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의 비밀
책표지 : Daum 책
접시의 비밀

공문정 | 그림 노인경 | 바람의아이들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여덟살인 조카 딸내미가 아무도 없는 작은 방으로 저를 부르더니 “고모, 이건 비밀인데…… 고모만 알고 있어야해.” 하고 말을 꺼냅니다. 비밀이라는 말에 가슴이 콩닥콩닥……오랜만에 설레기까지 합니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조카가 귀에 대고 속살거립니다. “있잖아, 고모. 나 혼자 알게 된건데 토마토는 거꾸로 해도 토마토야!”

‘엥?’ 하고 조카 얼굴을 바라봅니다. 순간 이게 무슨 암호인가하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요녀석 표정이 너무 진지합니다. ‘우리 둘만 아는 엄청난 비밀을 간직했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동지야!’ 라고 다짐이라도 받아내려는 듯한 그런 표정 말이죠.^^ 토마토에 얽힌 엄청난 비밀 때문에 그날 이후로는 토마토만 보면 웃음이 납니다.

그림책 표지에서 쉿! 하는 아이 얼굴이 그 때 제 조카의 얼굴 표정을 꼭 빼다 박았어요. 아이 얼굴에서 행복함이 묻어납니다. 쉿!하고는 있지만 왠지 표정은 비밀을 들려주고 싶어 하고 있어요. 비밀은 비밀이어서 더욱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죠. 비밀이야기는 “너한테만 하는 이야긴데……”하고 시작할 때가 가장 짜릿한 법이구요. ^^

접시의 비밀

식사 시간마다 엄마는 유나에게 재촉을 합니다. 빨리 좀 먹으라고, 때론 졸지 말고 먹으라고, 또 어떨 땐 물 흘리지 말고 먹으라구요.

하지만 유나가 밥을 늦게 먹는 건 다 이유가 있어요. 달걀 프라이 아래로 숨은 병아리들을 찾느라 먹을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코알라 그림이 그려진 접시를 보고 있으면 유나 역시 코알라처럼 잠이 오는건데…

접시의 비밀

접시 위 목 말라 보이는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데, 엄마는 늘 물 흘리지 말라고 하세요. 접시 위 풍선이 터질까봐 포크로 쿡쿡 찌르지 않고 손으로 먹는건데, 엄마는 포크를 사용하라고 자꾸만 말씀 하세요.

접시의 비밀

새근새근 잠자는 코알라 무늬가 그려진 접시에 금이 갔어요. 엄마는 접시를 버리려 했지만 유나는 코알라 발목에 반창고를 붙여주었답니다. 잠든 코알라를 보니 유나도 잠이 왔어요.

접시의 비밀

그런데 잠시 후 코알라가 유나를 불렀어요. 코알라가 유나를 데리고 간 곳은 키다리 꽃이 잔뜩 피어있는 곳입니다. 유나가 물을 준 덕분에 쑥쑥 자라난 꽃들이 유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합니다. 유나는 그곳에서 코알라와 병아리와 함께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접시의 비밀

저녁 먹자고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유나는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접시의 비밀

엄마와 저녁을 먹는 중에도 어김없이 유나는 병아리와 숨바꼭질 놀이를 합니다. 동그랑땡을 콕 찝은 자리에 숨어있는 병아리 한 마리! 엄마 몰래 유나와 병아리는 활짝 웃습니다.

상상의 공간에 있는 유나와 현실의 공간에 있는 엄마 사이에 바로 ‘접시의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현실의 공간에 있는 엄마는 식사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유나가 못마땅하고 상상의 공간에 있는 유나는 상상의 세계를 보지 못하는 엄마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죠. 하지만 유나는 슬프지 않아요. 현실 세계에는 언제나 유나의 식사를 맛있게 준비해 주고 같이 먹어주는 엄마가 있고, 상상의 세계에는 자신과 함께 즐거운 상상을 공유하는 비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표지 그림 속 비밀을 간직한 유나 표정이 그리도 해맑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으로부터 다양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나갈 수 있어요. 때론 그것이 접시로, 때론 그것이 특정한 옷으로, 인형으로……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공문정 작가의 글과 유나의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섬세하고 따뜻하게그려낸 노인경 작가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 공감대를 자아내는 그림책 “접시의 비밀”,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