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5/09/18
■ 마지막 업데이트 : 2015/10/30


거리에 핀 꽃
책표지 : 국민서관
거리에 핀 꽃

(원제 : Sidewalk Flowers)
기획  존아노 로슨 | 그림 시드니 스미스 | 국민서관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거리에 핀 꽃”은 길가에 피어난 꽃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어린 꼬마의 이야기가 담긴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글 없는 그림책이니 읽는 이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로,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네요. 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찬찬히 그림책 구석구석 바라 본다면 좀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죠.

국민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네요. 먼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등굣길에 코스모스를 한아름 꺾어와 교실 꽃병에 꽂아둔 적이 있었어요. 그땐 코스모스가 너무 흔했던 시절이라 그걸 일부러 꺾어다 꽃병에 꽂아 장식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 본 적 없었는데, 교실 안에 들어온 코스모스가 어찌나 환하게 빛나던지……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는 사실을…… ^^

거리에 핀 꽃

아빠 손을 꼬옥 잡고 시내에 나온 꼬마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합니다. 늘상 보아왔던 풍경에 무덤덤한 아빠와 달리 작은 것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며 바라보는 아이의 눈길이 머문 곳은 가로등 아래 피어있는 작은 민들레 꽃이었어요.

거리에 핀 꽃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리 곳곳에 피어난 예쁜 꽃들이 꼬마의 눈길을 자꾸만 끌어 당겨요. 철길 아래 담벼락에 핀 보라색 꽃, 버스 정류장 옆 비스듬한 벽 돌 틈 사이에서 자라는 꽃들을 모으느라 종종 아빠 손을 놓치면 쪼르르 재빨리 달려가 다시 아빠 손을 잡는 아이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조그만 손으로 소중하게 모아 쥔 꽃 냄새 맡는 것도 잊지 않아요.

거리에 핀 꽃

길 모퉁이를 돌아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아이 눈길을 끈 것은 죽은 새 한 마리,  쪼그리고 앉아 죽은 새를 들여다보던 아이가 아빠를 향해 달려갑니다. 아이가 떠나고 난 자리, 죽은 새의 작은 몸 위에는 작은 들꽃이 놓여있어요. 왠지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아이의 고운 마음이 세상을 물들인 듯 아이가 지나간 주변이 따뜻한 색으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거리에 핀 꽃

공원 길 한쪽 벤치에서 무료하게 잠 든 아저씨 역시 꼬마의 눈에 들어옵니다. 아저씨 발치에는 슬그머니 보라색 꽃을 놓아두었어요. 길에서 만난 강아지에게도 꼬마는 꽃 선물을 잊지 않습니다.

주변을 살피며 꽃 선물을 하느라 바쁜 꼬마 천사 곁에 아빠, 아빠 표정이 다소 무심한 듯 덤덤해 보이지만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딸을 기다리고 있다 할 일을 마치고 아빠에게로 쪼르르 달려오는 어린 딸의 손을 잊지않고 꼬옥 잡아주는 그 모습 역시 따뜻합니다.

거리에 핀 꽃

집에 가까워지자 꼬마의 발걸음이 빨라 졌어요. 이제껏 꼭 잡고 있던 아빠 손을 놓고 앞장 서서 달려간 곳은 바로 엄마 품! 엄마는 온 마음을 다해 아이를 꼬옥 안아줍니다. 사랑 가득한 엄마의 포옹 속에 행복이 묻어납니다. 꼬옥 안고 있던 엄마의 머리에도 예쁜 들꽃으로 사랑의 흔적을 남겨놓는 것을 잊지 않아요. 사랑을 전하는 아이만의 방식입니다. 아빠가 아빠의 방식으로 엄마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을 때 아직도 할일이 남은 듯 꼬마는 바삐 달려가고 있어요.

거리에 핀 꽃

유모차에서 잠든 동생에게도, 달팽이와 놀고 있는 동생에게도 꼬마가 전한 사랑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모두에게 전해주고 남은 작은 꽃 한 송이는 자신의 귀에 꽂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아이,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꽃밭입니다. 사람의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곳의 작은 것들을 볼 줄 아는 아이의 따뜻하고 고운 마음 그 자체가 곧 꽃입니다. 거리를 물들인 사랑 꽃입니다.

거리에 핀 꽃

어제와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거리 어딘가에 방금 생명을 품은 작은 씨앗이 날아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제까지 잠자고 있던 작은 씨앗에서 오늘 작은 싹이 쏘옥 올라왔을지도 모르고요. 또 어떤 생명이 소리 없이 떠난 날일 수도 있어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는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몫 아닐까요? 그림책 속 꼬마처럼 말이죠. ^^

이 그림책은 캐나다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존아노 로슨이 기획한 그림책 입니다. 어린 딸아이와 겪었던 하루를 정리해 본 존아노 로슨은 이 이야기를 글보다는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것같다고 생각했고, 그의 기획을 바탕으로 그림책으로 완성한 것이 일러스트레이터 시드니 스미스였어요. 실제 배경이 되는 거리를 직접 오가며 그림으로 담아낸 시드니 스미스는 화면을 여러 컷으로 분할하고 거리의 풍경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면서 존아노 로슨의 시를 아주 멋진 그림으로 그려냈습니다. 두 작가가 긴밀하게 협조해 서로의 역할을 잘 분담한 결과 이런 멋진 한 편의 그림책이 탄생된 것이죠.

시인의 감성을 건드린 어린 딸의 고운 행동으로 탄생한 “거리에 핀 꽃”은 그림책을 만나는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거리에 핀 꽃

며칠 전 도심 한 가운데서 만난 꽃 한 송이입니다. 거짓말처럼 구석 자리에서 피어있는 꽃 한 송이. 길에서 찾은 작은 행복입니다. 그림책 “거리에 핀 꽃”의 주인공 꼬마가 만난 ‘거리에 핀 꽃’처럼 말입니다.(이 꽃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시청 뒤쪽 골목길 가로수 아래에 피어 있었어요. ^^)


※ 함께 읽어 보세요.
  •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 지천에 흔하게 피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들꽃들, 사실 그 들꽃들은 들꽃 요정 초록이네 가족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몰래 심어놓고 간 것이랍니다. 아슬아슬한 순간, 위태위태한 순간을 요리조리 잘 피해 길가, 담벼락 틈, 전봇대 밑 도시 곳곳 꽃씨를 뿌려주는 초록이네 가족의 부지런함 덕분에 우리는 여기저기 핀 꽃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죠.^^ 초록이네 가족의 부지런한 하루가 따뜻하게 펼쳐치는 그림책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위에서 소개한 “거리에 핀 꽃”과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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