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낮잠을 잘 때
책표지 : 북극곰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이순원 | 그림 문지나 | 북극곰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시나요? 다들 우연일거라 말해도 나를 똑바로 보고 분명 엄마라 불렀다는 믿음은 육아로 지친 모든 엄마들에게 큰 힘을 주지요. 우연이었든 아니었든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부르는 ‘엄마’라는 말 한 마디에는 정말 세상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엄마’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척척 해결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질서를 갖게 되는, ‘엄마’는 마법의 언어입니다.

오늘 소개 하는 “엄마가 낮잠을 잘 때”의 표지 그림에는 엄마가 편안한 모습으로 낮잠을 자고 있어요. 엄마 곁에 예쁜 꽃도 활짝 피었고 푸른 바다 위에는 돛단배가 한가롭게 떠있습니다. 세상 모든 고민과 근심을 뒤로하고 잠든 엄마에게서 편안함이 묻어나옵니다. 엄마가 이렇게나 편안한 모습으로 낮잠을 잘 수 있는 때는 과연 언제일까요?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집안 일을 마친 엄마가 앞치마를 벗으며 말합니다.

“낮잠 한 시간만 잘게요.”

빨래도 다 널었고, 청소기는 아빠가 돌리고 있으니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얼추 끝이 난 모양인가봐요. 엄마에게 한 시간이라는 달콤한 낮잠 시간이 주어졌네요.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엄마가 낮잠을 자려 하면 이상하게도 십 분도 안 돼 엄마를 찾는 전화가 와요.
한 시간 동안 세 번이나요.
그중에 한 통은 꼭 엄마를 바꿔 줘야 해요.

참 신기하죠? ^^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샐리의 법칙은 더더구나 아니고, 엄마 낮잠의 법칙이라해야 할까요? 전화 속에서는 왜 꼭 엄마만 찾는 걸까요? 마치 엄마가 낮잠 자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를 찾는 전화!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전화기 속에서만 엄마를 찾는 게 아니죠. 엄마가 낮잠을 자면 유독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져요. 청바지가 어딨는지 궁금해지고,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지고…^^ 스스로 해보려다 오히려 깨끗했던 집 안은 점점 난장판으로 변해갑니다.

엄마는 낮잠에 들면서도 엄마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아요. 청바지는 침대 서랍에 있고, 라면은 부엌 찬장에 있고, 마치 엄마의 두 눈이 가족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엄마가 낮잠을 잘 때

하지만 끝내는 엄마에게 달려가 꼭 이렇게 말하곤 하죠.

“엄마, 좀 일어나 봐요.”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엄마의 낮잠 한 시간은 아빠에게도 기나긴 시간입니다. 갑자기 벽에 못을 박고 싶어 쿵쿵쿵 엄마의 낮잠 시간을 방해하고, 잘 있던 리모콘이 없어져 엄마를 부르게 되죠. 먹고싶은 라면 물은 얼만큼 부어야 되는지 묻게 되고, 심지어 엄마가 외출하는 날짜가 궁금해지기도 해요. 엄마는 낮잠을 자면서도 가족들이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해줍니다.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엄마는 낮잠을 자는 동안도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 줘요.

비몽사몽 꿈결처럼 현실처럼 이런 저런 대답을 하면서 까무룩 잠든 엄마, 그렇게 잠든 엄마의 짧은 낮잠 시간 동안에도 가족은 여전히 등장합니다. 멀리 열기구를 타고 둥실 떠오르는 아빠와 아이, 엄마는 낮잠을 자는 시간에도 가족 꿈을 꿉니다. 엄마의 삶 속에 가족은 깨어있는 시간이든 잠 든 시간이든 언제나 함께하는 존재입니다.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엄마는 우리 집이라는 우주의 중심이랍니다.

마지막 문장이 뭉클하네요. 평화로운 표정으로 집을 지키고 있는 엄마를 중심으로 그 엄마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아빠와 엄마를 위해 연주를 하고 있는 아들, 그 작은 우주 안에서 강아지도 고양이도 함께 행복합니다. 온 우주의 평화는 이렇게 사랑으로 단단히 뭉쳐진 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작은 엄마의 손끝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엄마가 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엄마가 계신 집에 가면 모든 짐을 덜어 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여전히 엄마는 또다른 내 우주의 중심이기 때문이겠죠? ^^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게 엄마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그려낸 이순원 작가의 글도 좋지만 문지나 작가의 그림도 참 좋습니다. 엄마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한 장면에 담아낸 그림, 빨강, 파랑, 초록 등 밝고 싱그러우면서도 선명한 색상으로 그린 그림이 이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멋진 글과 아름다운 그림이 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한 편의 그림책이 되었네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세상 모든 엄마에게 드리고 싶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