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렁 뎅 둥그렁 뎅
책표지 : Daum 책
둥그렁 뎅 둥그렁 뎅

그림 김종도 | 창비

가온빛 추천 그림책


둥그렁 뎅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길어
체부배달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동구랑땡 동구랑땡
깐채이란놈은 집을 잘지아
목수꽁챙이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까마구란놈은 지몸이검어
구둘쟁이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개구리란놈은 소리도잘해
엿장사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제비란놈은 지몸이고바
평양기생을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참새란놈은 목소리가좋아
요리청을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배래기란놈은 뛰기를 잘해
운동장으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빈대란놈은 침질로잘해
아편장사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쉬파리란놈은 지몸이 추접어
정남감도 둘레라
얼사절사 잘넘어간다

– 한국민요집2 임동권 엮음

술술 넘어가는 우리 가락의 흥겨움이 느껴지는 민요입니다. 위에 소개한 ‘둥그렁 뎅’ 민요는 창비의 시 그림책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의 바탕이 된 노래라고 하는데요. 이 그림책은 여러 채록본들 가운데에서도 울릉도 지방에서 채록된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저마다 타고난 생김새와 재주를 직업과 연결해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풀어낸 민요가 참 맛깔스럽습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신명나는 춤판 덕분에 추석이 떠오르는 그림책 “둥그렁 뎅 둥그렁 뎅”,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둥그렁 뎅 둥그렁 뎅

그야말로 첩첩산중 산 속에 밤이 찾아옵니다. 숲의 적막을 깨고 멀리서 들려오는 둥둥둥둥 북소리. 밤이 찾아오는 고요한 산중에서 북을 치고 있는 이는 누구일지 궁금해집니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신명나게 북을 치며 오는 것은 여우였어요. 제 가락에 신이난 여우의 모습을 둥지 위 황새가 흥미로운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둥둥둥 북소리가 황새의 가슴을 울렸을까요? 둥지에서 사뿐 내려 온 다리 긴 황새.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기-니 우편배달로 돌려라

황새를 보며 여우가 마법의 주문같은 가락을 외칩니다. 그러자…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얼싸절싸 잘 넘어간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여우의 가락에 맞춰 황새가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재주넘기를 하자 어느새 우편배달부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이제 여우를 따라 황새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다른 친구를 불러내러 숲길을 갑니다. 만나는 동물마다 여우는 그들의 생김새와 특징을 노래하고 동물들은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재주를 넘어 변신을 하죠. 빛깔 고운 물새는 남사당 춤패로, 집 잘 짓는 까치는 공사판 목수로, 힘 잘 쓰는 곰은 씨름판 장사로, 달음박질 잘하는 토끼는 달리기 선수로, 떠들기 잘하는 개구리란 놈은 엿판의 장수로…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생김새 대로 잘하는 대로
모두 모두 돌려라
둥그렁 뎅뎅 돌려라

생긴대로, 잘하는 대로 제각기 제 몫을 다해 자기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세상은 저절로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고 저절로 덩실덩실 춤사위가 나오는 그런 세상 아닐까요? 그런 꿈을 품을 수 있기에, 소망을 그릴 수 있기에 우리 삶은 아름답습니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얼싸절싸 잘 넘어간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모두 함께 모여 신명나는 춤판이 벌어진 곳은 둥근 보름달이 뜬 동산 위입니다. 밝은 달빛 아래 숲 속 친구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신들린 듯 주문을 외치며 모두 함께 신나게 놀아봅니다. 환한 달밤, 자신이 잘 하는 것으로 변신한 동물들이 여우 뒤를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곳, 힘센 호랑이도 작은 개구리도 모두 함께 어울려 한 판 신나게 떠들썩하게 노는 이곳은 둥근 달의 마음을 닮은 이들이라면 누구든 환영받는 곳입니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달밤에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 노래부르는 풍경을 한편의 그림자 극으로 담아낸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은 우리 가락 특유의 흥겨움과 흑백으로 그려낸 달밤의 풍경이 참 잘 어울리는 그림책입니다.

달밤, 모두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동물들의 흥겨운 잔치를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기 위해 김종도 작가는 매 장면 마다 연필로 배경 그림을 그리고 동물들의 실루엣은 먹을 이용해 각각 따로 그린 후 그림을 겹쳐서 표현했다고 하네요. 흑백의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고 달밤의 풍경이 신화속 세상을 보는 듯 신비롭게 보이는 것은 이런 독특한 표현 덕분입니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반복되는 후렴구는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따라 불러 보세요. 서로의 장점을 노랫말로 연결시켜 주거니 받거니 이어 부르기를 해도 재미있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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