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반디야

잘 자, 반디야 (원제 : Good Night, Firefly)

글/그림 가브레일 알보로조 | 옮김 김난령 | 한솔수북


깜깜한 밤하늘 반딧불이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유리병을 손에 꼭 쥔 아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지고 있네요. 아마도 아이가 놓아준 반딧불이겠죠? 아이와 반딧불이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잘 자, 반디야

아이 이름은 니나입니다. 니나는 깜깜한 밤이 무서워요. 하지만  불을 켜고 자면 좀 덜 무서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밤, 전기가 나가버렸어요. 그림자도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고, 작은 소리도 괴물 소리처럼 들려옵니다. 아마도 두려움 더 큰 두려움을 몰고 왔기 때문이겠죠.

니나는 엄마 아빠를 불러보았지만 엄마 아빠는 이미 깊은 잠에 빠졌나봐요. 자기 방으로 되돌아온 니나는 창 밖에서 은은한 노란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어요. 온 마당이 아롱아롱 떠다니는 작은 불빛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반딧불이다!”

잘 자, 반디야

마당으로 달려나간 니나는 꼬마 반디 한 마리를 유리병에 담아왔어요. 꼬마 반디의 불빛이 니나 방에 드리웠던 무시무시한 어둠과 소리를 쫓아내 주었습니다. 방금 전 침대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던 니나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네요. 반딧불이를 꼭 껴안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니나, 반딧불이가 비춰주는 포근한 빛 안에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에요.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어요. 니나의 잠이 그만 달아나 버렸거든요.

잘 자, 반디야

하지만 문제 없어요. 이제는 꼬마 반디가 있어 무섭지 않으니까요. 니나는 꼬마 반디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책도 읽고, 소꿉놀이도 했지만 한 번 달아난 잠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요. 니나는 꼬마 반디의 빛으로 그림자 놀이도 했어요. 토끼도 만들고 오리와 공룡도 만들며 반디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니나는 꼬마 반디가 점점 힘 없이 깜박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잘 자, 반디야

방 안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꼬마 반디는 병 속에 힘없이 누워 있었어요. 꽁지의 빛이 점점 약하게 가물거리고 있었구요.

“꼬마 반디야, 왜 그러니?
힘이 없어서 그래?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잘 자, 반디야

희미하게 빛을 잃어가는 꼬마 반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해본 니나는 문득 깨닫게 됩니다. 꺼져가는 반딧불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를요.

꼬마 반디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꼭 끌어안고 밝은 빛이 들어오는 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니나의 표정이 참 묘하네요. 소중한 너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왠지 놓아주고 싶지 않은 상반된 두 마음이 니나의 표정에 그대로 담겨있어요.

잘 자, 반디야

니나가 병뚜껑을 열자 꼬마 반디는 천천히 병 밖으로 빠져나갔어요. 꼬마 반디가 점점 더 높이 날아갈수록 꽁지 빛은 점점 더 밝아졌죠. 다시 밝아진 꼬마 반디의 꽁지 빛을 본 니나의 표정도 환하게 밝아집니다.

잘 자, 반디야

“잘 자, 꼬마 반디야.”
니나가 속삭였어요.

떠나보낸 꼬마 반디를 향해  ‘잘 가’라는 말 대신 ‘잘 자’라는 말을 선택한 니나, 영원한 작별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니나는 창밖에서 은은한 노란 불빛이 아롱이는 것을 바라보며 잠이 듭니다. 니나의 방은 더이상 어둠 속에서 떨어야만 하는 공간이 아닌 사랑하는 친구가 포근한 빛을 비추어 주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어둠 속에 반짝이고 있을 친구 꼬마 반디를 생각하면 이제 니나의 밤은 지난 시간들처럼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을 거예요.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반딧불과 반딧불을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예쁘게 그려낸 그림책 “잘 자, 반디야”는 진정한 친구란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행복한 색깔 도둑”, “즐겁게 연주해요!”, “즐겁게 그리자!” 등의 그림책을 통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 준 작가 가브레일 알보로조는 “잘 자, 반디야”를 통해 진정 친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배려해 줄 수 있는 마음을 색다른 방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사랑은 구속이 아닌 이해와 배려입니다. 사랑이 깃든 공간은 편안합니다.

니나가 진정으로 반딧불이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올바른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는 그림책 “잘 자, 반디야”였습니다.


그림책과 놀이 : 내 친구 야광 반딧불이 만들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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