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책표지 : 푸른숲주니어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글/그림 카도 아쥬 | 옮김 엄혜숙 | 푸른숲주니어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며칠 전 광화문에 나갔다가 누군가를 기다리던 중에 커다란 빌딩 건물 아래 단단한 보도블럭 사이에 소박하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따사로운 초가을 햇볕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더위를 이겨내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 그 작은 꽃이 너무 예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 보았지요.

여리디 여린 몸으로 시멘트로 뒤덮힌 도심 한 복판에 피어난 들풀이며 들꽃들……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피어났을까, 혹시 누군가 이곳에 몰래 심어놓고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빙긋 웃어봅니다.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는 이런 상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림책입니다. 지천에 흔하게 피어있는 들꽃들, 사실 그 들꽃들은 초록이네 가족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몰래 심어놓고 간 것이랍니다.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아침이 밝았어요. 주택 단지 한 모퉁이에서 봄망초 꽃망울 만큼이나 작은 들꽃 요정 초록이네 가족이 꽃잎이랑 나뭇잎, 꽃가루랑 꿀로 맛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어요. 이런 아침 식사를 하고나면 온 몸에서 꽃향기가 날 것 같네요. 땀에서도 꽃향기, 방귀에서도 꽃향기…^^ 초록이네 가족은 꽃씨는 먹지 않고 남겨두었어요. 남겨둔 씨앗을 동네 곳곳에 심는 것이 초록이네가 매일같이 하는 일이거든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하지만 씨앗을 심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에요. 단지 밖은 곳곳에 위험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뛰어다니는 고양이도 피해야 하고, 사람들의 커다란 발길도 피해야 하니까요. 요리조리 요령있게 피해다니다 보도블록이나 돌담 사이처럼 씨앗을 심기 좋은 장소가 나타나며 초록이네는 잊지않고 그 곳에 단단히 씨앗을 심어요. 씨앗을 심고 나면 이렇게 말하죠.

“예쁜 꽃이 피었으면!”

정성을 가득 담아 심어준 덕분에 초록이네 손길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어김없이 새싹이 자라 나오고 예쁜 꽃이 피어납니다.

운동화를 신고 지나가는 아이의 발 아래 아주 작은 초록이네 가족의 모습이 아이 발 크기와 대비되어 보이네요. 작디 작은 초록이네를 밟지 않으려면 늘 발밑을 조심조심해야겠어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휴식 시간이 되면 모두 사이 좋게 벤치에 앉아 엄마가 조물조물 손으로 만든 달콤한 경단을 먹습니다. 초록이네 주변으로 냉이 꽃도 피었고 봄망초 꽃도 피었어요. 엄마 품에 안겨 우유를 먹던 아기가 경단을 먹고 있는 초록이네 가족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네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길이라고 피할 수만은 없어요. 도시 곳곳, 세상 곳곳에 씨앗을 심는 것이 이들의 임무니까요. 유치원에 다녀오던 아이 신발에 붙어 초록이네는 건널목을 건너갔습니다.

아이 덕분에 빠르게 길을 건너온 초록이네 가족은 마지막 남은 씨앗을 전봇대 밑에 심고 커다란 계단 위로 올라갔어요. 저녁 노을이 드리워지는 시간입니다. 계단 꼭대기에 씨앗을 심은 적 있는 초록이네 가족은 꽃이 피었을지 궁금해 하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갔어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와!”
꽃이 정말 많이 피어있어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라 더 반갑네요. 이렇게 들꽃이 핀 자리에는 누군가 땀방울을 흘리며 오늘도 수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어요. 초록이네 아빠가 단추를 굴려갑니다. 활짝 피어난 꽃들 아래 폭신폭신한 땅이 오늘 하룻밤 이들이 쉬어갈 보금자리랍니다.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는 따뜻한 내용을 담은 예쁜 책입니다. 들꽃 요정 초록이네 가족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조심 몰래몰래 씨앗을 심으러 다니는 길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들꽃의 이름도 알 수 있어요. 또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해주는 인물들과 작은 소품들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으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놓치지 말고 세세하게 살펴 보세요.

조그만 뿌리를 뻗을 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피어나는 들꽃들, 누가 신경 써주지 않아도, 예쁘다며 들여다 보는 이 없어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찾아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들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는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정들 덕분에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들꽃과 들풀을 만날 수 있는 오늘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책을 다 읽고나면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들꽃 요정 초록이네가 우리 집 주변에는 어떤 예쁜 꽃들을 심고 갔는지 찾아 보세요.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삼아 우리 동네 들꽃 찾기, 이보다 더 좋은 책놀이는 없지 않을까요?

※ 그림책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의 뒷부분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남은 가지의 들꽃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잘 봐두었다가 산책하며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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