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해적 : 바다에 살던 한 해적의 이야기

글/그림 다시마 세이조 | 옮김 박종진 | 한림출판사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해적 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커다란 칼을 들고 갈고리 손, 애꾸눈을 한 오늘의 주인공 해적,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해적은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어요. 넓은 바다를 누비며 해적이 하는 일은 바다를 더럽히는 못된 무리를 혼내 주는 것이 주된 임무거든요. 바다를 사랑한 진정한 바다 사나이, 해적의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세요! ^^

해적

해적이 바다에 혼자 살고 있었다.

해적이라면 무시무시한 해적 패거리들과 함께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째 등장부터 좀 독특한 해적이죠? ^^ 갓 태어난 어린 파도와 인사를 나누고 물에 사는 친구들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행복한 해적에게는 물고기도, 바닷새도, 상괭이도, 돌고래도 모두가 친구입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언제나 푸근한 미소가 함께 하는 마음 따뜻한 해적이었어요.

해적

그렇다고 해적이 모두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었어요. 이 섬 저 섬을 다니며 섬 사람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은 절대 봐주지 않는 그런 해적이었거든요.

한 장면에 컷을 여러 칸으로 분할해 만화식으로 구성한 그림과 위트있는 대화체의 글이 눈에 띕니다. 그 동안 선보여왔던 작가 다시마 세이조 특유의 선이 굵은 그림에서 벗어나 펜선으로 그림을 그려 해적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해적

어느 날 밤, 해적은 바닷속에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솟아올라 달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어요. 해적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뱃머리에서 인어가 울고 있었어요. 해적은 인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어디론가 가버린 인어를 찾아 바다 깊숙한 곳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해적

여기 저기 인어를 찾아 바닷속 깊은 곳을 뒤지던 해적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이상한 형태로 병든 생명체들이었어요. 그래서 해적은 인어가 더욱 걱정이 되었어요.

해적

겨우 겨우 인어를 찾은 해적,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인어와 해적은 곧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어는 이따금 혼자 울곤 했어요. 푸른 바닷속에서 두손 꼭 잡고 서로를 바라보는 인어와 해적, 원색의 색감으로 담아 낸 사랑에 빠진 인어와 해적의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해적은 예전에 본 달 쪽으로 날아가던 금빛 반짝이는 것이 인어의 비늘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어를 사랑한 해적은 인어 발밑에 떨어져 있는 비늘들을 모아다 배에 붙였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사랑에 이상이 찾아온 것은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여울이 흙으로 메워지던 날이었어요. 인어는 편지 한 장을 남긴채 또 다시 모습을 감췄습니다.

나의 소중한 해적님
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닷물의 독이 내 몸 속까지 퍼져서
비늘이 앞으로 세 장 더 떨어지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인어 드림

해적

해적은 바다를 오염 시키는 무리들과 용감하게 싸웠어요. 하지만 이내 쫓기는 몸이 되고 말았죠. 쫓기는 해적을 섬 사람들은 꼭꼭 숨겨주었어요.

그날 밤, 해적은 또 다시 인어의 비늘이 달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어요.

해적

바다 밑에 쓰러져 있는 인어를 찾아 낸 해적은 달을 향해 절규합니다. 처음 해적이 인어를 만난 뱃머리,똑같은 자리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달을 향해 절규하는 해적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집니다.(뱃머리의 새 모양의 조각상도 해적과 함께 절규하며 그 슬픔을 더해줍니다.)

해적은 인어와 함께 해적선을 타고 조용히 날아갔어요. 떨어진 인어의 비늘들이 날아가던 밝은 달이 떠 있는 그 곳으로요.

해적

인어를 사랑한 해적, 해적을 사랑한 인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세상을 꿈 꾼 인어와 해적……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이야기 만큼이나 슬프고 애절한 이야기입니다. 이 둘이 떠난 그 곳에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환경을 파괴하는 괴물들이 없는 평화로운 곳일까요? 푸른 세상을 꿈 꾸던 인어와 해적이 멀리 떠나는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인어가 환경을 해치는 무리들에 의해 짓밟힌 자연을 상징한다면 인어를 사랑한 해적은 그 자연을 보듬고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이겠죠. 환경을 지키는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사랑스러운 인어의 금빛 비늘을 모두 잃고 말 겁니다.

독특한 색감과 선으로 이뤄진 그림으로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그림책을 여러 권 선보여 온 작가 다시마 세이조는 이 그림책 “해적”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이 병들어 더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 모두의 힘으로 지켜내야 함을 해적과 인어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 에둘러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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