빛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브루노를 위한 책” 기억하시나요? 아이들 마음 속에 담긴 꿈과 상상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책이 주는 즐거움과 무한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알려줬었던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이번엔 바닷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셀키의 전설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유럽의 전설에 등장하는 셀키(Selkie)는 바다표범 모습을 한 요괴의 일종으로 바다에서 나와 가죽을 벗으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변신한 셀키는 자신의 바다표범 가죽을 숨겨둔 채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도 한다는데요. 특히 여자 셀키는 뭍으로 나왔다 가죽을 잃어버리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가죽을 훔친 인간과 결혼해서 살아야만 한다고 합니다. 왠지 우리의 ‘선녀와 나무꾼’과 닮은 듯한 이야기네요.

자 그럼 지금부터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들려주는 바닷가의 전설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옛날 바닷가 외딴 곳에 한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랑 아빠랑 아이, 이렇게 셋이서 살았습니다. 아이는 수영을 좋아했습니다. 배운 적도 없는데 마치 돌고래나 바다표범처럼 맨 손으로도 고등어를 잡을만큼 헤엄을 잘치는 아이. 아빠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가고나면 엄마는 집안일을 했고 아이는 엄마를 도와줍니다. 물론 아이는 제 할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로 수영을 하러 갔죠.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아빠가 커다란 고기 떼를 찾아 먼 바다로 나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을 때면 엄마는 아이에게 바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인어 아가씨, 바닷가재 소녀, 구눈박이 장어, 궁중 대신 바다소, 오징어 왕자, 죽음의 해파리, 바다 수도승, 바다 트롤, 앵무조개 신사, 바다물총, 달고기 왕, 뽀뽀 뱀장어, 왕집게발 소년, 궁궐 두꺼비, 도둑 달팽이, 정어리 거인, 초록 농어, 이불 문어, 해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싣고 다니는 고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아이는 엄마가 들려주는 바다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들을 듣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엄마가 들려주는 바닷속의 신비한 전설들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강렬한 그림으로 되살아납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나도 그림 속 아이 곁에 앉아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아이는 신기합니다. 엄마는 ‘어부의 아내는 헤엄을 치면 안 된다’며 단 한 번도 바닷물에 발을 담근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 많은 바다 전설들을 알고 있는 걸까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아이는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아빠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엄마랑 아빠는 포도주를 잔뜩 마셨고 술에 취한 엄마 아빠는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잠들기도 전에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잠든 줄만 알았던 아빠가 아주 조용히 방에서 빠져 나와 창고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그런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죠. 아빠는 뭔가 반짝이는 꾸러미를 들고 나와서는 다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빠는 다시 침대로 돌아갔고 이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다음 날 아침 아빠는 다시 바다로 떠나고 아이는 지난 밤 아빠가 몰래 집으로 갖고 들어온 물건을 찾아 온 집안을 뒤집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청소는 혼자 할테니 수영하러 가도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집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아빠가 숨겨둔 반짝이는 물건을 찾아냈습니다. 소파 밑 담요 사이에 아빠가 돌돌 말아 숨겨 놓은 것은 윤기가 흐르는 바다표범 가죽이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들려주었던 셀키의 전설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바다표범 가죽을 제자리에 넣어 두고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늘 그랬듯이 엄마는 아이에게 바다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습니다. 오늘은 낡은 난파선에 사는 아름다운 곰치 여왕에 대한 이야기래요.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말을 끊으며 오늘은 자기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바로 자신이 발견한 아빠의 바다표범 가죽 이야기였죠. 엄마가 들려준 전설 속 셀키가 바로 아빠라며 잔뜩 흥분해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도 많이 놀란 듯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바다표범 가죽을 갖고 있는 어부들은 많다고, 그렇다고 모든 어부들이 바다표범은 아니라고……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다음 날 아침 엄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엄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 내내 엄마를 찾아 다니다 지친 아이는 점심때쯤 돌아온 아빠에게 엄마가 사라졌다고 소리칩니다. 아빠는 집 안으로 달려가 소파 밑을 뒤져보지만 자신이 감춰두었던 바다표범 가죽은 없었습니다.

아빠는 나를 오래오래 꼭 껴안아 주었어.
이것은 봄에 일어난 일이었어.
지금은 여름이야.
아직도 아빠랑 난 엄마 없이 둘이서만 살아.
아빠는 이제 자주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않아.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난 아빠랑 함께 꽤 잘 지내고 있어.

이따금 커다란 바위 위에 갓 잡은 고등어 두마리가 놓여 있어.
아무래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난 크면 뱃사람이 될 거야.
아니면 바다표범이 되거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란 제목은 아이의 장난 어린 꿈이 아니었군요. 어부 아빠와 여자 셀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은 어쩌면 커서 바다표범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느 날 바다표범으로 변해 바다로 돌아간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아이의 그리움 가득한 바램이었네요.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이제야 그림책 표지의 아이의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 아이,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당당히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 제목과 이 그림만 봐서는 바다표범처럼 수영을 잘 하고 싶은 아이? 아니면 바다와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와 바다표범의 우정? 뭐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했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다시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마냥 쓸쓸해 보이기만 합니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엄마가 보고 싶은 어린 아이, 나도 바다표범으로 변신할 수 있다면 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엄마를 찾아갈 수 있을텐데 하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입니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멋진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셀키의 전설이 깃든 이야기 어떠셨나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가에게 편지 한 장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이 아이가 크고 난 후의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이죠.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의 뒷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직접 써보라고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지네요.

슬프지만 재미있는 반전이 숨겨진 어느 바닷가 한 아이의 이야기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거야”, 놓치지 마세요!


※ 사족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작가는 밤마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신비한 바다의 전설들을 글이 아닌 환상적인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무려 여덟 페이지 분량의 장대한 서사시와도 같은 그림. 그리고 그림책 맨 뒤엔 이 그림들을 파노라마 형태로 제공합니다(가로 폭이 약 190 cm 정도). 출판사의 소개 글을 보면 한국어판에만 있는 특별한 선물이라며 이 부분이 언급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좌우로 펼쳐지는 대문 접지 형태라 많이 아쉽습니다. 책 제본에 끼워 넣지 말고 별책부록으로 따로 줬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아니면 좌우로 펼쳐지는 형태가 아니라 잘라내기 좋게 한 쪽 끝만 책에 붙어 있었더라면 멋진 그림 한 장 소장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