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책표지 : 길벗어린이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 와

글/그림 구세 나나에 | 옮김 이기웅 | 길벗어린이


비밀 기지, 아지트…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말이죠. 어린 시절엔 단짝 친구와 비밀 기지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병뚜껑, 깨진 장독 뚜껑, 아이스크림 막대, 구슬, 조약돌 이런 것들을 모아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허접쓰레기들 뿐 이었지만 우리들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것들이었고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의 공간이기도 했죠.

삐뚤빼뚤 마치 아이가 쓴 것 같은 그림책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여름 방학 동안 비밀 기지에서 있었던 일을 그림 일기처럼 들려주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 와”는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심어주는 그림책이에요. 누구에게 비밀 기지로 놀러오라는 것인지, 두 아이들의 이야기 한 번 들어 볼까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놀이터에서 발견한 거북이 한 마리, 유토가 신기해서 들여다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타나 자기 거북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이 동네로 이사왔다는 아이의 이름은 오하시, 유토보다 한 살 많아요. 거북이 등에 오하시란 이름을 쓴 것을 부러워하자 유토에게 다른 거북이를 찾아봐 주겠다며 오하시가 선뜻 나섰어요.

어린 시절에는 한 살 차이도 참 크죠? 모르는 것이 없고 척척 다 알아서 하는 듬직한 동네 형 오하시와 유토는 거북이 때문에 금세 친구가 되었어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개천에서 거북이를 같이 찾던 오하시는 빈 깡통에  숨어들어간 가재를 보여줬어요. 빈 깡통 안에는 생물이 잘 숨는대요. 유토가 보기에 오하시는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 멋진 형입니다. 거북이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오하시는 유토를 데리고 다리 밑으로 갔어요.  이곳이 비밀 기지도 될 수 있다는 오하시의 말에 유토는 그곳에 비밀 기지를 만들어 함께 거북이를 키우자 합니다.

빈 깡통에 숨었다 들킨 가재, 가재에게는 빈 깡통이 비밀 기지였겠죠?^^ 다리 밑이나 커다란 나무 아래는 비밀 기지로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두 아이는 다리 밑에 어떤 비밀 기지를 만들었을까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오하시가 구해온 종이 상자로 둘은 다리 밑에 그럴싸한 비밀 기지를 만들었어요. 거북이 이름도 꼬북이로 정해 놓고  틈만 나면 둘은 비밀 기지로 달려가 꼬북이에게 빵도 주고 놀이터도 만들어 줬죠. 오하시는 둘의 거북이라는 뜻으로 꼬북이 등딱지에 매직펜으로 유토의 이름도 나란히 써주었어요.

둘이 만든 비밀 기지가 제법 그럴싸 하네요. 종이 상자 위에 꽃병도 놓았고, 비 오는 날엔 어두컴컴한 다리 밑에서 놀기위해 손전등도 마련했네요.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도록 종이 상자로 자리도 깔았고, ‘비밀 기지 출입금지!’라는 경고문도 써 붙였어요. 경고 문구가 없으면 비밀 기지가 아니죠.^^

그런데 어느 날 비밀 기지의 꼬북이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이렇게 완벽한 아지트를 두고 꼬북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아무리 불러도 꼬북이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며칠동안 멀리까지 찾으러 가봤지만 꼬북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농촌의 여름 풍경이 아득하게 펼쳐집니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너른 들판, 긴 개천… 원경으로 아득하게 그려진 풍경에서 꼬북이를 찾을 길 없는 두 아이의 막막함이 느껴지네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결국 찾기를 포기하려던 때, 마치 거짓말처럼 꼬북이가 비밀 기지 근처에 나타났어요. 옆에 다른 거북이까지 데리고 나타난 꼬북이는 돌 위에서 해 바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죠. 유토가 꼬북이를 잡으려고 물에 들어가려 하니 오하시가 유토를 막았어요.

“우리 꼬부기, 친구들한테 보내 주자.”
“뭐라고?”
오하시 형이 울고 있었다.

이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 내 걱정 말라고 두 아이에게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꼬북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꼬북이를 친구들에게 보내주자는 오하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친구와 같이 있는 꼬북이를 본 순간 이사 온 동네에서 유토를 만나기 전까지 한동안 외롭게 지낸 경험을 오하시도 떠올렸던 걸까요?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와

힘차게 헤엄쳐 가는 꼬북이, 개천을 따라 헤엄치는 꼬북이 등딱지에 오하시와 유토 둘의 이름은 이제 거의 지워지고 없었습니다.

꼬북이를 그렇게 보내준 두 아이는 비밀 기지 앞에 다리를 하나 만들었어요. 꼬북이가 언제든 비밀 기지로 놀러 올 수 있도록 물과 뭍을 이어주는 다리를요. 아직 꼬북이는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놀러올 날이 있겠죠.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 와혹시 아나요? 오하시와 유토가 없을 때 이런 모습으로 꼬북이가 다녀갔을지요.^^ 마지막 상상의 장면이 웃음을 안겨줍니다. 이제 두 아이에게 꼬북이는 떠올리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꼬북이는 가고 없지만 꼬북이 덕분에 유토를 사귀게 된 오하시. 꼬북이와의 인연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 준 셈이네요.

그림책 “우리 비밀 기지로 놀러 와”는 뒤 표지가 에필로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 여럿이 함께 어울려 나무를 타며 즐겁게 놀고 있는 장면이 그려진 뒤 표지 그림, 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 꼬북이를 보냈지만 그 후로 더 많은 친구들과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거북이의 등딱지에 자신들의 이름을 써서 소유하려 했던 거북이, 하지만 오하시는 다른 거북이들과 어울려 있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있어야 할 장소와 어울려야 할 대상이 다름을 깨닫게 됩니다. 타인의 삶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함을 배우게 된 오하시와 유토, 그런 그들에게 여름 방학은  스스로 성장하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