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줘

절반 줘

야마시타 하루오 | 그림 초 신타 | 옮김 김희연 | 천개의바람


“절반 줘”라는 제목이 독특합니다. 무엇을 절반 달라는 건지, 줄을 잡고 흥분해서 소리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동물들이 잡고 있는 줄 끝에는 무엇이 매달려 있는 걸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바다를 찾아간 토끼와 원숭이로부터 시작됩니다.

절반 줘

햇빛 쨍쨍 무더운날, 토끼와 원숭이는 수박 하나를 낚싯대에 매달아 바다로 향했어요. 높은 산을 하나, 둘, 세 개나 넘자 파란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고 토끼와 원숭이는 신이 나서 바다를 향해 달려갔어요.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에 원색의 색감이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초 신타의 그림, 마치 우리 아이 그림 일기 같습니다.

절반 줘

둘은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산속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줄 끝에 수박 절반을 매달아 바다에 던졌습니다. 풍덩!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다로 던져진 수박 반 쪽, 무더운 날이니까 이만하면 물고기 미끼로 훌륭하겠죠?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낚싯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기다리다 못해 토끼가 수박을 먹자고 제안했어요. 그러자 원숭이나 남은 수박은 자기꺼라 우깁니다.

“이건 내 수박이야. 네 거는 미끼로 썼잖아.”

토끼는 물고기를 잡으면 절반을 주기로 하고 원숭이의 반쪽짜리 수박을 나눠 먹기로 했어요. 사이 좋게 남은 수박을 나눠먹은 토끼와 원숭이는 낚싯대를 바위로 눌러놓고 수영을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바위라고 생각한 것은 등이 동그란 거북이었어요. 토끼와 원숭이는 거북이에게 낚싯대를 지켜 주면 잡은 물고기의 절반을 주기로 약속하고는 바다에 뛰어들어 신나게 놀았어요.

물고기를 잡으면 원숭이와 절반을 나눠갖기로 했는데, 거북이에게도 절반을 주기로 했으니, 행여 물고기가 잡히면 어떤 방법으로 나눠야 하는 걸까요? ^^

절반 줘

한참을 놀고 있는데 거북이가 둘을 부릅니다. 낚싯대에 무언가 걸려들었나 봐요. 원숭이와 토끼가 줄을 잡아 당겼지만 힘이 부쳐 자꾸만 바다로 끌려 들어갑니다.

“누가 좀 도와줘! 물고기 잡으면 절반 줄게.”

이들을 도와주러 까마귀와 쥐, 다람쥐, 하늘 다람쥐, 여우, 너구리, 살쾡이, 멧돼지, 곰하고 늑대가 달려왔어요. 까마귀와 쥐, 다람쥐, 하늘 다람쥐는 참치가 잡힌 줄 알고 도와주면 절반을 달라했고, 여우, 너구리, 살쾡이는 커다란 상어가 잡혔다 생각하며 도와주는 대신 절반을 달라했어요. 멧돼지랑 곰, 그리고 늑대는 커다란 고래가 낚인 줄 알고 도와줄테니 절반을 달라했죠. 이제 셈이 너무 복잡해졌죠? 잡힌 물고기의 절반을 주겠다고 약속한 동물 친구들만 무려 열한 마리입니다. 토끼와 원숭이를 빼고 말이죠.

하지만 토끼와 원숭이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도와주면 절반을 달라는 동물 친구들에게 그 때마다 흔쾌히 대답했거든요. 우리 아이들처럼 말이죠.^^

“줄게, 줄게. 절반 줄게.”

이들의 ‘줄게, 줄게, 절반 줄게’ 약속은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요? 얼마나 큰 물고기를 잡아야 모두가 만족스럽게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절반 줘

모두 줄다리기하듯 힘을 합쳐 낚싯대를 잡아당기자 꿈쩍도 안 하던 낚싯대가 조금씩 조금씩 올라왔어요. 바닷물이 솟아오르고 파도가 솟구쳤어요. 모두 힘을 합치니 이렇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바닷물이 솟아오르고 파도가 솟구칠 만큼 커다란 물고기라…. 참치일까요? 상어일까요? 커다란 고래일까요? 기대 되는데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주위가 온통 새까매지면서 동물들 머리 위로 차갑고 커다란 물고기가 떠올랐거든요. 무슨 영문일까 궁금한 동물들은 깔린 틈을 겨우 비집고 나와 모래 사장 가득 펼쳐진 커다란 물고기를 보았어요. 파랗고, 커다랗고, 납작하고… 게다가 눈도 입도 없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물고기일까요?

절반 줘

동물 친구들은 무슨 물고기든 상관 없다며 절반을 주기로 약속했으니 어서 달라며 토끼와 원숭이에게 따졌어요.

이상한 물고기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 뿐인데, 어떻게 모두에게 다 절반씩 줄 수 있을까요? 그제서야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고민하는 토끼와 원숭이. 그러자 살쾡이는 토끼를 절반 갖겠다 했고, 늑대는 원숭이를 절반 갖겠대요.

커다랗게 그려진 살쾡이와 늑대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위기일발의 순간 커다란 물고기로부터 가장 늦게 기어 나온 거북이가 말했어요. 다같이 잡은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그건…… 바다래요. 모두가 자세히 들여다 보니 파랗고, 커다랗고, 납작하고, 눈도 입도 없는 이상한 물고기는 바다가 맞았어요.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바다를 잡은 것이었죠. 바다를 잡은 사실을 알게 된 동물들은 기뻐서 모두 뛰어올랐어요.

“우아, 다 같이 바다를 잡았어!”

물고기라면 나눠 먹기라도 할텐데, 대체 이 바다를 어찌하려고 이렇게들 좋아하는 걸까요?

절반 줘

동물들은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바다를 산으로 가져가기로 했어요. 모두들 바다 앞에 나란히 서서 돗자리 말듯 바다를 돌돌 말아 산으로 가지고 갔답니다. 끙끙 잡아 당기던 바다를 이제는 끙끙 밀어서 가지고 가네요. 얌전하게 돌돌 말린 바다의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돌돌 말린 바다를 또 다시 모두가 힘을 합쳐 밀고 가는 동물 친구들의 뒷 모습, 무시무시하고 커다랗게 보였던 늑대도 살쾡이도 대자연 앞에서는 이렇게 자그마한 존재일 뿐입니다.

무더운 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박을 미끼로 던진 원숭이와 토끼의 재미있는 발상, 도와주는 누구에게나 절반을 주겠다는 넉넉한 인심, 물고기 대신 바다를 잡았다는 즐거움에 빠져 모두 함께 다시 힘을 합치고 바다를 돗자리 말듯 돌돌 말아 산으로 가져간다는 즐거운 상상이 참 재미있습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 보고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상상력 가득한 세상을 그대로 표현한 스토리는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쓱쓱 그려진 그림과 만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절반이 아닌 온전한 하나, 그 하나를 모두가 함께 가졌을 때의 행복함을 선택한 동물 친구들…… 원숭이와 토끼가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서 산에도 바다가 있으면 좋겠다던 그 바람이 이렇게 이루어진 셈이네요. ^^ 우리도 바다를 낚으러 다 함께 떠나 볼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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