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상 수상작 : 리디아의 정원 (1998)

리디아의 정원
책표지 : Daum 책
리디아의 정원

(원제 : The Gardener)
사라 스튜어트 | 그림 데이비드 스몰 | 옮김 이복희 | 시공주니어

※ 1998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리디아의 정원”은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겪던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희망을 잃은 채 생존이 유일한 미덕이던 시절에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꿈과 희망 가득한 꽃을 선물해 준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초판본이 미국에서 출간된 1997년엔 이미 미국 경기는 회복 국면을 벗어나 확장 국면에 접어들어 유례없는 고성장을 구가하던 때입니다. 아마도 책이 처음 기획되던 시점은 오랜 불경기의 끝자락이었을 테고,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는 장기간의 불황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기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었을 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글판이 출간된 1998년 3월은 우리나라가 IMF라는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던 시기였죠. 읽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던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의 바램은 바다 건너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그로부터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사실입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청년들, 계속되는 불황과 치솟는 물가, 끊이지 않는 인재(人災)와 참사로 희망을 잃고 불안감에 휩싸인 서민들, 리더십 부재로 방향을 잃은 채 표류중인 대한민국호에서 오늘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 내일을 꿈꾸기가 쉽지 않은 게 지금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이 삶에 지친 우리들 마음 속에도 꿈과 희망의 꽃을 피워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 시작합니다.

리디아의 정원

“리디아의 정원”은 주인공인 리디아가 외삼촌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빠의 오랜 실직으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리디아네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리디아를 도시에 사는 외삼촌에게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잠시동안이긴 하지만 짐을 꾸리는 리디아와 할머니의 표정은 밝지 못합니다.

하지만 곧 만나게 될 외삼촌에게 쓴 편지 말미에는 리디아가 얼마나 긍정적인 아이인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저는 작아도 힘은 세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거들어 드릴게요.

아직 어리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리디아의 모습은 그림 한가운데에서 방안을 환하게 비추는 예쁜 꽃과 닮았습니다.

리디아의 정원

외삼촌이 사는 도시에 막 도착한 리디아의 모습입니다. 가족과 함께 시골에서 자란 리디아는 늘 형형색색의 꽃들에 둘러싸여 지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리디아가 지내야 할 이 곳은 꽃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휑하기만 한 어두컴컴한 역사 안으로 방금 들어선 리디아. 잿빛의 도시가 리디아 마저 삼켜버릴지 꿈과 희망 가득한 소녀 리디아가 이 도시를 환하게 물들일지 궁금해지는 장면입니다.

리디아의 정원

보고 싶은 엄마, 아빠, 할머니

이 동네에는 집집마다 창 밖에 화분이 있어요! 마치 화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봄이 오기만 기다릴 거예요.
할머니, 앞으로 제가 지내며 일할 이 골목에 빛이 내리비치고 있습니다.

추신 : 짐 외삼촌은 잘 웃지 않으세요.

도시 한 켠의 어느 골목에 자리잡은 삼촌의 빵집에 도착한 리디아. 리디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집집마다 창 밖에 내놓은 화분입니다. 리디아가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겠다고 말한 걸 봐서는 아직 꽃 필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꽃이 없는 빈 화분은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팍팍한 삶에 찌들어 꿈 꿀 여유조차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 속엔 여전히 꿈 자리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들의 마음 아닐까 싶습니다.

집집마다 창 밖에 놓인 화분에 이어서 리디아가 발견한 것은 바로 빛입니다. 높은 빌딩숲의 그늘 아래 자리 잡은 나즈막한 건물들은 빛을 나눠 받지 못해 제 색을 내지 못한 채 쓸쓸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러던 골목에 한줄기 빛이 내리비치기 시작합니다. 삼촌과 함께 택시에서 막 내린 리디아가 자신과 삼촌의 빵집을 내리비치는 빛을 바라봅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꼬마 아가씨 리디아. 리디아는 알고 있을까요? 어두운 골목에 환한 생기를 가져다 준 빛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리디아의 정원

외삼촌의 빵집에 도착한 뒤 리디아는 빈화분 뿐이던 그늘진 도시 한 켠의 골목에 꽃을 심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떠나올 때 할머니가 챙겨주신 꽃씨들이 하나둘 꽃을 피우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리디아의 꽃을 보러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여지껏 생기를 잃은 채 살아가던 사람들은 리디아의 꽃을 보러 오는 순간 예전의 빛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텅빈 꿈 자리만 남아있던 그들 마음 속에 꿈과 희망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리디아의 정원

보고 싶은 엄마, 아빠, 할머니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이 도시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비밀 장소는 언제든지 짐 외삼촌께 보여 드릴 수 있게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엄마, 아빠, 할머니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아름다움을 다 담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추신 : 벌써 외삼촌 웃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리디아는 외삼촌을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쓰레기들만 뒹굴던 빵집 건물 옥상을 예쁜 꽃과 화초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잘 웃지 않는 외삼촌에게 행복한 웃음을 안겨주기 위한 리디아의 예쁜 마음이 가득 담긴 리디아의 정원입니다.

리디아의 정원

며칠 후 외삼촌 역시 리디아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합니다. 바로 사랑스러운 조카 리디아를 위한 스페셜 케이크. 알록달록 예쁜 꽃들로 장식된 이 세상에 오직 리디아만을 위한 단 하나뿐인 케이크.

외삼촌은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굉장한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꽃으로 뒤덮인 굉장한 케이크였어요. 저한테는 그 케이크 한 개가 외삼촌이 천 번 웃으신 것만큼이나 의미 있었습니다.

삼촌이 준비한 선물은 케이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아빠의 취직 소식이 담긴 편지였습니다. 보고 싶은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 리디아에겐 그 무엇보다도 더 값지고 반가운 선물이었겠죠.

할머니, 제 꽃들을 죄다 엠마 아줌마한테 드렸어요. 저는 할머니와 뜰에서 다시 일할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원예사들은 절대로 일손을 놓지 않아요. 그렇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을 가득 담아 엄마 아빠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맨 끝 추신에 담긴 리디아의 말 한 마디가 코 끝 찡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우리 원예사들은 절대로 일손을 놓지 않아요. 그렇죠?’. 어느 한 순간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 리디아의 긍정의 기운이 손 끝에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리디아의 정원

집으로 돌아가는 리디아를 꼬옥 안아주는 외삼촌의 얼굴에 서운함이 가득합니다. 잘 웃지 않던 외삼촌, 늘 묵묵히 일만 하던 외삼촌, 표현은 서툴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 혼자 지내던 조카를 깊은 사랑으로 돌봐주던 외삼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모두 담아 리디아를 꼭 안아주는 외삼촌.

“리디아의 정원”은 이렇게 여운 가득한 그림 한 장으로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꺼내든 이 그림책이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와 동갑내기군요. 언제 꺼내 읽어도 처음 읽었던 그 날의 감동이 조금도 가시지 않는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이었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미국으로 이민 간 멕시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사벨의 방”, 대도시에 처음 가 본 아미시 소녀의 예쁜 마음이 담긴 “한나의 여행”,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가 함께 만든 이 두 권의 그림책들 역시 “리디아의 정원” 처럼 주인공이 쓰는 편지를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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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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