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어

바람이 불었어
책표지 : Daum 책
바람이 불었어

(원제 : The Wind Blew)
글/그림 팻 허친스 | 옮김 박현철 | 시공주니어

※ 1974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여전히 한낮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진한 여름의 색은 다소 누그러 들었고, 밤낮으로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대신해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이제 계절도 차츰 바뀌어가는 모양인가 봐요.

1974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팻 허친스의 “바람이 불었어”는 영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바람’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바람 부는 가을 숲의 전경이 그려진 속표지 그림이 왠지 반갑게 느껴지네요.

바람이 불었어

구름 속으로 햇님이 숨을랑 말랑 세찬 바람이 부는 날입니다. 아저씨 코트 깃이며 휘청이는 나무들만 봐도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고 있는지 단박에 느껴지네요. 트렌치 코트에 우산을 펼쳐든 아저씨의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이야기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바람이 불었어.

바람이 불었어

화이트 씨의 우산이 바람에 날려
확 뒤집혀 버렸어.

다음 장을 넘기니 아저씨의 우산이 뒤집어진 채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저씨는 우산을 쫓아 다리 건너까지 달려갔지만 잡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바람은 아저씨 우산만 데려가지 않았어요. 꼬마 프리실라의 파란 풍선도 아저씨의 우산과 함께 바람에 날려 가버렸죠.

바람이 불었어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신랑 신부도 무사하지 못했어요. 아저씨의 우산과 꼬마 프리실라의 풍선을 낚아챈 바람은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던 신랑의 모자도 낚아채 갔거든요.

이렇게 자신의 물건이 바람에 날려 갈 때마다 배경 한 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들이 한 명씩 등장하는데, 다음 장을 넘기면 어김없이 그 사람들이 가진 물건들 역시 바람에 함께 날려갑니다. 그럴때마다 바람을 따라 자기 물건을 쫓아 달려가는 사람들이 한 명씩 더 늘어나죠.

바람이 불었어

아저씨의 우산, 꼬마 프리실라의 풍선, 결혼식을 하던 신랑의 모자, 연 날리기 하던 꼬마의 연, 빨래를 널던 아줌마의 빨래, 길 가던 아줌마의 코를 닦던 손수건, 판사님의 가발, 우체부 아저씨의 편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물건들이 바람에 채여 날아갔어요. 바람은 점점 더 세차게 휘몰아쳤죠. 마치 바람이 ‘나 잡아 봐라~’하는 것 같아요.^^

바람이 불었어

바람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 같네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한마음으로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물건을 향해 달려가는 이 장면에서 아이들이 잊지않고 하는 것이 각기 다른 사람들의 물건들을 찾아 짝지어 주기입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던 아이들은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기면서 어떤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 잊지않고 찾아보곤 해요. 혹여나 뒤섞여 자기 물건을 찾지 못하게 될까봐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의 물건인 양 아이들도 몰입하는 가봐요.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바람은 저 물건들로 무엇을 할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질 무렵, 갑작스런 바람의 행동이 참 재미있습니다.

신문도 바람에 펄럭펄럭 날아올랐지.
그런데, 바람은 마치 싫증이라도 난 듯,

바람이 불었어

가지고 놀던 그 많은 것들을
마구 뒤섞더니
아래로 내동댕이쳤어.

하늘 높이 떠올라 마구 뒤섞인 물건들이 애타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각각의 물건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머리 위로 떨어진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럼, 싫증이라도 난 듯 가지고 도망쳤던 물건을 내동댕이 친 장난꾸러기 바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람이 불었어

바람이 새로운 할 일을 찾아 떠난 곳은 바다였답니다. 바다로 떠난 바람은 새로운 일을 시작했어요. 어떤 일이냐구요? 돛단배를 밀기 시작했죠.^^

그새 자신의 물건을 찾은 사람들이 바람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마치 ‘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 하고 인사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이 소동이 끝난 것이 조금은 아쉬운 것 같은 표정이구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팻 허친스는 일상의 흔한 이야기를 반전의 묘미를 살려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그림책들은 짧고 간결한 문장과 경쾌한 그림이 멋진 조화를 이루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풍성한 이야기 거리들을 만들어 내게 이끌어 줍니다. 그림과 글이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그림책의 가장 모범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각각의 물건들이 날아가는 모습으로 생동감있게 표현해 낸 “바람이 불었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 꾼 장난 꾸러기 바람 덕분에 한바탕 달리기를 하게 되는 마을 사람들의 소동을 담은 이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소박한 일탈을 맛보게 해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