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책표지 : 비룡소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원제 : Borka)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엄혜숙 | 비룡소

가온빛 추천 그림책
※ 196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형제들과 달리 깃털 없이 태어나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버려진 기러기 보르카의 이야기를 담은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존 버닝햄의 첫 번째 그림책으로 196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검정 테두리에 강렬한 색감으로 보르카의 감정과 상태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존 버닝햄의 초기작인 “트루블로프”, “험버트의 아주 특별한 하루”, “하퀸”, “대포알 심프”, “사계절” 과 함께 강렬한 색채로 표현된 작품이에요.

플럼스터 씨와 플럼스터 부인이라는 기러기 부부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플럼스터 씨와 플럼스터 부인이라는 기러기 부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어느 맑은 봄 날 아침, 기러기 부부인 플럼스터 부부가 품고 있던 알에서 기러기 여섯 마리가 태어났어요. 플럼스터 부부는 축하 잔치를 벌이고 이웃 친구들을 불렀죠. 갓 태어난 아기 기러기들에게 이름도 지어 주었습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프레다, 제니퍼, 아치, 오스왈드, 티모시, 보르카…… 여섯마리 아기 기러기들의 이름이랍니다. 아기 기러기들은 아주 많이 닮았어요. 그중 한 마리 보르카만 빼고요. 보르카도 언니 오빠들처럼 부리도 있고, 날개도 있고, 물갈퀴 달린 발도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보르카에게는 깃털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보르카의 부모님은 보르카를 의사 선생님께 보였어요. 보르카를 진찰한 의사 선생님은 깃털이 없는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플럼스터 부인에게 보르카를 위해 깃털을 짜 주라고 말했어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플럼스터 부인은 포근한 회색 털실로 보르카의 털옷을 짰어요. 엄마가 짜준 털옷을 입은 보르카는 너무나 좋아 날개를 퍼덕이며 빙빙 돌았답니다. 깃털이 없는 보르카는 밤마다 오들오들 떨어야 했거든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하지만 보르카의 언니 오빠들은 보르카의 새 옷을 놀림거리로 삼았어요. 다른 기러기들 역시 자신들과 다른 보르카를 받아들이지 못했죠. 다른 기러기들이 못살게 구는 바람에 보르카는 날기와 헤엄치기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어요. 게다가 헤엄치기를 배우려고 물에 들어가면 털옷이 마를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보르카는 헤엄치기도 그만두었습니다.

우거진 갈대 숲에 숨어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보르카의 모습과 달리 단순한 펜화로만 그려진 무심한 표정의 언니 오빠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여 보르카의 슬픔이 더욱 진하게 다가 오네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날씨가 점점 추워지자 기러기들은 먹이를 구하기 쉬운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갔어요. 하지만 날수 없었던 보르카는 숨어서 떠나가는 기러기들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행 생각에 바쁜 기러기들은 아무도 보르카가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죠.

따뜻한 곳을 찾아 힘차게 날개짓 하며 떠나가는 기러기 무리를 홀로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는 보르카,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있는데 나는 법도 헤엄치는 방법도 모르는 보르카가 돌보아 주는 이 없는 이 곳에서 홀로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날 수 있을까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기러기 떼들이 떠나고 보슬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보르카는 마른 데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다 불 꺼진 배 한 척에 올라 짐 싣는 창고에 숨었어요. 하지만 배에 타고 있던 파울러라는 이름의 개한테 금방 들키고 말았죠. 지붕 있는 곳에서 묵고 싶어 그랬다고 하자 파울러는 보르카가 원하는 자리를 내주었어요. 피곤에 지친 보르카는 그곳에서 금방 곯아 떨어져 버렸습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매칼리스터 선장이 파울러로부터 창고에 보르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배가 항구를 떠난지 한참만의 일이었어요.

“이런, 이런! 기러기가 배에 타다니! 우리하고 런던에 가려면 뱃삯만큼 일을 해야지.”

뱃삯만큼 일을 해야한다는 선장님의 말대로 보르카는 부리로 밧줄을 감기도 하고 배 바닥을 청소하기도 하면서 배에 타고 있는 모두와 금방 친구가 되었죠. 자신의 몫을 해내는 보르카에게 깃털이 없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이제껏 슬픔으로 얼룩졌던 보르카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배에 올라탄 후 친구들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그림의 색채가 훨씬 밝아집니다. 마치 보르카의 마음처럼 말이죠. 물살을 가르며 순항 중인 배처럼 보르카의 앞날에도 이제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런던에 도착한 선장은 보르카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 하다 일년 내내 온갖 기러기들이 살고 있는 커다란 공원인 큐 가든에 내려 주었어요. 런던에 올 때마다 꼭 보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보르카와 친구들은 헤어졌어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큐 가든의 기러기들은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를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곳에는 온갖 이상야릇한 새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아무도 털옷 입은 보르카를 보고 웃어대지 않았고, 모두 친절했어요. 보르카는 그곳에서 퍼디넌드라는 친구도 만났답니다. 퍼디넌드는 보르카를 잘 돌보아 주었고 헤엄도 가르쳐 주었어요.

보르카는 지금도 거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칼리스터 선장과 프레드와 파울러는 런던에 올 때마다 보르카를 보러 왔습니다.

온갖 새들이 함께 모여 사는 큐 가든에서 보르카는 더 이상 부족하거나 이상한 기러기가 아닙니다.  보르카는 스스로 배에 탄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줄 알고, 자신의 몫만큼의 일을 책임지고 해낼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지요.

보르카 이야기는 여러모로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보르카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화려한 깃털이 뿅하고 돋아나진 않았어요.  여전히 깃털 없는 보르카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자신의 몫을 당차게 해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기러기 보르카의 이야기가 오히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1963년은 영국에서 존 버닝햄의 첫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가 나온 해이면서 미국에서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나온 해이기도 합니다. 두 그림책은 아이들의 세상이 늘 샤방샤방 밝고 행복한 것만이 아님을, 아이들도 슬픔과 외로움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요.

편견 없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림책 속 큐 가든 같은 세상을 꿈꾸며 52년 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존 버닝햄의 마음이 보이는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보르카를 통해 존 버닝햄은 스스로의 힘을 믿고 나아갈 때 세상은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