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원제 : Charley, Charlotte and the Golden Canary)
글/그림 찰스 키핑 | 옮김 서애경 | 사계절

가온빛 추천 그림책
※ 1967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와 함께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찰스 키핑의 그림책 중 한글판으로 출간 된 것은 모두 일곱 권입니다. 초판 출간 순으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찰스 키핑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두 번 수상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로 1967년에, 그리고 “The Highwayman”이란 그림책으로 1981년에 각각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참고로 존 버닝햄은 2회,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1회 수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간된 그의 그림책은 다른 두 작가에 비해 적어 아쉬워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라는…… 🙂

그래서 국내 출간 된 찰스 키핑의 그림책 일곱 권을 매주 한 권씩 소개해 볼까 합니다. 순서는 초판 출간 순서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The Highwayman”은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출간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자살과 복수 등 잔혹한 내용이 아이들에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그릇된 시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박연철 작가의 블로그에 짤막하게 언급이 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찰스 키핑에게 첫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을 안겨준 그림책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의 배경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거리라고 합니다. 개발의 물결을 타고 하나 둘 사라져 간 자신의 추억들 속에 자리잡고 있던 이야기를 담아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대도시 런던 어딘가에 있는 파라다이스 거리엔 단짝 친구 찰리와 샬럿이 살고 있습니다. 둘은 늘 거리에 나와 함께 놀았습니다. 이 거리에서 두 아이가 가장 좋아한 곳은 오래된 교회 옆 새를 파는 노점 앞이었습니다. 노점에는 화려한 무늬와 귀여운 모양의 앵무새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 맨 꼭대기에 있는 새장에는 작은 금빛 카나리아가 있었죠. 찰리와 샬럿은 금빛 카나리아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새장에 갇힌 새들을 구경하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둘기와 참새들에게 먹이를 던져 주며 놀았습니다.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모든 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철거 회사 사람들이 거리에 들이닥쳤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을 하나 둘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어요. 샬럿네 집이 가장 먼저 헐렸고 샬럿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습니다. 샬럿의 집은 아파트의 맨 꼭대기 층이었습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 후 샬럿의 엄마는 샬럿이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게 합니다. 예전에 살던 동네는 한창 철거 중이거나 공사 중이어서 위험하기 때문이겠죠.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덕분에 단짝 친구 찰리와 샬럿은 새장에 갇힌 새와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있는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샬럿은 새장에 갇힌 금빛 카나리아처럼 보입니다. 옛 거리에 홀로 남겨진 찰리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건물들이 철거되어 사라져 버린 거리엔 찰리를 즐겁게 해 줄 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단짝 친구 샬럿 마저 새로 생긴 아파트들에게 빼앗겨 버린 찰리 역시 옛 거리에 갇힌 셈입니다.

찰리와 샬럿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금빛 카나리아가 불러주던 노래는 즐거움이 아닌 자유를 향한 그리움이 담긴 노래였음을.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찰리는 모두 떠나가 버린 지금 자신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금빛 카나리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빛 카나리아를 사서 함께 지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두 주 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드디어 금빛 카나리아를 사러 갑니다. 이제 모두 떠나버린 휑한 거리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 찰리에게 노점 아저씨는 새장까지 덤으로 주는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습니다.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샬럿은 매일 아파트 발코니에 앉아서 저 아래 옛 거리를 내려다보며 단짝 친구 찰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찰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찰리는 금빛 카나리아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외로움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금빛 카나리아는 노래는 잘하지만 함께 놀아주지는 못하니까요.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이렇게 두 단짝 친구의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가던 어느 날 찰리는 새장을 청소하기 위해 뒤뜰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카나리아를 새장 밖으로 꺼내는 순간 울타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달려들었습니다. 금빛 카나리아는 깜짝 놀라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찰리는 금빛 카나리아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찰리는 아파트 숲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금빛 카나리아를 쫓아 찰리의 시선이 아파트 아주 높은 곳까지 따라갔습니다. 그 순간 찰리의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아파트 저 위에서 친구 샬럿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거든요.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

찰리는 단숨에 아파트 계단을 뛰어 올라 꼭대기 층에 다다랐습니다. 거기엔 단짝 친구 샬럿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금빛 카나리아와 함께. 그 뒤로는 모든 게 행복해졌답니다. 파라다이스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단짝 친구 찰리와 샬럿은 예전처럼 즐겁게 놀았습니다. 물론 두 단짝 친구를 다시 만나게 해 준 고마운 금빛 카나리아도 함께요.

찰스 키핑의 그림책은 어렵다?

보통 찰스 키핑의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기엔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오늘 함께 본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를 보며 어렵다는 생각 드시나요?

아이들은 굳이 텍스트의 설명 없이도 단짝 친구의 이별, 그리움, 재회의 과정을 지켜보며 친구와의 우정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보는 이의 살아온 세월만큼 그림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겠죠. 어린 시절 추억 속의 거리, 그 거리 속에서 함께 뛰어 놀던 옛 친구, 오랜 세월 속에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한 향수…… 그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가 배어 나올테니까요.

찰스 키핑이 이야기 속에 담아내려고 했던 것,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에 집중한다면 그의 그림책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여러분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투영해보세요. 그렇게 작가의 이야기와 여러분의 삶이 잘 버무려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찰스 키핑의 그림책은 무겁고 우울하다?

찰스 키핑의 그림책 속에 펼쳐지는 묵직한 그림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묵직함은 우울함으로까지 번져 나갈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림 속에 풀어낸 이야기들은 결코 절망이나 비관으로 치닫지 않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희망을 향합니다. 어린 시절 런던의 한 거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다만 그의 희망은 기존의 어린이 책들에서 보여주었던 밝고 명랑하고 끝없이 긍정적이기만 한 희망이 아닙니다. 때론 낙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절망이 뒤섞일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그런 삶의 질곡들을 딛고 일어서서 꿈꾸는 희망이 바로 찰스 키핑이 보여주는 꿈과 희망의 모습인 것입니다.

개발로 인해 모두가 사라져 버린 거리에 홀로 남은 한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금빛 카나리아를 삽니다. 자신을 위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행복을 되찾는 아이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삶에 대한 그의 애정과 희망입니다.

완성도 높은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에겐 훌륭한 자극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는 시각적인 면에서도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40여 년 전의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탁월한 색감과 현대적인 조형감각을 보여 주고 있지요.

키핑은 색을 분리하여 석판으로 찍어 낸 이미지 위에 따로 선을 그려 형태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왁스나 스펀지, 덧칠하기 등을 이용해 여러 가지 시각적 효과를 내기도 했지요. 이렇게 완성한 그림의 인쇄는 비엔나의 이름난 인쇄업자에게 맡겼습니다. 그리하여 현대의 인쇄 수준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처럼 독특한 그만의 기법은 이른바 ‘키핑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이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는 1967년,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출판사의 서평이긴 하지만 찰스 키핑의 그림이 완성도가 매우 뛰어남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합니다. 그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속에 설명하기 힘든 울림이 일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책, 좋은 음악이 아이들의 지식과 감성을 풍부하게 하듯이 좋은 그림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자극이라 생각됩니다. 찰스 키핑의 그림을 보며 어떤 아이의 가슴 속엔 위대한 화가의 열정의 불씨가 피어나고, 어떤 아이의 마음 속엔 시인의 감성이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렵다, 우울하다는 편견 때문에 아이들에게 훌륭한 감성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을 절대로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 그림책 “조지프의 마당”을 기다려 주세요~ 🙂


찰스 키핑의 그림책들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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