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뼈가 있다고?

내 몸에 뼈가 있다고?
(원제 : Samira Og Skjelettene)

글/그림 카밀라 쿤 | 옮김 손화수 | 현암사


“내 몸에 뼈가 있다고?” 하면서 묻는 아이의 질문이 재미있습니다.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래서 너무 놀랍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요. 표지 그림도 한 번 살펴 볼까요?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한 아이를 빼고는 모두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 못마땅한 표정의 아이가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사미라입니다.

내 몸에 뼈가 있다고?

사미라는 어느 날 선생님으로부터 무시무시한 말을 듣기 전까지는 학교에 가는 것이 좋았어요. 학교에 가면 가장 친한 친구 프리다를 만날 수 있었거든요. 사미라는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누구나 몸속에  뼈를 가지고 있어요. 선생님 몸 속에도, 사미라 몸속에도, 프리다 몸속에도 뼈가 있어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몸속에는 뼈가 있답니다.”

깜짝 놀란 사미라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서있는 해골 모형, 그 모습이 우스꽝 스러운데, 사미라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뭔가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은 그런 표정이네요. 뼈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선생님께 사미라는 그럴리 없다고 말했어요. 자신의 몸에도 프리다의 몸 안에도 그런 건 없다구요.

그러자 선생님이 사미라에게 입속에 가지런하게 나 있는 이빨은 몸속의 뼈가 살짝 나와 있는 거라 말씀해주셨어요.(그렇게 생각하니 저 역시 사미라처럼 소름이 끼치는데요.^^; )

내 몸에 뼈가 있다고?

사미라의 점심 시간은 끔찍했어요. 입속에 뼈가 가득 있다 생각하니 음식도 먹고 싶지 않았고 친한 친구 프리다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프리다 입속에도 작은 뼈들이 가득하다 생각하니 프리다를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았죠.

체육 시간에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뼈들이 움직일 때마다 똑같이 따라 움직이면서 장난을 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몸속에 뼈가 있다는 사실을 좀체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미라의 마음과 달리 주변인들의 모습을 모두 해골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네요.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받아들이고싶지 않는 사실에 자꾸만 집착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요.

내 몸에 뼈가 있다고?

수업을 마치고 마중 나온 엄마를 만났을 때도 사미라는 엄마 몸 속에 뼈가 들어있다 생각하자 달려가 안길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무슨일이 있었는지 묻자 사미라가 외쳤어요.

“프리다 몸속에도, 엄마 몸속에도,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몸속에는 다 뼈가 들어 있대요. 내 몸속에 뼈가 들어 있는 게 싫어요! 몸속에 있는 뼈를 빼 버리면 좋겠어요.”

하, 몸속에 있는 뼈를 빼 버리면 좋겠다…… 아이들이 이런 엉뚱한 말을 한다면 어떻게 답을 해주실건가요?

내 몸에 뼈가 있다고?

사미라의 엄마는 사미라 만큼이나 특이한 분입니다. 엄마는 웃으면서 몸속에 있는 뼈들을 빼서 베개 밑에 넣어 두자고 제안했어요. 아이들의 젖니를 모으는 이의 요정이 온몸의 뼈를 몽땅 모을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냐면서요.

자신의 몸속에 뼈가 있다는 사실이 끔찍했던 사미라는 얼른 식탁 위에 누웠고 엄마는 반창고와 양동이와 다른 여러 도구들을 챙겨왔어요. 엄마가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하자 막상 사미라의 마음이 흔들렸어요. 뼈가 없어도 괜찮을지 엄마에게 머뭇머뭇 물었죠.

엄마는 달팽이도 지렁이도 해파리도 뼈가 없지만 땅 위를 기어 다니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가 사미라에게 다가서는 순간! 사미라의 뼈가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습니다.(사미라가 아닌 사미라의 뼈가요.^^) 그리곤 한달음에 프리다가 사는 동네까지 뛰어갔죠.

내 몸에 뼈가 있다고?

프리다의 뼈를 만난 사미라의 뼈는 즐겁게 놀았어요.

“내 뼈들이 이제 고무줄 놀이를 하고 싶대.”
“내 뼈들도 같이 하고 싶대.”

사미라의 뼈와 프리다의 뼈가 만나 손을 꼬옥 맞잡고 껑충껑충 뛰고 고무줄 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놉니다.이제 더 이상 사미라의 눈에 사람들이 뼈로 보이지 않는가봐요. 이제껏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뼈의 움직임으로 보였던 사미라의 눈이 제자리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사미라는 이제 뼈들의 저주에서 풀려 난 걸까요? ^^

내 몸에 뼈가 있다고?

다음 날 아침, 사미라는 또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어요. 뼈 수업을 마친 선생님이 다른 수업을 시작하셨거든요. 흐음, 이 수업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

수업 직 후, 이번엔 사미라의 단짝 프리다가 고민에 빠져 있었어요. 어제의 사미라처럼요. 그 때 사미라가 프리다에게 다가가 장난을 걸면서 말했죠.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사미라의 미소에 프리다도 사미라가 좋다며 웃어주었답니다.

사미라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저 역시 어린 시절 인체의 신비에 관한 책을 읽고 엄청난 혼란에 빠진 기억이 떠올랐어요. 엄마는 엄마, 친구는 친구…..겉모습만 보며 자라던 아이들에게는 사람의 인체를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죠. ‘내 몸속에 저런 것들이 있다고?’, ‘엄마 몸속이 저렇다고?하면서요.’ 사미라처럼 극도의 혼란을 겪기도 하구요.

“내 몸에 뼈가 있다고?”는 아직 인체에 대한 이해가 완전하지 않는 어린 사미라의 시각에서 생길 수 있는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을 재미있고 코믹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