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책표지 : 정글짐북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원제 : La Chambre du Lion)
글/그림 아드리앵 파를랑주 | 옮김 박선주 | 정글짐북스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Fiction – Special Mention)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란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고 이 그림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분 계신가요? 곧 사자가 들어올 거라는 말만으로도 표지 그림 속 두 소년과 새들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듯 합니다. 도대체 이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하신 분들은 숨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따라 오세요. 쉿! 책장 넘기는 소리도 내면 안돼요! 사자가 어흥 하고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사자가 방을 비운 사이에 호기심 많은 소년이 몰래 들어옵니다. 사자의 방에 들어서는 소년의 발이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소년은 살금살금 걷는다고 했지만 방 안에 있던 생쥐는 조심스런 소년의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라 달아나 버립니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잠시 후 누군가가 또 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소년은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침대 아래로 얼른 숨어 버립니다. 하지만 방 안으로 들어온 건 또 다른 소년입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두 번째 소년 역시 후다닥 천장의 등 위로 숨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방에 몰래 들어왔다가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방 주인인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숨어 버립니다. 두 번째 소년을 놀라게 한 건 소녀였고, 그 뒤로 개와 새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가는 소녀는 양탄자 밑으로, 개는 거울 뒤로, 새들은 커튼 뒤로 숨습니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이번엔 진짜로 사자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사자는 자기 방이 왠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거울의 위치도 조금 다르고, 천장의 등은 흔들리는 것 같고, 발 아래 양탄자는 살짝 떨리는 듯 하고…… 결정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엿보고 있는 것만 같은 소름 돋는 느낌……(사자 표정 좀 보세요 😛 )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덜컥 겁이 난 사자는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 쓰고도 무서운지 양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꼭 가리고 말았습니다. 지금껏 자신의 방에 숨어들었던 아이들과 개와 새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당사자인 사자가 이불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걸 보자니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때 마침 생쥐가 돌아왔습니다. 생쥐는 방 안을 한 번 휘 둘러보고는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푹신한 이불 위에서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이불 바로 아래 사자가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는다

사자의 방에 몰래 숨어든 친구들은 작은 소리만 나도 사자가 나타난 줄 알고 허겁지겁 숨기에 바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타난 건 사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들 자신이 숨은 곳에서 벌벌 떨며 사자에게 들킬까봐 두려워합니다.

맨처음 달아났다 다시 돌아온 생쥐는 아이들, 개, 그리고 새들, 심지어 사자까지 모두들 꼭꼭 숨어 있는 덕분에 아무것도 모른 채 이불 위에서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무시무시한 사자 바로 위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는 건 사자입니다. 아이들과 다른 동물들이야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백수의 왕 사자가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반전이랄 수밖에 없습니다. 사자는 도대체 뭐가 두려웠던 걸까요?

사자가 나타난 게 아닌데도 사자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과 동물들,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잠이 든 생쥐, 심지어 실체 조차 없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두려움에 빠져드는 사자. 아마도 작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두려움이란 바로 우리들 마음 속에서 오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용기는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두려움은 부끄러운 감정일까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겁쟁이인 걸까요? 기쁨, 슬픔과 마찬가지로 두려움 역시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힘세고 용감한 사자조차 두려움을 느끼는 걸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두려움에 굴복하는 것이 부끄러운 겁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나를 두렵게 하는 것과 맞서는 것이 바로 용기입니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굴하지 않고 딛고 일어서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용기도 없습니다. 용기는 바로 두려움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림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위 그림 중 왼쪽 그림을 보면 거울 뒤에 숨은 개의 생김새가 조금 이상합니다. 순간 ‘개가 아니고 염소였나?’ 하고 이상하다 싶어 앞장을 보니 분명 개가 맞습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보니 염소의 뿔처럼 보였던 건 바로 새의 날개였습니다. 새들이 후다닥 커튼 뒤로 숨을 때 요 녀석은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서만 거울 뒤로 숨었던 모양입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과 개, 그리고 새 말고도 또 다른 친구들이 숨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거미와 모기입니다. 거미는 새에게 잡아먹힐 뻔 하다가 위기를 잘 넘기고 사자에게 겁을 주는 엄청난 존재로 탈바꿈하기도 합니다. 사자의 방 안에 몰래 숨어든 불청객들로 인해 거미와 모기가 겪는 모험들은 그림책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거미와 모기가 언제부터 나타나는지,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 다니는지, 어떤 위기에 맞닥뜨리는지 놓치지 말고 잘 살펴 보세요.

This story inverts the popular notion of a child fearing scary creatures lurking in his room at night; this time it’s a lion who is scared of what is hiding in the dark. The book’s elegant, minimal illustrations feel simultaneously historical and fresh. Employing repetition and rhythm, La Chambre du Lion is a charming and reassuring bedtime story.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평

볼로냐 라가치상의 심사평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자는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는 우리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실체를 사자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을 편안하게 꿈나라로 인도해주는 매력적인 잠자리 그림책입니다.

최대한 단순화 시킨 방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동물들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을 활짝 웃게 해주고 그 웃음 속에서 두려움의 실체와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우리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는 판화 기법을 이용해서 만든 그림책입니다. 검고 굵직한 선만으로 단순화한 침대, 양탄자, 거울, 천장의 등, 커텐 등의 배경들은 고정시킨 채 방에 들어왔다 숨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움직임만 조금씩 변화를 준 그림을 보고 있자면 마치 플립북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궁금한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그 느낌을 살짝 맛볼 수 있습니다.

GIF 애니메이션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