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책이 산다

그 집에 책이 산다 : 둘둘 말까 꿰맬까 책의 역사

글/그림 이윤민 | 한림출판사


한림지식그림책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그 집에 책이 산다”는 호기심 많은 꼬마 재율이와 책할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과연 어디에 기록을 했을까, 종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 책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등등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점점 더 궁금한 게 많아지는 아이들의 호기심. 재율이와 책할아버지가 어떻게 풀어줄지 한 번 들어볼까요?

그 집에 책이 산다

재율이네 동네에는 이상한 할아버지가 한 분 살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매일 저녁 헌책들을 찾으러 온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닙니다. 할아버지 집엔 대문 밖에까지 책들이 잔뜩 쌓여 있어요. 호기심 많은 재율이는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책할아버지네 대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갑니다. 재율이가 책할아버지를 따라 책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종이가 없던 옛날에는 어디에 문자를 적었을까?

종이가 없던 아주 옛날에는 점토판 위에 금속이나 갈대로 글자를 새겼다고 합니다. 사용한 글자도 지금의 글자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 문자나 쐐기 모양을 닮은 설형 문자가 사용되었죠.

그 집에 책이 산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 강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인 파피루스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 중 가장 귀한 것이 바로 파피루스 종이였습니다. 파피루스 줄기를 얇게 저며서 가로세로로 겹쳐 놓은 후 쾅쾅 두들기면 진액이 나와서 서로 착 달라붙는데 그것을 잘 말리면 파피루스 종이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파피루스 종이는 이집트에서만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금의 터키 북부 지역에 있던 페르가몬이라는 나라는 책과 파피루스 종이 때문에 이집트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재미난 건 이집트가 더 이상 파피루스 종이를 나눠주지 않은 덕분에 페르가몬에서는 양피지를 만들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집에 책이 산다

양피지 vs. 파피루스

파피루스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양피지. 과연 둘 중 어떤 게 더 좋을까요? 양피지는 파피루스에 비해 튼튼하고 보관도 쉽습니다. 그리고 양면 사용도 가능하고 지우고 다시 쓸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끼 양 수십 마리가 필요했다는군요. 보관의 용이성과 사용성 면에서는 양피지의 승리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파피루스가 압도적인 승리군요. ^^

冊(책 책) 자의 기원

동양에서는 종이가 없던 시절에 대나무나 나뭇조각을 쪼개 엮어 만든 죽간이나 목간을 사용했습니다. 죽간이나 목간을 옆으로 쭉 이으면 책이 되었고, 이 모양을 본따서 만든 글자가 바로 冊(책 책)자 라고 합니다.

종이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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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종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900여년 전에 중국 후한의 채륜이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무껍질과 여러 재료들을 물에 넣어 찧은뒤에 넓게 펴서 말리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얇고 매끄러운 종이는 지금까지의 어떤 것보다도 쓰기 편하고 견고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답니다.

책을 세는 단위 ‘권’의 기원

종이가 만들어진 뒤 권자본(권축장) 형태의 책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비단이나 종이의 한 끝에 축을 달고 다른 쪽에는 끈을 달아 둘둘 말아서 보관하는 두루마리 책입니다. 우리가 책을 셀 때 한 권 두 권 하며 ‘권’이라는 단위를 쓰게 된 것도 바로 이 권자본에서 나온 말이랍니다.

책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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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설명한 것들 말고도 옛날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형태의 책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상아로 만든 경전, 티베트의 경전인 패엽경, 병풍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절첩장 등 재료의 특성과 책의 용도에 따라 아주 다양한 형태의 책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아코디언 책이라고도 불리는 절첩장은 책의 중간을 보려면 책을 전부 펼쳐야만 했던 두루마리의 단점을 보완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했다고 합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 일이 발전되어왔습니다. 규모가 큰 수도원에서는 책 공방과 도서관을 운영했습니다. 그 당시 수도원에서 책을 만들던 사람들은 작업별로 각자의 전문 분야를 구분해서 필경사, 채식사, 교정사, 제본사 등으로 나뉘었습니다.

  • 필경사 : 양피지에 줄을 치고 글을 옮겨 쓰는 사람
  • 채식사 : 필경사가 글을 쓰고 나면 글과 테두리, 그림 부분을 나누고 장식과 채색을 하는 사람
  • 교정사 : 원본과 필사본을 함께 놓고 틀린 곳을 교정하는 사람
  • 제본사 : 필경, 채식, 교정이 끝난 낱장을 모아 하나의 책을 묶는 사람

인쇄술의 발달

그 집에 책이 산다

서양 사람들은 인쇄술 하면 구텐베르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우리는 그저 가소로울 따름입니다. 우리에겐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직지심체요절이 있기 때문이죠. 목판활자로 인쇄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인간이 인쇄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직지심체요절’은 금속 활자로 찍어낸 책 중 가장 오래된 것이구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단 한 권 남아 있는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된 채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 그림책엔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집에 책이 산다

지금까지 문자, 종이의 발전 과정, 책의 종류와 역사 등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웠으니 이번엔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한 번 살펴볼까요? 오늘의 그림책 “그 집에 책이 산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이 되었는지 그림과 간단한 설명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필경사의 역할을 컴퓨터와 인쇄소가 대신해 주는 것 말고는 중세 유럽의 책 만들기 전문가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책을 예쁘게 꾸며주는 채식사,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거나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내용을 보완하는 교정사, 책을 묶는 제본사들이 오늘날의 책 만들기 과정에도 모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참고해서 엄마 아빠와 아이, 또는 친구들끼리 각자 좋아하는 역할들을 맡아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놀이가 될 듯 합니다. 글 쓰기 좋아하는 친구는 작가, 그림 그리기나 꾸미기 좋아하는 친구는 채식사, 성격 꼼꼼한 친구는 교정사, 만들기 좋아하는 친구는 제본사… 이런 식으로 역할을 맡아서 말이죠.

책할아버지 도서관

그 집에 책이 산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남겼지.
그러한 것들을 모아 엮고 묶었을 때 책이 되었단다.

문자와 종이, 그리고 책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우리 인간의 독특한 특성이 하나 있습니다. 책할아버지 말씀대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하는 특성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이 글자와 책으로 남겨지고, 그것이 또 다른 사람들의 것과 합쳐지면서 인류의 지식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지식들이 쉬지 않고 쌓여가는 중이기도 하구요.

그 덕분에 우리는 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 문화, 역사, 지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책이 주는 진정한 매력이겠죠.

작가는 책할아버지를 통해 책의 매력을 한 가지 더 알려줍니다. 바로 나눔입니다. 애초에 책이란 건 나의 이야기, 지식, 정보 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집안팎에 잔뜩 쌓여 있던 책들을 잘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준 ‘책할아버지 도서관’은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 책의 가치, 나눔의 즐거움을 자연스레 가르쳐줍니다.

종이가 없었을 때 사람들은 어디에 글자를 적었을까? 아이의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해서 종이와 책에 관한 재미난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책의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주는 그림책 “그 집에 책이 산다”였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그 집에 책이 산다

참고로 “그 집에 책이 산다”엔 종이를 오리고 접고 붙여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독후활동 자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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