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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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소영 | 그림 성원 | 리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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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조그만 빌라 205호에는 어떤 아저씨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현관에 잔뜩 쌓인 전단지들을 보니 아저씨는 단 한 번도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없나봅니다. 세상 밖은 거칠고 복잡해서 다치기 쉬운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205호 아저씨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대요.

가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슈퍼마켓에 전화를 해서 배달을 시켰습니다.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해도 아저씨네 현관문은 아주 조금만 열렸습니다. 그리고는 아저씨의 손만 살짝 나왔다가는 얼른 들어갔습니다.

소풍

사실 아저씨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낮에는 잠을 자고 주로 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요한 밤에 더 많은 심상이 떠오르는 걸까요? 그런데, 조용하던 빌라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습니다. 그 날 이후 아저씨의 평범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이웃은 바로 ‘꽃잎’이란 이름의 아이였습니다. 아저씨가 아이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구요? 꽃잎이 엄마에게 뭐 사달라고 졸라대는 소리가 매일같이 벽을 넘어 들려왔거든요. 아이가 졸라댈 때마다 “조금만 기다려 꽃잎아.”, “오리 인형은 이미 있잖아 꽃잎아.”라고 대답하는 엄마 목소리도 들렸구요.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소리 덕분에 아저씨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꽃잎이 잠든 밤에 잠을 잘 수밖에 없었고 그림은 낮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소풍

그리고 조용히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싶었던 아저씨는 꽃잎이 엄마에게 사달라고 졸라대는 것들을 몰래 선물하기 시작합니다. 누르면 소리가 나는 오리 인형, 새끼 고양이 등 꽃잎이 원하는 선물들이 담긴 상자가 꽃잎이네 집 앞으로 배달이 되기 시작했어요.

담쟁이 주택 204호 꽃잎에게

라고 씌어진 상자들이 꽃잎이 엄마에게 졸라댈 때마다 하나 둘씩 배달 된 거죠. ^^

며칠 전엔 꽃잎이 엄마에게 소풍을 가자고 졸라댔습니다. 엄마는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다고 다음에 가자고만 하고 꽃잎은 포기하지 않고 울음까지 터뜨려가며 고집을 피웠습니다.

소풍

이번에도 꽃잎이네 집 앞에는 꽃잎이 원하는 게 들어 있는 상자가 배달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커다란 상자였어요. 상자 속에는 소풍 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예쁜 소풍 가방, 물통, 김밥 재료, 심지어 분홍색 양산까지도 말이죠.

다음 날 꽃잎이네 집에서 엄마가 도시락 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꽃잎이랑 엄마가 밖으로 나오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아저씨는 갑자기 두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살며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아이는 요정처럼 귀엽습니다.

엄마는 얼굴이 반짝거립니다.

소풍

세상은 거칠고 복잡한 곳이라고만 여겼던 아저씨. 그런데 아저씨가 보내준 선물 덕분에 소풍을 떠나는 이웃은 전혀 거칠거나 무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정처럼 귀여운 아이 꽃잎, 환한 얼굴의 꽃잎이 엄마.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밖은 생각보다 거친 곳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밖은 행복을 비출 만큼 따듯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아저씨의 마음 속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 자신도 모르는 새 현관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꽃잎과 분홍색 양산을 따라 걸었습니다. 두사람이 버스에 올라타자 아저씨도 따라 올라탔습니다.

그렇게 아저씨도 얼떨결에 소풍을 가게 되었습니다.

소풍

자기도 모르는 사이 소풍을 나온 아저씨. 꽃잎과 엄마 주변을 맴돌며 아저씨도 나름대로 소풍을 즐깁니다. 세상과의 첫 번째 만남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무섭거나 힘들진 않습니다.

아저씨는 긴 의자에 앉았습니다.
땀이 나고 숨이 찼습니다.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꽃잎이 날렸습니다.
아저씨는 왠지 소풍이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풍

아저씨가 왠지 소풍이 싱겁다는 생각을 하던 바로 그 때 꽃잎과 엄마가 아저씨가 앉아 있는 긴 의자에 와서 앉았습니다. 신나게 놀고 난 뒤 목이 말랐는지 꽃잎은 물통을 열어 뚜겅에 물을 따라 마셨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저씨는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습니다. 꽃잎이 그런 아저씨에게 물을 따라 건넸습니다. 아저씨는 머뭇거리다 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아! 정말 시원하고 달콤했습니다.

소풍은
햇살이 반짝여서 좋았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좋았습니다.
꽃잎이 날려서 아름다웠습니다.

아저씨는 햇살과 바람과 꽃잎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마음도 상자라면,
아주 커다란 상자에 소풍을 가득 담았습니다.

얼떨결에 나선 소풍 길. 세상과의 첫 만남이긴 했지만 아저씨 혼자만의 소풍은 조금 싱거웠습니다. 하지만 이웃이 내민 손길을 마주 잡는 순간 아저씨의 소풍은 달콤해졌습니다.

소음에서 관심과 배려로…

자신의 일과를 뒤바꿔버린 꽃잎이 엄마에게 졸라대는 소리는 아저씨에겐 그저 소음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꽃잎이 원하는 선물을 하나 둘 배달시키면서 아저씨에게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저 소음에 지나지 않던 꽃잎의 징징대는 소리 속에서 ‘아이가 원하는 게 뭘까?’ 하는 관심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꽃잎이 엄마에게 소풍 가자며 조르는 소리를 듣고 아저씨는 ‘소풍을 가려면 무엇이 필요하지?’ 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꽃잎이 즐거운 소풍을 다녀 올 수 있도록 김밥 재료와 물통, 심지어는 엄마를 위한 분홍색 양산까지 준비합니다.

그리고 꽃잎을 향한 관심과 배려는 결국 아저씨 자신이 세상을 받아 들이고 끌어 안을 수 있게 해줍니다. 꽃잎을 따라 나선 소풍은 아저씨에겐 세상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마음 상자에 무엇을 담을까?

조용히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기 위해 보낸 상자는 꽃잎을 위한 선물이지만 세상을 향해 닫혔던 마음을 열게 해준 아저씨를 위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아저씨는 그동안 텅 비어 있던 자신의 마음 상자에 햇살과 바람과 꽃잎, 그리고 소풍을 가득 담았습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세상에 대한 사랑을 담았습니다.

읽다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림책 “소풍”을 보고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마음 상자에 과연 무엇을 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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