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나라
책표지 : 계수나무
얼굴나라

이민희 | 그림 박미정 | 계수나무


‘덩굴 밑에 송충이, 송충이 밑에 깜빡이, 깜빡이 밑에 훌쩍이, 훌쩍이 밑에 쩝쩝이, 쩝쩝이 밑에 낭떠러지’가 뭘까요? ^^ 어릴 때 하고 놀았던 이 수수께끼 정답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정답은…… ‘얼굴’이죠. 머리부터 눈썹, 눈 차례대로 짚고 내려오며 ‘아~맞다! 맞아…’ 하고 웃었던 기억이 선하네요.

오늘 그림책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얼굴’을 소재로 하고 있어요. 얼굴을 깨끗이 씻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옛이야기 형식으로 흥미롭게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얼굴 나라

조상 대대로 태평성대를 누려 온 얼굴나라. 얼굴나라를 다스리는 여왕은 새벽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나라 곳곳을 살폈어요. 여왕 곁에는 항상 바른 말만 하며 나랏일을 책임지는 거울 정승이 있었어요.

얼굴나라에는 거울 정승 말고도 열여덟 신하가 더 있었는데요. 문신인 머릿기름, 참기름, 수분, 면분, 연지, 곤지, 기름종이, 비녀, 향수 등 아홉 신하는 나라의 문화를 널리 펼치는 일을 했고, 무신인 얼레빗, 참빗, 칫솔, 세숫물, 수건, 휘건, 비누, 족집게, 모시실 등 아홉 신하는 군사를 다스려 도적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했답니다. 아침마다 여왕님과 모든 신하가 함께 부지런히 나랏일을 의논한 덕에 얼굴나라는 근심 걱정 없이 태평성대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얼굴 나라

그런데 어느날 부터 세상 어디에도 얼굴나라를 따라올 곳이 없다 생각해 교만해진 여왕은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신하들은 자리에 앉아 애만 태웠죠. 결국 얼굴나라의 틈을 알아차린 검은 얼굴나라 대왕 땟국이 도적 떼를 이끌고 얼굴나라로 쳐들어 왔습니다.

얼굴 나라

땟국은 검은 두건을 쓴 도적들과 귀밑산 일대를 차지했어요. 곧 얼굴나라의 자랑인 오악산(코, 이마, 양 볼, 턱)도 도적 떼의 소굴이 되었답니다. 도적들이 차지한 머리산에는 머릿니들이, 이마산에는 잔털이 잡초처럼 자라났고, 치아성은 이똥 무리가 들끓었어요. 도적 떼에게 점령 당한 얼굴나라의 모습을 한 번 살펴 보세요. 맑고 깨끗했던 얼굴나라는 순식간에 이렇게 망가져버렸습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던 거울 정승은 게으름을 피우던 여왕이 깨어나자 나라가 위험에 빠졌음을 알렸습니다. 여왕이 거울 정승과 함께 나라 곳곳을 살펴 보았을 때 이미 얼굴나라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있었어요.

얼굴 나라

사태 수습에 나선 여왕 앞에 얼레빗 장군과 참빗 장군이 먼저 성큼 나서서 머릿니 무리를 잡아 오겠다 약속했어요. 얼레빗 장군과 참빗 장군이 공을 세워 되찾은 머리산을 머릿기름과 참기름이 말끔히 정리했고, 이어 칫솔 장군이 여왕의 명령으로 이똥 무리를 물리치러 떠났습니다. 그 뒤를 양칫물이 따라가 도와주었어요.

게으름을 피우느라 부스스했던 여왕의 얼굴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것처럼 충성스런 신하들 덕분에 얼굴나라 역시 조금씩 회복 되기 시작합니다.

얼굴 나라

만만치 않았던 도적 떼 두목 땟국은 세숫물 장군이 비누 군사를 이끌고 물리치러 나갔고 여왕은 수건과 휘건을 부대장에 임명해  그들을 돕게했습니다. 위기에 빠졌던 얼굴나라는 여왕과 장군들의 협력으로 조금씩 예전 모습을 찾아갔어요. 마지막으로 족집게 장군과 모시실 장군이 힘을 합쳐 이마산에 있는 잔털을 모두 물리치자 깨끗하게 변했습니다.

깨끗하게 제자리로 돌아온 얼굴나라. 이제 황폐해진 얼굴나라가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예쁘게 단장만 하면 됩니다.

얼굴나라

상을 내린 여왕은 수분 대감과 면분 대감을 불러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친 백성을 위로하고 혹시라도 숨은 도적 떼가 있는지 살펴 보라 명령했어요. 오악산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찌꺼기는 기름종이 대감이 정리하고, 볼봉과 입술굴은 연지가 지키면서 곤지를 도우라 했고, 비녀는 머리산 뒷정리를 맡겼죠. 마지막으로 향수에게 온 나라에 향기 가득한 물을 뿌려 마지막 정리를 하도록 하니 얼굴나라는 예전과 같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았어요.

얼굴나라를 단장하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여자들이 깨끗하게 정돈된 얼굴 위에 꼼꼼하게 화장하는 모습을 연상 시키네요. 어릴 적 엄마가 화장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그 느낌입니다.^^

얼굴 나라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은 얼굴나라를 거울과 함께 둘러보던 여왕은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 큰 잔치를 베풀었어요. 이 후, 여왕은 하루도 빠짐 없이 새벽닭이 울면 신하들을 불러 나랏일을 의논했습니다. 그런 얼굴나라에는 노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모두 오래오래 평화로운 생활을 누렸다고 합니다.

여왕이 다스리는 얼굴나라, 여왕을 도와 얼굴나라를 지키는 신하들을 세면도구와 화장도구로 바꾸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민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즐겨 읽었던 “여용국전” 이라는 이야기책의 내용을 새롭게 각색해 만들었다고 해요.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얼굴과 몸을 늘 깨끗하고 단정하게 가꾸는 사람은 분명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지런한 사람일테니까요. 자신의 몸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하는 것은 요즘 외모지상주의와는 분명 다른 개념입니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꾸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얼굴나라”, 우리 옛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각색한 글도 재미있지만 글을 재해석해 그려낸 그림 역시 아주 인상적인 그림책입니다. 얼굴나라를 다스리는 여왕님처럼 우리 몸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우리 몸을 알뜰살뜰 살필 줄 아는 몸도 마음도 부지런한 얼굴나라의 주인님이 되세요.^^

얼굴나라
얼굴나라 뒷면지의 얼굴나라 상상도

뒷면지에 그려진 ‘얼굴나라 상상도’입니다. 얼굴을 폭포와 호수, 산, 바위 등으로 표현한 그림이 멋지네요. 마지막 면지까지 세세히 살펴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입니다.

얼굴나라에 살고 있는 중요한 신하들이 각각 무슨 역할을 하는지, 또한 엉망이 된 얼굴나라를 다시 살리기 위해 어떤 순서대로 일을 했는지를 살펴 보면 매일 세수하는 순서가 어떤지, 화장하는 순서가 어떤지도 알 수 있어 더욱 재미있고 유용한 그림책 “얼굴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