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손님

색깔 손님 (원제 : Der Besuch)

글/그림 안트예 담 | 옮김 유혜자 | 한울림어린이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 2018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색깔 손님”의 저자 안트예 담은 건축기사 일을 하다 두 딸이 태어난 것을 계기로 그림책을 만들게 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입니다. “숨었다! 찾았니?”에서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주었고, “유령이 보이니?”에서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을 아이의 시각을 통해 콜라쥬 그림으로 재미있게 보여 주었는데요. 오늘 소개 하는 “색깔 손님”은 입체 일러스트 기법을 사용해 주인공 할머니의 감정 변화를 색깔로 마법처럼 그려냈습니다.

색깔 손님

거미도, 사람도, 나무도 무섭기만 한 겁 많은 엘리제 할머니는 밤이나 낮이나 늘 집 안에서만 지냅니다. 할머니의 어둡고 쓸쓸한 마음처럼 집안에는 빛도 색상도 존재하지 않아요. 집 안에서조차 잔뜩 웅크린 할머니에게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뚝뚝 묻어납니다.

색깔 손님

그런데 어느 날, 청소를 마치고 잠시 열어둔 창문으로 종이 비행기가 날아들었어요. 하늘색 종이 비행기만이 할머니의 무채색 세상 속에 잘못 떨어진 듯 색상을 가지고 있네요. 겁이 많은 할머니는 종이 비행기를 조심스럽게 살펴 본 후, 난로에 넣어 활활 태워 버렸어요. 그런데 밤이 되자 집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종이 비행기 생각에 할머니는 너무 무서워져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색깔 손님

다음 날 누군가 할머니네 집 문을 두드렸어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는 멈추지 않고 들려왔죠. 절대 문을 열어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어요. 문을 연 할머니의 표정은 잔뜩 화가난 것 처럼 보입니다. 문 앞에 분명 ‘방문 사절’이라 붙여놓았는데 이토록 집요하게 할머니의 집 문을 두드린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내 비행기 어디로 갔어요?”

다짜고짜 자신의 비행기를 찾는 아이 앞에서 할머니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아이가 쉬가 마렵다네요. 잠시 망설이던 할머니는 아이에게 2층 화장실을 알려주었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바깥 세상에서 들어온 아이가 지나간 자리마다 색깔이 생겨나기 시작했거든요.

색깔 손님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가 층계참에 걸린 액자를 보며 누군지 물었어요. 할머니는 젊었을 때 파티에 초대 받았을 때 사진이라 말하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어요.

“와,정말 예뻐요!”

아이가 걸어 간 곳, 가리키는 곳에도 색깔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낡은 층계며 오래된 액자, 컴컴한 벽에도 색깔이 생겨 났죠. 아이가 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이가 입은 바지 색상인 빨간 색상이, 아이가 가리킨 벽에는 아이 티셔츠 색상인 노란 색이 생겨났어요. 할머니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 집 안에만 있었던 탓에 핏기 없이 하얗기만 했던 할머니의 두뺨이 핑크빛으로 살짝 물들었어요.

파티에 초대 받았을 때 찍은 사진으로 봐서는 할머니도 한 때는 세상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었을텐데, 언제부터 이렇게 홀로 지내셨던 것일까요?

색깔 손님

사진 구경을 마친 아이가 할머니 책꽂이를 구경하다 책 하나만 읽어 달라 부탁했어요. 할머니는 아주 오랜만에 책을 소리 내어 읽었어요. 아이 역시 할머니가 읽어주시는 책을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들어주었구요.

아무 스스럼 없이 할머니 곁을 파고드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곁을 내어주는 할머니. 두 사람을 지켜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색깔 손님

할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어둡고 칙칙했던 할머니 집 안에 온갖 빛깔의 색깔들이 찾아왔습니다. 할머니 역시 아이와 노는 사이 얼굴이 생기있게 변했고 표정도 온화해졌어요. 알록달록 포근한 집에 꼭 어울리는 따뜻한 주인의 모습입니다.^^ 색상이 생겨난 할머니 집 구석구석을 다시 살펴보면 할머니가 그동안 얼마나 알뜰살뜰 관리해왔는지가 느껴집니다. 할머니 뿐만 아니라 할머니네 집 물건들도 생기를 찾아 소근소근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아이가 할머니 이름을 물었어요.

“난 엘리제 할머니야. 넌?”
“에밀.”

에밀은 할머니의 집이 되게 좋다고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할머니는 에밀에게 또 보자고 인사했구요.

색깔 손님

다시 혼자 남게 되었지만 할머니 집은 더이상 칙칙하고 어둡지 않아요. 에밀이 데리고 온 환한 빛과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할머니 집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으니까요. 할머니는 이제 이 색깔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잊지 않을 거예요.

혼자 남은 할머니는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어요.

종이로 무언가를 만들고 계신 할머니, 대체 무엇을 만드시기에 저리 고민이 많을까요? 하지만 할머니 표정은 이제 세상과 담을 쌓은 그런 표정이 아니네요. 즐거움과 행복, 설레임을 담은 그런 표정이에요.

색깔 손님

할머니가 드디어 완성한 그것,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

색깔 손님 에밀이 할머니에게 선물한 것은 따뜻함입니다. 에밀이 건네준 작은 친절에 할머니는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세상 사는 기쁨’을 다시 느끼게 되었지요.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곱게 물들어가는 할머니를 보며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그림책 “색깔 손님”입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죠. 먼저 손 내밀지 못하고 쭈뼛쭈뼛 거리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덥석 손잡아 줄 수 있는 사람,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사람, 따뜻함으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많아질 때 세상은 온갖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거예요. 바로 당신이, 바로 내가, 우리 모두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색깔 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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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가자 자신에게도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거라 생각한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집 밖은 위험하다 생각해  안전하고 익숙한 집 안에서만 생활합니다. 그런데 어느 크리스마스날 저녁, 누군가 할머니의 집을 찾아옵니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눈 속에 갇히게 된 가족이었어요. 의심이 가긴 하지만 할머니는 그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견인차를 부를 수 있도록 전화도 쓰게 해주고 아이가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그러는 사이 차츰 마음의 문을 연 할머니는 차 안에서 견인차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 오래전 만들었던 음식을 요리해 문 밖으로 나갔어요. 하지만 그 가족은 이미 떠난 후였어요. 눈 내린 크리스마스 밤거리에 서있던 할머니는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이제껏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다는 사실을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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